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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모란시장 |
서울찍고 인천·경기·강원·충청도 등
맛에 들뜨고 정에 눈뜨고 흥에 취하다
“조금 더 깎아줘요~”, “아니, 남는 게 얼마나 된다고 자꾸 이러시나~. 싸게 주는 거니까 가져가세요”, “그래도 시장 온 맛이 있는데, 그냥 깎아주세요, 네?”, “에라 모르겄다~ 기분이다. 가져가쇼” 시장통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다.
대형마트의 대공세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지만, 지금도 그 명맥을 꿋꿋이 이어오고 있는 곳이 전통시장이다. 싱싱한 먹을거리와 넉넉한 인심이 넘치는 곳, 사람 내음 가득한 그곳 전통시장을 소개한다.
서울약령시장
서울약령시는 수천년의 역사와 전통 한의약의 명맥을 이어오는 전문 한약시장이다. 1960년대 말부터 청량리역과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 등 편리한 교통으로 전국 각지의 한약상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동대문구 제기동·용두동 일대에 1000여 업소가 운집해 전국 한약재 물동량의 70%를 유통시키고 있으며, 생산지에서 직송 반입해 유통과정을 축소, 시중시세보다 20~40% 저렴하다.
서울약령시는 2005년 당시 재정경제부로부터 ‘한방산업특구’로 지정받아 한약재 유통개선 사업 등을 실시해 세계적인 한약산업 중심지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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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진부5일장
평창군 진부면의 진부5일장은 군 내에서 열리는 5일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3일과 8일 옛 시외버스터미널 자리에서 열리며, 평창주민뿐 아니라 홍천군 내면·정선군 북평면 주민들도 진부장을 찾는다.
조선시대 진부 사람들은 한양 떠나서 강릉으로 갈 적에 가장 큰 장이 진부장이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낼 정도였다. 장터에는 평창의 산골주민들만 모여드는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속옷 장사가 내려오는가 하면 강릉이나 주문진 바닷가에서 해산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도 속속 진부장을 찾는다.
장터 구경을 끝내고 오대천을 따라 정선 방면으로 6.8km 가량 내려가면 오대천 주변의 멋진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도 있다. -
강원 횡성5일장
횡성5일장은 횡성군 횡성읍 시장일원에서 열리는 재래시장으로 동대문 밖에서 제일가는 장이라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민속장이다.
일제시대였던 1919년 4월1일 횡성 장날을 기해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독립운동이 벌어졌으며, 일본상인들이 상권을 형성하려고 노력했으나 횡성상인들과 주민들이 단합, 불매운동을 벌여 일본상권이 들어서지 못하게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횡성장은 1일과 6일날 열린다.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몰려와 갖가지 물건들을 진열해 팔고 있으며, 일부구간은 신토불이 장터로 지정돼 횡성 관내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무공해 농산물과 산나물 등을 살 수 있다. -
인천 소래어시장
인천 남서쪽 포구에 자리 잡은 소래어시장은 비록 작은 어시장이지만 수도권에 인접한 유일한 자연포구로 유명하다. 소래포구는 1963년 실향민들이 범선 10여척으로 연안에서 새우잡이를 하면서 점차 커져 지금은 200여 척의 어선들이 조업을 한다.
‘젓새우가 많이 나는 곳’, ‘수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인파가 몰려 적게는 하루 3000여명, 많게는 3만여명이 찾는다.
이곳은 ‘젓갈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멸치젓, 꼴뚜기젓, 속젓, 밴댕이젓, 게젓 등 온갖 젓갈이 풍성하다. 소래의 성수기는 6월, 9월, 11월이다. 이때도 물 때를 잘 맞춰야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배에서 꽃게상자를 내리는 사람들, 공판장에서 수수께끼 같은 손놀림으로 흥정하는 경매인들, 싸게 달라고 아우성치는 새우전의 아줌마들…. 소래어시장은 바다와 더불어 진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풍경자체가 하나의 관광거리다. -
경기 성남 모란장
서울에서 경기 성남시로 들어가 성남중부경찰서를 지난 뒤 고개 하나를 넘으면 모란장의 초입인 모란사거리가 나온다. 5일장이 열리는 매달 4, 9, 14, 19, 24, 29일이면 이곳 모란사거리부터 성남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 대원천 하류 복개지에는 장판이 벌어진다.
모란장이 생긴 것은 30여년쯤 전으로 지금처럼 명물시장으로 번성한 것은 80년대 초반이다. 수도권에선 보기 드문 장이다보니 서울사람들이 몰리면서 규모가 커졌다. 시장은 13개의 품목별(화훼부, 잡곡부, 약초부, 의류부, 잡화부, 생 선부, 야채부, 음식부, 고추부, 애견부, 가금부, 신발부, 기타부)로 배열·정리돼 있다.
모란시장은 전국 각지에서 생산된 고추가 집결해 염가로 팔리고 잡곡과 약초는 산지로부터 직접 들여와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다. 향토음식, 나물 등도 맛볼 수 있고, 참기름 판매시장으로도 유명하다. -
충남 금산인삼약초시장
금산군은 전국 인삼 생산량의 80%가 거래되는 곳이다. 인삼과 함께 전국적인 약령시장으로도 발돋움하고 있다.
금산인삼약초시장 안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재래시장과 다양한 인삼, 건강보조식품을 취급하는 금산인삼국제시장, 금산수삼센터, 금산인삼호텔쇼핑센터, 금산약초백화점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타 지역에 비해 각종 인삼류·약초 등을 20~50%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매달 2, 7, 12, 17, 22, 27일에 열리는 금산장은 새벽2시부터 전국각지에서 상인·소비자들이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룬다. -
충남 홍성 광천토굴새우젓시장
홍성군 광천읍은 ‘젓갈의 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젓갈 상가들이 즐비하다. 광천토굴새우젓 재래시장이 있는가 하면 토굴 새우젓 가게들이 모인 거리도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새우젓은 토굴에서 숙성돼 맛과 향이 다른 지방보다 월등하다.
광천에서 새우젓장터가 생긴 것은 고려시대 물물교환으로 매매가 이뤄지면서부터다. 당시 광천에는 두개의 장이 섰는데, 그 하나가 옹암포구의 새우젓장이었다. 조선시대 말 번성기에는 서해안의 10여개 섬에서 광천장을 보기 위해 늘어설 정도였다.
현대에 와서는 굴속의 온도가 일정하다는 것에 착안해 산중턱에 토굴을 파서 새우젓을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 영상 14℃의 일정한 온도에서 약 3개월간 숙성시켜 새우젓을 만든다. 광천토굴은 마을뒤편 야산에 암반을 꼬불꼬불 파 들어간 토굴이다. 폭과 높이가 각각 2m 정도로 200여m 20여개의 토굴에는 수백개의 새우젓을 담은 드럼통이 있다. -
충북 괴산5일장
괴산군은 소설 <임꺽정>을 쓴 홍명희 작가의 생가가 있는 예향으로 이름이 높다. 조선 후기부터 과일, 철물, 담배, 땔나무 등의 거래를 시작하면서 시장이 개설됐고, 현재는 민물생선, 의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을철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고추장터가 별도로 열린다.
괴산5일장은 매월 3일과 8일 열리는데, 이날이 되면 동부리 일대(시외버스터미널 주변) 는 전 농가의 60% 이상이 재배하는 특산물인 청결고추시장이 들어선다.
괴산청결고추는 조선 중기부터 괴산 제월리에서 재배된 쇠뿔고추를 개랑한 고추로 매운맛과 단맛이 교차해 우리나라 대표 고추로 유명하다. 괴산은 화강암과 석회암이 주종을 이루는 사질토양이고 군 전체가 해발 250m의 중간산지여서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다. 이런 토양과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고추 맛이 일품이다. -
충북 단양5일장
단양장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소박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장터로, 1일과 6일에 열린다. 어느 장터에서나 각종 농수산물, 생활필수품, 공산품 등이 장사진을 이루지만, 단양장에서 시골 노인네들이 적은 양이지만 손수 기른 채소나 콩, 소백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맛볼 때면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옛 생활용품인 참빛, 빗자루, 망태기 등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장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먹을거리다. 단양장에는 갓 따온 옥수수가 하얀 김을 내며 익어가고, 시골 아낙네의 넉넉한 인심처럼 널찍한 부침개와 막걸리가 풍성하다. 장터를 구경 나온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먹을거리 골목도 펼쳐진다. 단양장에는 마늘상설시장이 있다. 단양에서 생산되는 마늘만을 판매해 대도시민들이 매년 이곳을 찾는다. -
대구약령시장
대구약령시장은 조선 효종 9년(1658년) 경상감사가 직무하는 감영으로 집결되는 약재 가운데 좋은 것은 중앙기관으로 상납하고 그 나머지를 일반일들에게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곳에는 1910년까지만 해도 중국, 만주, 일본, 중동지역은 물론 멀리 시베리아에서도 큰 상인들이 한약재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말 그대로 세계적인 한약재 물류유통 거점이었던 셈이다. 1930년대 후반에는 거래물량과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당시 대구 전체 예산과 인구를 훨씬 능가할 정도였다.
대구약령시는 일제시대 탄압에도 불구하고 국권회복운동에 관여하는 등 민족혼을 발현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 35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기네스는 대구약령시를 최고의 약령시로 인증했다. 현재 대구약령시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은 대구광역시 중구 남성동 일대다. -
경남 하동 화개장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물길따라 화개장터에~” 노래로 널리 알려진 하동군 화개장터는 김동리 작가의 소설 <역마>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영·호남의 접경에 위치해 남해안의 수산물과 소금, 비옥한 호암평야의 곡물, 지리산록의 산채와 목기류들의 집산지다.
하동포구의 발달된 수로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돼 조선 중엽부터 해방 전까지 번성기를 맞아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시장이었다.
하동군은 역사성을 인정 받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갖고 찾고 있다. 이에 화개장터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재래식 장옥과 녹차전문상가 등 편의시설을 조성, 2001년 개장해 상설시장으로 운영중이다. -
전북 고창5일장
고창읍의 장터는 3일과 8일 읍내를 가로지르는 고창천을 사이에 두고 채소전을 비롯해 가축전, 어물전, 잡화전, 과일전 등으로 나뉘어 길게 펼쳐진다. 한때 전북 서북부지역 대표장터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컸다.
장터에는 무와 땅콩, 배, 청결미 등 고창 특산물이 풍성하다. 고창 무는 맵지 않고 시원한 맛으로 널리 정평이 나 있으며, 600여ha의 경작지에서 생산되는 땅콩은 특유의 사질 양토에서 재배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장터에서는 풍천장어와 복분자술, 고창수박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고창장을 구경했다면 인근 선운사를 돌아보자. 고창읍에서 30분 거리인 선운사 동백림은 현재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돼 있으며, 매년 4월에는 활짝 핀 동백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
광주 양동시장
양동시장은 1910년대 광주교 아래 백사장에서 매달 2일과 7일에 열리면서 시작됐다. 양동시장은 호남지역 최대 재래시장이라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대지면적은 1만563㎡, 건축면적은 1253㎡다. 건물은 4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농산물, 수산물, 공산품, 기타 물품을 취급하는 점포가 340여개며, 제수용품과 혼수용품도 유명하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양동시장은 대인시장과 함께 광주시민들에게 주먹밥과 음료수, 약품 등을 제공하며 시민군을 지원했다. 양동시장에는 일명 ‘노무현국밥집’으로 알려진 하나분식이 있다.
2002년 12월14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5일전 시장을 방문했을 때 이곳의 국밥을 남김없이 비웠다해 유명해진 곳이다. -
전남 구례장
구례군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으로 유명한 곳으로, 섬진강의 맑은 물과 넓은 들이 있는 고장이다. 지리산·백운산에서 나는 각종 산채들과 생지황, 당귀, 오미자, 백복령 등 백여가 지에 가까운 한약재와 산수유, 매실이 장터의 주종을 이룬다.
구례군 산동면 일대에는 집집마다 산수유나무가 많아 봄에는 노란 꽃이, 가을에는 빨갛게 물든 산수유가 마을을 온통 물들인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수유는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매달 3, 8일에 열리는 구례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밤이다. 구례군 내에 밤나무 단지는 1400ha가 있다.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01.10 (월) 11:25, 최종수정 2011.01.10 (월)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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