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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외암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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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밤, 당산나무 주변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타오르는 모닥불을 배경으로 울리는 신명나는 꽹가리, 장구소리에 더해진 사람들의 추임새는 한겨울 추위를 몰아내고 열기를 뿜어낸다.
지난 봄 가뭄 때 논에 서로 물을 대겠다며 ‘물꼬싸움’으로 등을 돌렸던 이씨와 김씨. 막걸리에 벌게진 얼굴로 어깨춤을 추다가 마주친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색한 웃음으로 대화를 나눈다. “그땐 내가 미안했네”, “아니지,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네 그려”.
눈 녹든 화를 누그러뜨린 그들은 예년과 변함없이 밤새 마을잔치를 즐긴다…. 수십년 전까지 우리나라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질 때면 볼 수 있던 모습이다. 산업화로 거대도시가 만들어지면서 많이 사라진 이런 풍경에는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풀어내려는 공동체문화가 깔려 있었다.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있는 그대여, 지금도 사람 내음 가득한 민속마을로 떠나라. -
아산 외암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마을은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36로 지정된 곳이다. 400년 전에 조성된 60채의 한옥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며, 마을에 정착한 예안 이씨가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며 살고 있다.
외암마을에 들어서면 나지막한 자연석 돌담장이 5300m 길이로 이어져 매우 인상적이다. 돌담으로 연결된 골목길과 주변의 울창한 수림은 마을 경관을 더욱 고풍스럽게 한다.
외암마을에는 예안 이씨 문중의 위상을 알 수 있는 택호가 있다. 가옥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영암군수댁(건재고택), 송화군수댁, 고양군수댁, 참봉댁, 진사댁, 교수댁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이 가운데 건재고택은 행안부 지정 ‘정원100선’에 선정된 정원이다. 마을 뒷산인 설화산 계곡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연못의 정원수로 이용했다. 정원에는 소나무와 향나무, 단풍나무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마을에서는 팜스테이를 실시한다. 가족여행객이나 도시 학생들에게 계절별로 농촌관광 체험학습을 운영하며, 최근에는 사극·영화 촬영으로 널리 알려져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
전주 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은 전북 전주시 풍남동과 교동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는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한 한옥이 800여채나 밀집돼 있어 한국의 옛 전통을 맛볼 수 있는다.
전주한옥마을의 멋은 무엇보다도 한옥의 아름다운 지붕선에 있다. 지붕자락이 살짝 하늘로 향해 있는 것이 한옥의 특징이고 멋이다. 한옥의 구조는 크게 안채와 사랑채로 나뉘어져 진다. 안채는 여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규수방이 있고, 사랑채는 남자들이 사용하던 곳으로 선비방이다.
한옥은 남녀의 활동이 구분되어 있어 각각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안채의 경우는 여인들이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가장 은밀하고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한옥의 또 다른 특징은 온돌방이다. 한국은 주로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바닥에 온돌을 깐다.
온돌의 구조는 방 밖에 아궁이(함실)을 만들고 구들(아궁이 안쪽)밑으로 불을 때면 온돌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것이 온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곳에 가면 한옥생활체험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한옥생활체험관 안에 있는 선비방과 규수방에서 직접 온돌방 체험도 할 수 있다. 한옥생활체험 가운데 전통한식은 ‘납청유기’에 담아 맛과 멋을 더한다. -
대관령 황태덕장마을
대관령 황태덕장마을 황태는 매서운 겨울철 눈보라와 청정한 봄바람 속에서 말리는 명태를 말한다. 겨울밤이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에 명태는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낮에는 따스한 햇볕에 녹는다. 이렇게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황태가 탄생한다. 서너달을 계속 하면 속살이 노랗게 변해 황태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다.
황태를 말리는 덕장에서는 4월까지 일이 이어진다. 드넓은 대지 위에 동해에서 갓 잡아온 명태를 빼곡히 널어 말리는 황태덕장에 들어서면 강원도 산간마을의 겨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황태덕장 명소는 대관령 아래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일대와 진부령이 가까운 인제군 북면 용대리, 고성군 거진항 주변 등이다. 12월이면 통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들고 1월초부터 본격적으로 황태를 말리기 시작한다. 황태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겨울 추위와 봄바람이다. 명태가 언 상태를 15∼20일은 유지해야 황태의 모양이 갖춰진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황태덕장 마을은 대관령 서쪽편, 용평스키장 입구인 횡계리의 송천 주변이다. 진부령 아래 용대리보다도 먼저 이곳에 황태 덕장이 들어섰으니 황태마을의 원조인 셈이다. 횡계 황태덕장은 겨울철이면 100만 마리의 황태를 널어 말린다. 개천을 따라 펼쳐진 너른 구릉지대가 온통 황태밭으로 변한다. -
제주 성읍마을
제주 성읍마을 제주 표선리에서 북쪽으로 8km쯤 가면 한라산 기슭 아래 성읍마을이 있다. 성읍마을은 원래 제주도가 방위상 3현으로 나뉘어 통치되었을 때(1410~1914) 정의현의 도읍지였던 마을이다.
제주도 옛 민가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유형·무형의 많은 문화유산이 집단으로 분포돼 있다. 옛마을 형태의 민속경관이 잘 유지되어 그 옛 모습을 계속 유지하고자 민속마을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옛 민가, 향교, 옛 관공서, 돌하루방, 연자방아, 성터, 비석 등의 유형문화유산은 물론 중산간 지대 특유의 민요, 민속놀이, 향토음식, 민간공예, 제주방언 등의 무형문화유산이 아직까지 전수된다. 천연기념물 제161호인 느티나무·팽나무 등은 오백년 도읍지로서의 긍지를 엿볼 수 있다.
제주 초가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성읍마을은 실제 제주 초가에 사는 성읍리 주민들과 제주의 전통 화장실인 ‘통시’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을 내 고목과 돌담, 옛 성벽 등이 어우러져 고풍스런 모습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민란 봉기를 결의했던 단산 밑에 위치한 대정향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주변에는 옥황상제가 던져버려 생겼다는 전설속의 산방산을 비롯해 용머리 해안,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사계해안도로가 있어 서귀포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관광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
성주 한개마을
경북 성주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가 대대로 살아온 전형적인 동성촌락이다. 조선세종 때 진주목사를 지낸 이우가 처음 이 곳에 이주해 마을을 만들었다. 현재는 월봉 이정현의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으며, 한옥 보존 마을이다.
마을 북쪽으로는 영취산(331.7m)이 좌청룡 우백호로 뻗어 있고, 서남쪽으로 백천이 흐르고 있어 영남 제일의 길지를 이룬다. 또한 구한말 성리학자 이진상을 비롯해 응와 이원조 등 예로부터 이름난 선비를 많이 배출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마을 내 주택들은 문화재자료 제354호 ‘극와고택’ 등 지방지정문화재 9동을 중심으로 전통한옥 구조가 잘 남아 있다.
이 마을의 담장은 크게 외곽담과 내곽담으로 나눌 수 있다. 외곽담은 마을의 가옥이 대체로 경사지에 위치해 산에 접한 담과 주택동 쪽의 측면담은 높은 반면 앞뒤 주택의 영역을 구획하는 담은 낮다. 내곽담은 주거건물의 처마보다 낮아 담 양측의 영역을 시각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이 마을 담장의 주류인 토석담은 전통 한옥들과 잘 어우러져 자연스런 마을의 동선을 이룬다.순천 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
전남 순천 낙안읍성은 삼한시대 마한땅, 백제 때 파지성, 고려 때 낙안군 고을터, 조선시대 성과 동헌·객사·임경업장군비·장터·초가가 원형대로 보존돼 성과 마을이 함께 국내 최초로 사적 제302호에 지정됐다. 그저 대다수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그대로의 모습이기에 조상들의 체취가 물씬 풍겨 정감이 넘친다.
조선태조 6년(1397)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양혜공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아 방어에 나섰고 300년 후 인조 4년(1626)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부임하여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했다.
다른 지역의 성과는 달리 넓은 평야지대에 1~2m 크기의 정방형 자연석을 이용해 높이 4m, 너비 3~4m, 성곽 총길이가 1410m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끊긴 곳이 없어 웅장함을 자랑한다. 지금도 85세대가 실제 생활하고 있는 민속 고유의 전통마을로 민속학술자료는 물론 역사교육장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문을 비롯해 서·남문으로 성 안에 들어서면 사극 촬영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 들 정도다. 실제 사극 <용의 눈물>과 <태조왕건> 등의 촬영장소이기도 하다. 남부지방의 독특한 주거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 지붕, 섬돌 위의 장독, 이웃과 이웃을 잇는 돌담은 모나지도, 높지도 않고, 담장이와 호박넝쿨이 어우러져 술래잡기하며 뛰놀던 어린 시절 마음의 고향을 연상케 한다. -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1.01.17 (월) 11:37, 최종수정 2011.01.17 (월)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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