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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한 전통시장이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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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뭣이냐, 일반 상추와 달리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이 일품이지라.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있어서 묵어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된 당께~” 전남 곡성의 명물 ‘담배상추’를 파는 아주머니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아삭아삭 씹히는 담배상추는 니코틴보다 강한 중독성으로 절대 끊을 수 없단다. 시장 한편에서는 깎네 마네 실랑이가 벌어진다. 제값을 내지 않으려 말도 안 되는 흥정을 거는 사람이나 못이긴 체 한 움큼 집어주는 상인이나 웃음꽃이 핀다. 넉넉히 얹어주는 덤 만큼이나 훈훈한 정이 남아 있어서다. “뻥이요~” 하는 뻥튀기 소리와 엿장수 가위질 소리,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도 정겹다. 넉넉한 인심이 그리워지는 계절, 아련한 추억이 가득한 전통시장으로 놀러 가보자.
강원 정선군 정선읍 정선시장
정선시장에서는 산초, 더덕, 감자 등 고랭지에서 자란 신토불이 산나물과 채소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산나물 마니아라면 정선에 꼭 들러봐야 한다. 시장에는 우리나라에 나는 온갖 산나물이 고루 갖춰져 있다. 취나물만 해도 곰취, 참취, 미역취, 종취, 개매취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귀하다는 명이나물이나 입맛을 돋워주는 어수리나물도 정선장에서는 그저 흔해보인다. 두릅과 엄나무를 비롯해 곤드레, 고사리, 황기 등은 그 진한 향에 취해 손이 저절로 간다. 혹시 수입산인지 걱정된다면 ‘신토불이’증을 확인해보자. 신토불이증은 직접 농사를 지어 장에 갖고 나오는 사람에게만 주는 품질증명서다. 정선에 왔으면 꼭 먹어봐야 하는 것이 곤드레밥이다. 정선의 대표 나물인 곤드레는 키가 커서 바람이 불면 술 취한 사람처럼 ‘곤드레 만드레’ 흔들려 곤드레라 불린다. 정선 사람들은 보릿고개시절 밥의 양을 늘리려고 곤드레로 나물밥을 지어 끼니를 해결했다. 간장이나 깡장(된장의 일종)에 비벼 먹으면 나물이라면 질색하던 아이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정도로 맛있다.
콧등치기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일종의 메밀국수로 면이 쫄깃해서 먹을 때 후루룩하며 면발을 입안으로 빨아들이면 콧등을 탁 친다고 하여 콧등치기국수라고 불린다.
장날 오후 시장 안 공연장에서 열리는 아라리 공연과 떡메치기 등 전통 놀이도 놓치지 말자. 공연장을 빙 둘러앉은 사람들과 더불어 공연삼매경에 빠지다보면 남녀노소 다 같이 웃고 즐기는 정선장만의 독특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파는 아바이순대. 강원 속초시 중앙동 속초관광수산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설악권 20만 인구가 찾는 전통시장이자 동해안의 대표적인 관광시장이다. 실향민 문화가 살아 있어 가자미 식해와 이북식 냉면, 아바이 순대 등 이북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수산시장답게 횟집골목에는 생산과 전복, 성게 등 싱싱한 횟감이 가득하다. 속초의 명물인 명품젓갈들도 맛볼 수 있다. 명란젓, 오징어젓 등 ‘젓갈 천국’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종류도 많고 맛도 좋다. 바삭하게 튀긴 닭에 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진 닭강정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음식이다. 토요일 오후마다 시장에서 아바이 주말장터를 열고 북청사자놀음 등 실향민의 애환을 담은 공연도 선보인다.
주변에는 아바이마을(실향민촌)·갯배·청초호·영랑호·철새도래지 등 관광지가 많다. 넓은 주차장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설악산에서 늦가을 단풍을 즐기고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려는 관광객에게 안성맞춤이다.충남 논산시 연산전통시장에서 한 상인이 대추를 판매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 단양전통시장
단양전통시장은 마늘장으로 유명하다. 단양마늘은 육쪽마늘로 석회질 토양에서 자라며 저장성이 뛰어나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다. 육쪽마늘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골목에는 상점마다 마늘 한 접(100개)씩 짚으로 묶어 쭉 늘어놓은 모습이 이색적이다.
가을철에는 장터 가득 고추가 들어서 장터에는 1년 내내 알싸한 향기가 난다. 소백산 자락의 물과 공기로 자란 각종 약초류는 단양시장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소백산 토종꿀이나 산 더덕, 영지버섯, 노루궁뎅이 버섯 같은 희귀한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참빗, 빗자루, 망태기 같은 옛날 생활용품들도 있어 시골 장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늘순대 골목에서는 마늘을 넣어 만든 매콤한 순대를 맛볼 수 있다. 순대 속 잘게 자른 마늘이 순대 특유의 냄새를 말끔하게 없애준다. 소를 푸짐하게 넣어 대나무 바구니에 척척 올려 파는 수수부꾸미와 솥뚜껑 메밀부침도 소문난 먹을거리다.
인근에 있는 소백산과 고수동굴, 단양8경도 함께 구경하면 좋다. 단양에는 퇴계 이황, 정도전, 김삿갓 등 시대를 풍미했던 명현들과 얽힌 재밌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단양 8경의 1경으로 불리는 도담삼봉은 남한강 물줄기 한가운데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위봉우리로 마치 신선이 사는 곳 같다. 대자연의 신비가 빚어낸 고수동굴은 길이 10m에 달하는 종유석을 비롯해 석화, 동굴산호 등 기암괴석이 지하궁전과 같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전남 곡성군 곡성읍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은 사라지는 옛 기찻길을 되살리기 위해 만든 기차마을 인근에 있다. 매달 3, 8일 장이 서는 5일장으로 70년 이상 된 ‘피 순대 국밥집’과 시어머니 때부터 팔던 ‘팥 칼국수’ 등 전통 있는 먹을거리가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시장 특산물은 ‘담배상추’다. 곡성에서만 생산되며 생김새가 담뱃잎 모습을 하고 있어 이름 붙여졌다. 다른 특산물은 멜론이다. 국내 최대 멜론 주산지인 이곳에서 나는 멜론은 당도가 높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시장에서는 추억의 소리들도 만나볼 수 있다. “펑” 갑자기 시장 안에서 대포소리가 울려퍼진다면 두말할 것 없이 뻥튀기 기계에서 나는 소리다. 시장 한편에는 뻥튀기 기계를 묵묵히 돌리는 할아버지가 있다. “챙챙 탕탕” 날카로운 금속성에 찾아가면 벌겋게 달궈진 쇠를 두드려 낫 한 자루, 칼 한자루를 만들어내는 진풍경과 만난다. 선친을 이어 10년째 쇠를 다루는 조용봉 씨가 그 주인공이다. 구경꾼이 보건 말건 묵묵히 쉬지 않고 농기구를 만든다.
기차를 테마로 한 기차마을 여행과 함께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강변을 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섬진강 길 따라 구례 가는 길에 나타나는 사성암은 지리산과 구례 읍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최근 주목받는 전통사찰이다.인천 신포시장에서 한 상인이 닭강정을 담고 있다. 인천 중구 신포동 신포시장
신포시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1985년 어시장에서 시작돼 인천에 정착한 중국인들이 중국 야채를 팔면서 ‘푸성귀전’으로 불렸다. 이후 바늘, 화장품, 양장 등 신문물이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신포시장에 없으면 우리나라 어딜 가도 못 구한다’고 할 정도로 신문화의 중심지였다.
신포시장에는 카레만두, 고추만두, 닭강정, 국화빵, 쫄면 등 유난히 원조가 많다. 항구도시인만큼 다양한 문화와 먹을거리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미국, 러시아 등 각국의 선원이 드나들었고 외국인 기호에 맞춰 여러 음식이 생겨났다.
달콤 바삭한 공갈빵에는 인천에 정착한 화교들의 역사가 숨어 있다. 쫄면은 실수로 잘못 뽑은 국수 면이 인기를 끌면서 보편화된 경우다. 닭강정은 선원들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닭튀김을 오래 즐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장 한쪽에 있는 등대공원에는 민어횟집이 몰려있다. 신포시장에서 닭강정만큼 유명한 것이 민어회다. 엄청난 크기에 한번 놀라고, 사르르 녹는 맛에 또한번 놀란다.
인근에 있는 차이나타운은 인천 속의 중국이다. 중국 물품을 파는 가게들은 물론 원조 자장면을 만날 수 있다. 중국 과자점에는 빵 속에 오리 알이 들어있는 등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경북 안동시 서부동 안동구시장
안동구시장은 조선 후기에 형성된 안동시의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2000년도에 들어와 시설 현대화 정책으로 말끔하게 단장하고 천장에는 현대식 돔을 설치해 비가 와도 장을 볼 수 있다.
시장 한쪽에는 안동찜닭과 통닭가게들이 모여 있는 안동찜닭 골목이 있다. 원조 안동찜닭은 간장과 청양고추만을 이용해 요리하는 게 특징으로 알싸하게 밴 양념과 쫄깃한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안동에서 유명한 다른 음식은 간고등어다. 바다와 거리가 먼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발달한 이유는 선조들이 고등어가 상하지 않게 하려고 소금 간을 했기 때문이다. 하회마을이 있는 선비의 도시답게 전통문화도 만나볼 수 있다. 안동삼베는 올이 가늘고 빛이 노란 자연섬유로 색깔이 아름답고 통풍이 잘 돼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안동한지는 안동의 맑은 물과 닥나무를 원료로 노련한 기술자의 장인정신이 더해져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7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안동소주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명물이다.
인근에는 경상도 양반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경남 진주시 대안동 진주중앙시장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진주중앙시장은 경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이다. 올해로 127년을 맞았다.
이름난 비단의 고장답게 포목점, 주단가게, 한복가게가 유명하다. 시장에서 한복패션쇼를 열고 실크 수의도 제작하며 손님을 끌고 있다. 진주시는 매년 실크페스티발을 열고 있다.
진주 중앙시장에서는 1년 내내 화려한 유등을 감상할 수 있다. 시장 한쪽에 있는 과자점은 저울 인심이 아주 후하다. 이밖에 먹자골목, 활어시장 등 전문시장가는 물론 금융기관, 의료시설도 연계돼있어 진주의 물류와 경제, 문화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 먹을거리는 진주비빔밥. 전주비빔밥과 함께 비빔밥의 양대 주자로 꼽히는 이것은 육회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고소한 참기름과 매콤한 고추장, 육회와 함께 비벼 먹으면 임안 가득 감동이 퍼진다.
주변 즐길거리로는 논개의 절개를 만날 수 있는 ‘촉석루’와 진주의 남북을 S자 모양으로 흐르는 진주 남강의 야경이 절경이다.
뉴스룸 = 박형재 기자 news34567@segye.com
- 기사입력 2011.11.18 (금) 18:01, 최종수정 2011.11.18 (금)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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