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여대야소(與大野小)의 정국은 향후 일정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4.11 총선’ 이후 부동산시장도 큰 정책적 변화 없이 당분간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규제 완화나 지역 개발 같은 경기 활성화 보다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주거안정에 초점
총선 이후 주택시장에선 서민주거 안정과 관련된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서민 주거복지 확대를 부동산 분야의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표적인 게 여야 모두가 추진하는 주택바우처 도입이다. 주택바우처란 저소득층에게 주택 임대료 일부를 쿠폰 형태의 교환권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부적으로 약간 차이는 있지만 양당 모두 총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전월세금 급등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상한제를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역에 상관없이 연간 5% 내에서 전월세 상승률을 제한하고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여부도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총 120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연평균 12만 가구를 공급해 2017년까지 임대주택비율을 전체 주택의 10~1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의 약속이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 주택바우처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상태다. 전월세 상한제에 관해 국토해양부는 "전세금 급등과 임대주택 공급 축소가 우려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민간 주택 시장이 회복되지 않고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주택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발표됐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은 당장 처리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대 국회가 구성되는 대로 관련법안을 상정할 계획이지만, 여야 모두 정치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 표심(票心) 가른 집값 등락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집값과 연관시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작년부터 집값 훈풍이 불었던 부산, 충청, 강원지역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뒀다. 반면 집값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수도권의 경우 민주통합당이 2008년 8석에서 31석까지 지역구 의석을 대폭 늘리는데 성공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2010년 6월 대비 올해 3월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11.8%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이 36석을 차지하고 민주통합당이 3석, 무소속 1석을 가져간 부산(33.6%), 울산(25.1%), 경남(26.7%)은 광역시?도 중 최고 집값 상승을 기록한 곳이다. 문성근 전재수 김경수 등 이른바 ‘노(盧)의 남자’들이 MB정부 심판론을 앞세워 여당 본거지를 공략했지만 집값 상승이 집권 여당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상쇄시켰다는 평가다.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4?27 도지사 재보선에서 민주통합당 소속 이광재, 최문순 후보를 당선시키며 ‘야성(野性)’ 강해졌다고 평가받던 강원도는 9개 선거구 전역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이에 따른 개발 호재로 부동산시장이 크게 활성화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25석 중 12석을 차지한 의외의 약진을 나타낸 대전 충청권 역시 세종시 등 개발 호재에 힘입어 아파트 가격이 최근 2년새 대전은 24.7%, 충북은 29.3%, 충남은 16,7%나 뛰었다. DTI 같은 대출규제가 없고 전매가 자유로워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한 지방에선 새누리당이 집값 상승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서울에선 뉴타운 사업 무산에 따른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여당이 집값 하락의 역풍을 크게 받았다. 수도권에선 전통적 여당의 텃밭이며 도농복합도시인 양주 동두천 파주갑도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에 밀렸다. 모두 집값 하락이 컸던 곳이다. 파주는 인구 증가로 이번에 2개 선거구로 나뉘었는데 갑지역에선 민주통합당이 승리하고 을지역에선 새누리당이 당선됐다. 운정신도시 등이 포함된 파주갑 지역은 집값 하락세가 유독 심했던 곳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10년 10월 3.3㎡당 748만원이었던 운정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2012년 2월 현재 895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운정3지구 사업은 한때 보상비 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몰리기도 하면서 민심이 싸늘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문산 금촌지구 등이 포함된 파주을 지역은 새 아파트가 그다지 많지 않아 집값 하락 역풍이 적었던 덕분에 여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평가다.
◆ 4.11 총선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강북 뉴타운 출구전략은 급물살, 강남 재건축은 갈등 더욱 심화.’ 4ㆍ11 총선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총선 결과 강남권은 새누리당, 강북권은 민주통합당으로 뚜렷하게 양분됐다. 이에 따라 강북 일대에 몰린 뉴타운 출구전략이 힘을 받게 된 반면 강남권 재건축을 놓고 주민들과 서울시간 갈등은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치구청장에 이어 국회의원들까지 야권세가 집결됨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뉴타운 구역해제(출구전략)는 한층 힘을 받게 됐다. 실제 `정치1번지` 종로에선 정세균 당선자(이하 민주통합당)가 뉴타운 재검토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종로에는 뉴타운 해제 1순위로 꼽히는 동대문 패션타운 인근 창신ㆍ숭인뉴타운이 있다. 비슷하게 반대 여론이 높은 영등포 뉴타운에서도 구역해제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영등포갑), 신경민(영등포을) 당선자는 각각 주민들이 원한다면 뉴타운 사업을 조속히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했다. 반면 강남권에선 당분간 시와 조합원들의 갈등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남권에선 강동을을 제외한 8개 선거구가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 강남이라는 지역 특성에 더해 재건축 규제 중심으로 일관해온 박 시장과는 다른 정치노선을 걷는 인물이 서울시 정책에 대항해 주민들의 재건축 의지를 적극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이 서민주거안정, 임대주택 공급확대임을 감안할 때 사업성에 초점을 둔 지역 조합원들과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 같다. 강남을에선 초선인 김종훈 당선자(이하 새누리당)가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강남을은 개포주공ㆍ시영을 비롯해 은마 등 재건축을 앞둔 노후 아파트가 몰린 곳이다.
현재 재건축 사업을 놓고 조합원들과 서울시와의 갈등은 첨예하다. 반포ㆍ잠원 일대 재건축단지가 몰린 서초갑에서 당선된 김회선 당선자도 지역 내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자칫 정치 탓에 강남ㆍ북간 지역갈등이 격해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와 `뉴타운 출구전략`을 중심으로 정책상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이는 강북과 달리 재건축을 놓고 서울시와 의견차가 큰 강남의 경우 대립각이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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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4.23 (월) 15:43, 최종수정 2012.04.23 (월)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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