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촛불 밝힌 칠백의총, 순국 700인의 호국혼을 깨우다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6-08-07 02:52:42

금산군, ‘1만 5000 왜군에 맞선 700 의사의 희생’ 캔들라이트음악회로 되살려
국난극복의 역사 품은 금산서 울려 퍼진 첼로·민요의 선율
“오늘의 삶을 밝히는 연대의 노래”
지난 5일 밤 700개의 촛불을 밝힌 채 열린 금산군 '칠백의총 캔들라이트 음악회' 전경.  금산군 제공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역사는 단순히 책장 속에 박제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어둠을 밝히는 한 자루의 촛불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뜨겁게 살아 숨 쉰다.

임진왜란 당시 수만 왜적에 맞서 백골이 진토되도록 나라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700명의 의사(義士)들이 잠들어 있는 충남 금산의 사적지 칠백의총. 국난의 위기 앞에서 기꺼이 목숨을 내던졌던 거룩한 영령들의 안식처가 한여름 밤 세대를 뛰어넘는 감동의 문화예술 무대로 새롭게 태어났다.

◆ 1만 5000명 왜군에 맞선 700인의 붉은 피… 칠백의총에 피어난 촛불 연대

충남 금산군은 지난 5일 칠백의총 경내에서 역사와 현대적 예술 감성이 깊게 어우러지는 특별한 ‘캔들라이트 음악회’를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임진왜란 당시 중봉 조헌 선생과 영규 대사 등이 이끌던 700여명의 의병·승병은 금산 연곤평 전투에서 무려 1만 5000여명에 달하는 왜군 주력부대에 맞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다 전원 장렬히 순국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평범한 백성들과 선비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쳤던 그날의 숭고한 희생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공동체 정신의 단단한 뿌리가 되었다.

이날 행사가 열린 칠백의총은 차가운 역사적 공간의 틀을 벗어던지고 700개의 은은한 촛불 조명과 야간경관이 포근하게 감싸 안는 거대한 예술무대로 변모했다. 과거 호국 영령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이 땅 위에서 현대의 예술가들이 피워낸 불빛은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연대로 재탄생했다.

◆ 전통민요와 첼로·전자음악의 파격적 만남, '역사는 오늘의 노래가 되다'

무대에 오른 임이환 첼리스트, 황현조 전자음악가, 가가멜 피아니스트는 우리의 친숙한 전통민요와 전래동요의 선율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과감하게 재해석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리랑’ 연주였다. 첼로의 애절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이 고즈넉한 칠백의총의 밤하늘 아래로 퍼져나갈 때, 관람객들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기억과 그리움, 그리고 선조들의 넋을 기리는 깊은 감동에 사로잡혔다.

특히 이번 음악회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순한 연주 감상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곡과 곡 사이, 연주가 끝날 때마다 음악이 품은 배경과 의미가 차분하게 소개됐다. 곡 속에 담긴 삶과 연대, 희망의 정서는 자연스럽게 임진왜란 당시 칠백의사들이 보여주었던 살신성인의 희생정신과 공동체 의식으로 이어졌고, 관객들은 음악을 통해 역사의 무게와 아픔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 금산의 역사·문화자원, 예술의 옷을 입고 미래로 나아가다

과거의 비극적 순절을 슬픔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오늘날의 예술과 연대하여 ‘생명력 넘치는 공동체의 가치’로 승화시킨 이번 캔들라이트 음악회는 지자체 문화 행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이다.

금산군 관계자는 “이번 음악회는 칠백의총이 지닌 무겁고 엄숙한 역사적 의미를 따뜻한 음악과 이야기로 풀어내 군민과 관광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금산만이 가진 고유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에 현대적 문화예술을 유기적으로 접목해, 발길 닿는 곳마다 감동이 스며드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장엄한 호국 영령의 잠든 묘역을 밝힌 700개의 촛불과 아름다운 민요의 선율은 위기의 순간마다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던졌던 우리 민족의 DNA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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