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산책 ⑭] 오모테산도, 럭셔리와 예술이 직조한 도심의 런웨이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5-10 04:52:44
거장의 숨결이 깃든 '모드(Mode)'의 발신지
골목 안의 정취 캣스트리트와 우라하라
역사를 품은 느티나무 가로수길
[로컬세계 = 이승민 도쿄 특파원] '무사시국(武蔵国)'의 국청이 놓였던 유서 깊은 도시를 뒤로하고, 이번 산책은 도쿄에서 가장 세련된 풍경을 간직한 오모테산도(表参道)로 향한다. 이곳은 세계적인 하이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실험적인 건축물, 거대한 느티나무 가로수가 어우러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현대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이름에 담긴 경건한 시작과 변천
오모테산도라는 명칭은 '정면(表)에 있는 참배길(参道)'을 의미한다. 본래 1919년 메이지 신궁(明治神宮) 창건에 맞춰 정식 참배길로 조성된 도로다. 1970년대 이전까지 도쿄 젊은 문화의 중심지는 신주쿠였으나, 1969년 '신주쿠 서쪽 출구 포크 게릴라 사건' 이후 유행의 축은 시부야와 하라주쿠, 오모테산도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색 짙은 반문화(Counter Culture)는 상업주의적 색채가 강한 서브컬처로 변모하게 되었다.
거장의 숨결이 깃든 '모드(Mode)'의 발신지
오모테산도를 걷는 것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집을 넘기는 것과 같다. 하라주쿠가 '가와이(Kawaii)' 문화의 상징이라면, 오모테산도는 세련된 '모드 패션'의 중심지로 통한다.
오모테산도 힐즈: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여 2006년 오픈했다. 과거 동준회(도준카이) 아파트 자리에 들어섰으며, 오모테산도의 지형적 경사를 살린 내부 구조가 특징이다.
하이 브랜드의 집적: 장년층 중심의 고급 브랜드 거리인 긴자와 달리, 오모테산도는 젊은 층까지 아우르는 하이 브랜드의 각축장이다. 루이뷔통, 디올, 구찌 등 세계적 브랜드의 노면점들이 늘어선 이 거리는 프랑스의 샹젤리제에 비견된다.
골목 안의 정취, 캣스트리트와 우라하라
화려한 대로변을 살짝 벗어나면 오모테산도의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캣스트리트(시부야강 산책로): 시부야와 하라주쿠를 잇는 이 길은 트렌디한 편집숍과 카페가 즐비하여 산책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우라하라(裏原):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 사이의 뒷골목으로, 90년대 서브컬처의 중심지이자 개성 강한 의류 매장들이 밀집해 있다.
역사를 품은 느티나무 가로수길
오모테산도의 진정한 주인공은 약 1.1km 구간에 늘어선 163그루의 느티나무다. 1921년에 처음 심어진 나무들은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대부분 소실되었으나, 1950년경 다시 식재되었다. 그중 11그루는 전화를 견뎌내어 수령 90년이 넘는 위용을 자랑하며, 2020년에는 토목학회 권장 토목유산으로 선정되었다. 겨울철 화려한 일루미네이션은 1991년 지역 상인회인 '하라주쿠 샹젤리제회(현 오모테산도 케야키회)'에 의해 시작된 전통이다.
오모테산도는 단순한 상업 지구를 넘어 동시대의 미학적 정점과 자연의 조화를 목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세련된 쇼윈도에 비친 느티나무 잎사귀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도쿄라는 도시가 추구하는 품격의 지향점을 발견하게 된다. 화려한 런웨이 같은 길을 지나 산책의 발길은 이제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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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메모]
산책 팁: 오모테산도 교차로에서 시작해 메이지 신궁 방향으로 내려오며 건축물을 감상한 뒤, '미유키 거리(御幸通り)'를 따라 네즈 미술관까지 걷는 코스를 추천한다.
역사적 의미: 전후 미군 시설인 '워싱턴 하이츠'가 인근에 들어서며 미국인을 상대로 한 상점들이 생겨난 것이 현재의 패션 거리로 변모하는 시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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