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⑤] 문선명의 워싱턴 타임스가 노무현을 살리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1-11 05:22:47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2003년 5월, 첫 방미를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워싱턴 타임스(The Washington Times)와 가진 단독 인터뷰는 당시 한미 관계의 긴장감을 완화하고 참여정부의 진의를 미국 심장부에 전달한 결정적 사건이었다.
2003년 5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 노무현은 '가장 다루기 힘든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이 선택한 반전의 카드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보수적인 매체이자 문선명 총재가 소유한 '워싱턴 타임스'였다.
①: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미국 내 의구심에 정면으로 답했다. "과거 나의 발언들이 반미로 해석된 것은 오해"라며, "한국에 있어 미국은 대체 불가능한 혈맹이며, 한미 동맹은 한국 안보의 토대"임을 강력히 천명했다. 이는 워싱턴 타임스를 읽는 미 정계 보수 주류층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뢰 선언'이었다.
②: "북핵, 압박보다 대화가 먼저"
노 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면서도 평화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북한의 핵 보유는 결코 용납할 수 없으나, 무력 사용이나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한반도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시 행정부의 '악의 축' 규정과 차별화하면서도 미국을 설득하는 논리였다.
③: "수평적이고 성숙한 동맹으로의 진화"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의 성장을 강조하며 "이제 한미 관계는 일방적인 의존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성숙한 파트너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미국 보수층에게 한국이 책임 있는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다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 문선명의 '펜'과 노무현의 '입'이 만났을 때
당시 외교가에서는 이 인터뷰의 성사 배경에 주목했다. 문선명 총재는 자신이 구축한 워싱턴의 인적 네트워크와 미디어 장악력을 활용해 노 대통령에게 '멍석'을 깔아주었다.
정치적 성향은 극과 극이었으나, 문 총재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노 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통일교의 자산을 실용적으로 활용했다.
■ 인터뷰 그 후: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발판
이 인터뷰는 미국 보수층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리는 완충 작용을 했다. 이후 열린 부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예상보다 훨씬 매끄러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훗날 기록들은 이 인터뷰를 두고 "진보 대통령이 보수 종교 지도자의 매체를 통해 미국의 심장부에 던진 가장 영리한 외교적 한 수"였다고 평가했다. 문선명 총재의 비전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국익'이라는 교차점에서 만나 일궈낸 한국 현대사의 독특한 장면이었다.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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