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큐가 도시를 바꾼다…고양시, EIDF와 영상 인재 키워 ‘콘텐츠 도시’ 도약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 2026-08-24 09:52:02

EIDF 24일 개막…28개국 64편 통해 세계 다큐멘터리 흐름 한눈에
호수공원 야외상영·고양시민 극장 무료 관람…시민 일상 속 영화제
‘고양 다큐 아카데미’로 청년 제작자 육성…기획부터 배급까지 실전 교육
방송영상밸리·일산테크노밸리 연계…관람 중심에서 산업 생태계로 확장
EIDF2026 개막작 ‘요 (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미국, 애나 피치/뱅커 화이트)/ 고양시 제공

[로컬세계 = 임종환 기자]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영화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만나는 관객과 카메라 뒤에서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청년 창작자가 한 도시에서 만난다. 고양시가 EBS국제다큐영화제를 단순한 영상 행사가 아닌 지역의 문화자산이자 미래 콘텐츠 산업의 기반으로 키우려는 이유다.

24일 막을 올리는 제23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6)는 일주일 동안 고양시 곳곳에서 세계 다큐멘터리 작품을 선보인다. 극장과 야외 공간, TV와 온라인을 넘나드는 상영 방식으로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영화제’에서 ‘만드는 영화제’로 영역을 넓혔다.

고양시 입장에서는 의미가 더 크다. 방송영상밸리와 일산테크노밸리 등 콘텐츠 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가운데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창작자와 산업이 만나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관객을 지역에 머물게 하고, 청년 창작자가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로 떠오른다.

세계 28개국 64편…EIDF, 고양에서 시대의 얼굴을 담다

EIDF2026은 ‘시대의 초상’을 주제로 28개국 64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2004년 시작된 EIDF는 지상파 방송사가 주최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올해로 23회를 맞았다. 경쟁 부문인 ‘페스티벌 초이스’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작품을 소개하는 ‘월드 포커스 시네마’,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조명하는 ‘아시아 커런츠’, 한국 작품을 다루는 ‘코리안 웨이브’ 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올해는 AI를 둘러싼 변화와 기술의 의미를 다루는 ‘비전 오브 AI’, 이미지와 권력·선전의 관계를 살펴보는 ‘다큐필’ 등 새로운 섹션도 선보인다.

시대가 빠르게 변할수록 다큐멘터리가 다루는 주제도 달라진다. AI와 기후, 사회 갈등부터 개인의 삶까지 다양한 시선을 담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영화제의 특징이다.

EIDF2026 상영작 ‘이카이노 전기’(한국, 이원식)

호수공원에서 만나는 다큐…시민에게 영화제를 돌려준다

올해 EIDF는 극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27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후 9시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야외 특별 상영회가 열린다. 여름밤 호수를 배경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 시민들이 보다 편하게 영화제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극장 상영도 이어진다. 백석 메가박스 벨라시타에서는 국내외 주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며 고양시민은 신분증을 지참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작품 상영과 함께 관객과 창작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고양시가 2017년부터 EIDF를 지원해 온 것도 이 같은 지역 밀착형 영화제의 기반이 됐다. 국제영화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을 확보하면서도 시민들이 생활권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혀온 셈이다.

영화제를 넘어 창작자를 키운다…‘고양 다큐 아카데미’ 가동

이번 EIDF에서 고양시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인재 육성이다.

시는 EIDF와 함께 청년 제작자를 대상으로 ‘고양 다큐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된 교육에는 현직 영화인들이 강사로 참여해 다큐멘터리 기획과 예산, 촬영, 배급 등 실제 제작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다뤘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것은 아이디어만이 아니다. 기획을 구체화하고 제작비를 마련하며 촬영과 편집을 거쳐 관객에게 전달하는 과정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EIDF의 ‘인더스트리’ 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국내 신진 창작자의 작품 제작을 돕는다. 기획·제작 단계의 다큐멘터리를 발굴해 단계별 지원을 제공하고,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IDFA(암스테르담국제다큐영화제)와의 연계 등을 통해 해외 진출 가능성도 넓힌다.

고양시로서는 이 프로그램이 일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방송영상 산업과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EIDF2026 상영작 ‘용접공 소녀’(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아나스타시야 미로시니첸코)

방송영상 인프라와 연결…‘콘텐츠 소비 도시’에서 ‘창작 도시’로

고양시는 방송영상밸리와 일산테크노밸리 등을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인프라에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와 창작자 교육이 더해지면 영화제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산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청년 창작자가 제작을 배우고, 기업과 기관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나는 구조다. 여기에 지역의 영상 관련 시설과 기업이 참여한다면 창작→제작→유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가능하다.

결국 고양시가 그리는 그림은 ‘영화를 보러 오는 도시’에서 ‘콘텐츠를 만들러 오는 도시’로의 확장에 가깝다. 국제영화제의 브랜드를 지역 영상산업의 성장 기회로 연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민경선 시장은 EIDF와의 협력을 통해 청년 영상 인재를 키우고 방송영상 산업 기반을 넓혀 글로벌 문화예술 도시로서 고양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영화제의 진짜 가치는 관객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양이 EIDF를 통해 사람을 모으는 도시를 넘어 사람과 콘텐츠가 성장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26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6) 포스터

임종환 기자 lim4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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