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후쿠시마로 이어진 한방 의료봉사…한일 우정에 온기 더하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6-09-26 08:43:59

이승교·박신엽 원장, 정원석 교수, 25~26일 하야시 회장 저택서 직원·주민 대상 봉사
중의원 7선·국무대신을 지낸 하야시 헤이마의 손자 하야시 회장…3대 이어온 양식기업과 한국 의료진의 만남
하야시 회장 저택에서 진료 중인 한방의료봉사단. 사진 = 이승민 특파원.

[로컬세계 = 글·사진 이승민 특파원]  한국 전통무용을 배우는 도쿄의 학원에서 펼쳐진 한방 의료봉사가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자리로 이어졌다.

심포니한의원 이승교 대표원장이 이끄는 한방의료봉사단은 9월 25일 하야시양어장 그룹 하야시 신페이(林 愼平) 회장의 저택을 찾아 회사 직원과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봉사는 26일까지 이틀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활동에는 이승교 원장과 부인 박신엽 원장,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정원석 교수가 함께했다. 의료진 세 사람은 앞서 24일 동경 정애진 한국무용학원에서 한방 치료 봉사를 진행한 데 이어 일본 지역사회로 나눔의 발걸음을 옮겼다.

춤과 장단으로 사람들을 이어온 문화교류의 공간에서 시작된 만남이 기업 직원과 이웃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는 자리로 이어진 것이다.

하야시양어장 그룹 회사식당에서 하야시 회장 부부. 하야시 회장이 본사의 송어 식당에서 의료봉사단을 초대하여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었다.

중의원 7선과 국무대신을 지낸 하야시 헤이마의 손자

이번 봉사가 진행되는 저택의 주인인 하야시 신페이 회장은 일본 정치인 하야시 헤이마(林平馬·1883~1972)의 손자다.

후쿠시마현 출신인 하야시 헤이마는 1928년 중의원 의원에 처음 당선된 이후 모두 일곱 차례 당선됐다. 1939년 히라누마 기이치로 내각에서 철도참여관을 지냈으며, 1947년에는 가타야마 데쓰 내각의 국무대신으로 입각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걸쳐 의정활동을 이어간 인물이다.

하야시 가문의 양식업은 신페이 회장의 아버지인 林邦朗 씨가 시작했다. 지역 언론의 창업 80주년 보도에 따르면, 사업은 창업자 林邦朗 씨로부터 2대 경영자인 신페이 회장을 거쳐 그의 장남인 하야시 소이치로(林 総一郎)에게로 이어졌다.

신페이 회장은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수산학을 공부했다. 귀국 후 아버지의 양어장에 입사해 40세에 사장이 됐으며, 70세에 장남에게 경영을 넘기고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개 인터뷰에서는 해외의 새로운 양식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수해와 원전 사고 등으로 겪은 어려움을 극복해온 경험을 소개했다.

하야시양식장 그룹이 운영하는 시라가와낚시터(FOREST SPRINGS)

1935년 창업…3대가 이어온 양식업의 역사

하야시양어장은 1935년 5월 후쿠시마현에서 창업해 올해로 창업 91주년을 맞았다. 1968년에는 법인이 설립됐으며, 본사는 후쿠시마현 니시시라카와군 니시고촌에 있다. 현재 대표이사는 신페이 회장의 장남인 하야시 소이치로가 맡고 있다.

회사는 송어·연어류 양식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알의 부화부터 성어로 성장하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며 식용과 낚시용 어류를 생산한다. 양식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은 관련 장비 판매와 양어장·낚시시설 설계 및 자문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사업은 어류 양식과 가공·판매를 비롯해 사료·양식 장비 관련 사업, 낚시·레저시설 및 음식점 운영에 이른다. 후쿠시마의 양식시설을 기반으로 미야기현과 아이치현, 돗토리현 등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또한 나스시라카와·우라반다이·자오·가이세이미즈베의 ‘포레스트 스프링스’ 낚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물고기를 기르는 양식업과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는 여가 공간을 함께 발전시켜온 것이다.

축적한 양식 경험에 육상양식 기술을 더하다

그룹이 최근 힘을 기울이는 분야는 순환식 육상양식이다. 관련 회사인 하야시양어 주식회사(林養魚株式会社)는 아이치현 다하라시에서 해수를 이용한 순환식 양식시설을 운영하며 ‘아쓰미 프리미엄 RAS 연어’를 생산한다.

주식회사 돗토리하야시양어장(株式会社鳥取林養魚場)은 돗토리현 고토우라정에서 지하수와 대형 순환식 시설을 활용해 ‘돗토리 고토우라 그랑 연어’를 기른다. 일본양어기술은 양식 자문과 장비 설계·판매를 통해 국내외 사업자를 지원한다.

이러한 사업 성과는 올해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하야시양어장 그룹은 ‘제12회 재팬 레질리언스 어워드 2026’에서 연어의 순환식 육상양식 사업으로 그랑프리를 받았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기술의 선진성과 지속성 등이 평가됐으며, 수산업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이 상을 받았다.

신페이 회장은 자연을 가꾸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경영을 장남에게 넘긴 뒤에는 낚시시설 주변 산야를 ‘일본 제일의 꽃동산’으로 만드는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낚시터 연못을 직접 설계하고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시설을 고민해왔다는 그의 이야기는 사업과 자연을 함께 바라보는 면모를 보여준다.

하야시 회장 저택에서 진료 중인 한방의료봉사단. 사진 = 이승민 특파원.

서로 다른 전문성을 모은 세 의료인

이번 봉사에 참여한 이승교·박신엽 원장과 정원석 교수는 각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뜻을 모았다. 국내외 의료봉사를 이어온 이 원장, 진료와 전통음악 활동을 병행해온 박 원장, 재활 진료와 교육·연구에 힘써온 정 교수가 함께 의료 나눔에 나선 것이다.

봉사단을 이끄는 이승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출신으로, 심포니한의원에서 진료하며 국내외 의료봉사를 이어왔다. 2018년에는 모로코 의료봉사에 참여했으며,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서 선교사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봉사했다.

국내에서도 군부대 등을 찾아 의료 나눔을 실천해왔다. 2025년에는 심포니한의원이 의정부소방서와 협력해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건강 상담과 한의 진료를 진행했다.

이 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현지 의료기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도움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지역 의료인과 주변 여건까지 살피며 봉사하려는 태도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도 도쿄의 한국무용학원에 이어 하야시 회장 저택을 찾아 직원과 주민들을 위한 의료 나눔에 참여했다.

이 원장의 부인인 박신엽 원장은 심포니한의원에서 진료하는 한의사이면서 해금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0년 무렵 경희대학교 평생교육원의 ‘한방음악치유’ 수업에서 해금을 접한 뒤 진료와 함께 꾸준히 연주 활동을 이어왔다.

2024년 2월에는 이담문화예술재단과 해금연구소 무궁이 공동 주최한 ‘해금 뮤지션 오디션 프로젝트 FUN 시즌2’에서 아마추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해금산조와 박남정의 「널 그리며」를 연주하며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였다.

박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음악을 통해 위로를 얻었으며, 그 감동을 관객에게 전할 때 기쁨을 느낀다고 밝혔다. 진료실과 공연 무대에서 사람들을 만나온 박 원장은 이번 일본 방문에서 한국 전통예술을 배우는 학원생들과 지역 주민들을 차례로 만나 의료 나눔을 실천했다.

정원석 교수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재활의학과교실 교수이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장으로, 진료와 교육·연구에 힘써왔다. 경희대학교에서 한의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주요 진료 분야는 오십견과 스포츠 손상, 턱관절 장애 등 근골격계 질환과 정형외과 수술 후 재활, 자세 교정 등이다.

아제르바이잔 서울–바쿠 경희한방병원에서 진료과장을 역임하며 해외 진료 경험을 쌓았고, 2021년에는 제13대 한방비만학회장으로 취임했다. 2025년에는 ‘한의의료기관 감염관리 표준 매뉴얼’ 개발에 책임연구자로 참여하는 등 환자 안전과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에도 힘을 기울였다.

정 교수는 경희의료원 인터뷰에서 전문적인 실력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갖춘 의료인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봉사에서는 대학병원과 해외 의료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두 원장과 함께했다.

하야시 회장 저택에서 진료 중인 한방의료봉사단. 사진 = 이승민 특파원.

문화교류에서 일상의 건강을 돌보는 만남으로

앞서 의료진 세 사람이 방문한 동경 정애진 한국무용학원은 한국 전통 춤을 가르치고 공연을 통해 일본 지역사회와 교류해온 공간이다. 정애진 원장과 학원생들이 춤과 장단으로 사람들을 이어왔다면, 이날 의료진은 건강을 돌보는 봉사로 그 만남에 힘을 보탰다.

지난 24일 이곳에서 치료받은 참가자들은 치료 직후 자신들이 느낀 변화와 만족감을 전하며 의료진의 봉사에 호응했다. 한국 전통예술을 배우던 공간에서 의료진과 참가자들이 만나 건강을 살피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같은 만남은 25일부터 하야시 회장 저택에서 회사 직원과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로 이어졌다. 전통예술을 함께 즐기는 교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웃의 건강과 일상을 살피는 만남으로 폭을 넓힌 셈이다.

의료봉사단은 26일까지 봉사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도쿄의 무용학원에서 하야시 회장 저택으로 이어진 이번 봉사는 한국 의료진과 일본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만나 서로를 이해하는 민간 교류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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