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시선]캄보디아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 청년들 — 그들의 실종은 사회의 경고음이다

노철환 편집위원

local@localsegye.co.kr | 2025-10-19 09:24:42

캄보디아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납치와 실종 사건이 단순한 해외 치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내는 경고음으로 울리고 있다. 그 어둠은 먼 나라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투영된 그림자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한국인 납치‧실종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에만 수백 건의 실종·불법감금 의심 사례가 접수됐고, 여전히 수십 명의 한국인이 생사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들 중 다수는 ‘고수입 단기 해외직’이라는 유혹에 이끌려 출국한 청년들이다.

그들의 발걸음은 시작부터 함정이었다. SNS와 구인 사이트에는 “해외 IT 업무”, “고수입 단기 계약직” 같은 문구가 넘쳐난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하면 여권이 압수되고, 감금과 협박, 강제노동 혹은 온라인 범죄에 동원되는 악몽이 시작된다. 최근에는 한국 대학생이 납치·살해된 사건까지 알려지며 국민적 충격을 주었다.

이 비극의 뿌리는 단순히 외국의 범죄조직이 아니다. 청년층의 불안정한 일자리, 미검증 해외 알선업체의 난립, 그리고 “나는 괜찮겠지”라는 사회적 무감각이 맞물려 만든 구조적 재난이다. 캄보디아의 어둠은 그저 낯선 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그늘이 비친 거울이다.

이제 국가는 “여행주의보 발령”에 머물러선 안 된다. 사전검증 시스템, 피해자 구조 프로토콜, 불법 알선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 단속과 외교 협의뿐 아니라,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 속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국내 기반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를 ‘무모한 사람’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그들은 범죄의 희생자이며, 제도의 빈틈 속에 떨어진 시민이다.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이름 앞에서, 우리는 변명 대신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한 사람의 실종은 한 사회의 경고음이다. 그 경고를 듣지 못한 사회는 결국 또 다른 이름을 잃게 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경고에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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