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기자실 매개로 언론 길들이기?
오영균
gyun507@localsegye.co.kr | 2015-06-22 16:38:07
이춘희 시장 “메이저 마이너 구분 없이 소통” 헛구호 그치나
기자 편의제공이 목적이라면 대상 특정되선 안돼
▲굳게 닫힌 세종시 기자실 출입문. 세종시가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특정 언론사만 출입할 수 있는 기자실을 조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오영균 기자. |
[로컬세계 오영균 기자] 세종시가 특정 언론사만 출입할 수 있는 기자실을 조성해 ‘언론사 줄세우기’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자실의 경우 주류 기자들에게 일정한 장소를 제공하고 보도방향이나 논조를 쉽게 통제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는 비판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매개로 언론통제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시는 최근 연기군 시절부터 사용하던 구 청사 시대를 접고 세종정부청사가 인접한 신도시 보람동 3생활권 신청사로 이전을 했다.
문제는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기존에 없던 기자실이 갑작스레 신설되면서 불거졌다.
세종시는 기자실을 신청사 2층 브리핑룸 주변에 마련했다. 그러나 이곳은 기자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지방언론 중 특정 16개사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해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청사 이전까지 세종시를 출입하는 중앙지, 통신사, 지방 각 언론사 취재기자들은 세종시 브리핑룸에서 자유롭게 취재의 방향과 영역을 넓혀왔다. 이는 참여정부 이후 구태가 만연한 ‘기자실’을 폐쇄하고 ‘브리핑룸’을 신설한 시대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춘희 시장의 언론관 또한 기자실 보다는 브리핑룸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 시장은 지난해 민선 2기 출범 당시 “참여정부의 뜻을 이어 ‘소통’을 위한 정책은 브리핑”이라며 “언론매체의 메이저, 마이너 구분 없이 세종 행복시정에 따른 발전 방향에 미흡한 부분과 국가균형발전에 선도도시로서 발전 방향을 출입기자들과 폭넓게 소통해 풀어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신청사 이전과 동시에 이 시장의 소통행보는 특정언론과의 소통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의 소통은 오히려 불통에 가깝다. 특정언론에 혜택을 주고 자기 입맞에 맞게 길들이기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언론만이 사용하는 기자실은 보도방향이나 논조를 통제하는 통로로 사용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기자실은 그동안 취재기회의 평등을 어기고 기자들 간 ‘줄세우기’로 언론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등에서도 폐쇄돼야 한다는 지적을 수 없이 받았다.
기자실 운영으로 줄세우기 논란이 일자 세종시 김재근 대변인은 “출입기자 줄세우기는 아니”라며 “출입기자 중 사무실이 없어 기사 쓸 곳이 마땅치 않은 기자를 위해 기자실을 조성했다”고 답했다.
또한 기자실 조성은 기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며 앞으로 기자실과 브리핑룸에 부스를 각각 4개, 5개 추가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특혜 대상을 조금 더 확대한 것으로 실질적인 논란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이 또한 언론 길들이기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세종시의 입장과 같이 기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특정 언론사 기자들만 출입이 가능한 것이 아닌 세종시청에 출입 등록된 언론사 기자들이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밀실로 이뤄진 기자실이 아닌 개방형 기자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자실’이라는 공간을 조성한 세종시가 운영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자 기자들끼리 풀어야 할 일이라며 ‘아몰랑’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세종시를 출입하는 A기자는 “특정 언론사에게만 기자실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며 “시가 기자실 제공을 미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천안시도 특정 언론사 기자들만 출입하는 기자실을 운영하다 기자들 간 분쟁으로 기자실을 아예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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