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10년…지방채 ‘굿바이’

맹화찬 기자

a5962023@localsegye.co.kr | 2015-02-16 09:39:31

부산 남구청 ‘빚과의 전쟁’ 마감

▲부산 남구청 전경. 남구는 구청사와 남구국민체육센터 건립을 위해 차입한 지방채 잔액과 이자 50억4600만원을 조기 상환해 7억5000만의 이자비용을 절감했다. ©로컬세계

[로컬세계 맹화찬 기자] 지자체들이 재정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부산 남구는 빚을 조기 상환하고 이자분을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어서 화제다.

남구는 지난달 12일 구청사와 남구국민체육센터 건립 등으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지방재정공제회를 통해 차입한 지방채 잔액과 이자 50억4600만원을 모두 상환했다. 이로써 10년만에 빚 없는 구정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원래 이 부채는 연이율 4.49% 고정금리로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2025년까지 갚기로 돼 있었는데 예정보다 10년이나 앞서 모두 갚았다. 상환 재원은 남구국민체육센터 운영 흑자로 얻은 특별회계 전입금 10억원과 긴축 재정으로 확보한 순세계잉여금 14억원, 여기에 최근 구유지 도로가 아파트 재개발 부지에 편입되면서 매각대금으로 받은 36억원 등이다. 조기 상환으로 남구는 7억5000만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구가 부채를 지기 시작한 때는 새 청사를 건립하던 2005년으로 거슬러간다. 남구는 1995년 3월 1일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수영구와 분리돼 남천동에 있던 청사를 수영구에 넘겨주고 오피스텔과 가건물 등을 전전해 신청사 건립은 당시 꼭 필요했다.


이때 공사비 일부가 부족해 89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또 2009년 백운포 일원에 남구국민체육센터를 준공하면서 추가로 30억원의 지방채를 다시 발행했다. 한때 남구의 채무액이 118억 원을 웃도는 등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종철 구청장은 “지방채 조기상환으로 절감된 돈과 매년 상환해 오던 재원을 이제는 30만 구민의 행복을 위한 주민 복지증진과 주민 편익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빚과의 10년 전쟁 

남구청 문화체육과 김미정 주무관의 업무용 책상에는 ‘한일은행’이라는 낡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한일은행은 IMF 외환위기 시절 인수합병으로 사라진 은행이다. 1995년에 들여와 20년 된 책상이지만 아직은 쓸만하다는 게 김 주무관의 설명이다. 이처럼 남구청 공무원들의 책상과 캐비닛 등 사무용품들은 내구연한(10년)을 훌쩍 넘긴 ‘골동품’들이 즐비하다.


구는 지방채 원금 147억2000만원과 이자 26억원 등 총 173억원을 지난 10년간 나눠 갚아왔다. 빠듯한 구정 예산을 쪼개 한 해 17억원 이상을 갚으려면 마른 수건도 다시 짤 수밖에 없었다.


구는 업무추진비와 사무용품비를 기준액의 85%만 편성해 4년간 8억원을 아끼는가 하면 특히 업무용PC의 내구연한을 4년에서 6년으로 늘려 약 6억5000만원을 절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행사나 축제성 경비, 자산취득비, 재료비, 연구개발비 등을 매년 5% 의무 절감을 실시했다. 이처럼 전시성 행사경비 축소, 불요불급한 예산편성 자제, 사무비품 사용기간 연장, 청사 에너지 절감 등의 경상경비를 아껴 2010년부터 4년간 20억원 넘게 절감해 이를 부채 상환에 충당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허리띠만 졸라매지는 않았다. 평생교육 활성화 지원사업 등 여러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응모해 4년간 18억원의 당선 상금을 받는가 하면 재정균형집행 평가 등 각종 업무평가대회에서 상사업비로 14억원을 벌어들여 주민숙원에 투입하기도 했다. 재정 위기가 되레 업무 효율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구청장은 “복잡 다양해지는 주민욕구와 행정환경의 변화로 지방자치단체로서 부채가 없을 수는 없지만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영에 대한 책임은 자치단체장이 지는 파산제도의 도입 등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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