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민주주의는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법과 정의(Ⅳ)
마나미 기자
| 2022-06-28 10:51:06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그런데 이번에는 북괴 살인 집단이 무차별 난사로 살인하고 시신마저 불태워버렸던 서해 어업지도선 공무원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울분이 치솟고 있다.
필자는 어업지도선 공무원 살인 사건이 났을 때부터 납북이 아니니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칼럼을 통해서 외쳤다. 그러나 엄연히 법이 존재하니 정의가 실현되어야 할 대한민국에서 그 정의는 빛을 발하지 못했었다. 법이 정의를 위해서 쓰여야 하는데 권력을 위해서 쓰이며, 정무적 판단이라고 포장된 거짓이 기현상을 낳은 결과 중 하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법은 오로지 정의를 위해서 쓰여야 함에도 정무적인 판단이라는 미명하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권력을 위해서 할애 되어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 지금 대한민국은 혼란스럽다.
국회에서 입법화된 ‘검수완박’이라는 법을 가지고 여야는 서로 백성을 위해서인지 아닌지로 설전을 한다. 그런가 하면 ‘검수완박’에 대응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이 인사와 예산에 관여해서 경찰 권력을 통제할 목적이다 아니다로 나라가 시끄러우니 백성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여야는 서로 자신의 행위는 백성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백성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짓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검찰을 개혁한다면서 검찰 인사와 수사권을 간섭하던 정부나, 경찰권이 독립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잘잘못을 떠나 다시 통제권 안으로 편입하겠다는 거나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법이 정의를 위해서 행해지던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든, 그 과정에는 인간이 개입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 망치는 짓을 함으로써 정의가 사라지고 법이 망나니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망나니 춤을 추게 만드는 인간을 색출해서 다시는 그런 인간이 나타나지 않도록 엄벌하면 정의가 더 지켜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 원칙일 텐데, 그건 차치하고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화살을 막으려는 자와 그 화살을 정조준하려는 자로 나뉘다 보니 희한한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것이다.
정말 정의가 존재하는 법치국가라면, 기득권 확보를 위해서 잘못 설정된 정의를 잡고 늘어지기보다, 지금까지의 구태의연한 작태를 청산하고 그 틀을 벗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면서 돈 몇 푼 보태주는 것으로 땜빵하고, 자기 자식들은 엄마찬스 아빠찬스를 총동원해서 보통 젊은이들의 저 앞에서 출발하게 한다. 그러다가 들통 나면 대충 얼버무리며 인사청문회만 넘어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인사청문회 하는 동안의 수모만 견디면 고위 공직에 임명되어 더 많은 혜택을 자식들에게 줄 기회가 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한 인사청문회는 힘없고 빽없는 백성들의 가슴에 대못만 박고, 기회균등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은 이 나라의 젊은이들에게는 상실감만 안겨줄 뿐이다.
지금 백성들은 이 나라에 그렇게도 인재가 가물어 청문회를 거치는 고위 공직에 그런 사람들이 추천되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더더욱 그 자녀는 얼마나 못나서 부모의 부정을 덮어쓰고 세상에 나오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드러난 사람들은 모름지기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아서 색출하지 못한 선출직과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돈 많은 부류에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사건이 반복될수록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힘 없는 기성세대마저 허탈감과 자괴감에 빠져, 결국 나라가 무기력해지고 만다. 무기력해진 나라가 갈 길은 빤하다. 지금부터라도 권력과 부를 동원해서 편법으로 힘을 대물림해온 이들에게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드러나지 않은 이들까지 찾아내어 대대로 기를 못 펴게 가혹한 형벌을 내려야 한다.
그것만이 이 땅에서 다시는 그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고, 기회균등이라는 법의 정신에 입각한 정의를 실현함으로써 백성들이 한 번도 살아 보지 못한 나라에서 살게 해주는 방법이다. 사람이 먼저라며 한 번도 살아 본 적 없는 나라에서 살게 해준다더니 고공 행진하는 집값과 물가 위에서 둥실 떠 정신 차릴 수 없이 혹독한 삶을 살게 만들어 준 그런 세상이 아니라, 정의가 실현되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백성들을 살게 해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이 존재하는 법치국가이니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다. 지금까지 무늬만 민주주의에 섣부르게 형성된 자본주의에서 살았다면,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민주주의의 첫 문을 열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통은 힘없는 이들의 호소를 힘 있는 이들이 경청하는 것이고, 민주주의의 문은 권력과 돈으로 대변되는 힘 있는 이들이 열지 않으면 절대 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게 실현되지 못하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5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잠자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잠든 사이에 퇴보하는 나라의 종착역이 어딘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지금 정의가 실현되지 못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은 지금만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내 후손들을 패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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