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정 칼럼] 전통적 공기원근법을 넘어선 개념적 색면의 미학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 2025-12-05 11:31:35
공기원근법(Aerial Perspective)을 표현하기 위해 나이프(Palette Knife)를 사용하여 개념적인 색면 대비를 이룬다고 하는 것은, 일반적인 유화 기법을 미학적 철학에 맞게 혁신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붓 대신 나이프를 사용하면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임파스토(Impasto) 효과가 극대화된다. 물감이 화면 위로 돋아나 물리적인 덩어리를 형성하며, 이는 평면 회화에 조각적인 질감과 촉각적인 차원을 부여한다.
나이프의 두꺼운 물감 덩어리는 관람자에게 물질적인 존재감과 역사의 깊이를 시각뿐 아니라 촉각으로도 전달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
나이프는 물감을 섞기보다는 분리된 상태로 화면에 펴 바르거나 긁어낼 때 유용하다. 이는 색과 색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어 순수한 색면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대비를 이루도록 한다. '개념적인 색면 대비' '순수한 조형을 통해 실제 형상을 발견하고 표현'하려는 철학을 구현한다.
산수유 마을을 '노란색 공기'로 해석할 때, 이 노란색은 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색채로 독립적인 개념을 형성하며, 나이프의 명확한 경계를 통해 그 개념성이 더욱 강화된다.
나이프는 붓보다 빠르게 색을 얹거나 긁어내기 때문에, 작가의 감정과 동작이 즉각적으로 화면에 기록된다. 이는 순간적인 빛과 공기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효과적이며, 화면 전체에 강한 생동감을 부여한다.
'자연의 색채 변화와 공기의 관계 속에서 수시로 변화하는 것을 포착한다'는 작업 태도가 나이프의 빠른 터치를 통해 실현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전통적인 공기원근법은 먼 거리를 표현하기 위해 색의 채도를 낮추고 명도를 높이지만, 본인이 시도한 공기원근법은 '노란색 공기'를 통해 원경, 중경, 근경을 표현한다. 나이프의 질감 변화나 색면의 크기/위치 대비를 통해 거리감을 확보하되, 농담과 색조를 달리하여 일반적인 소실점 대신 개념적인 깊이감을 만들어 철학적인 색채로 표현한다.
산수유의 노란색이 천년 역사를 담고 있듯, 이 '노란색 공기'는 단순한 시각적 현상이 아닌 역사적 시간과 작가의 믿음이 담긴 가장 근원적인 존재의 색이 된다.
나이프 기법은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믿음'을 물리적인 질감으로 표현하고, 그 믿음을 개념적인 색채 구조로 정립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로컬세계 / 이태술 기자 sunrise12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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