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면의 로컬 시선] 추석 명절, 당뇨인 발 부종에 족욕·호박즙이 '독'이 될 때
한상면 기자
samhan38@naver.com | 2026-09-22 12:03:50
풍성한 한가위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은 풍요로워지지만, 당뇨를 오래 앓아온 환우와 그 가족들의 시름은 오히려 깊어진다. 명절 음식을 조금만 과식해도 혈당이 널뛰는 데다, 유독 명절만 지나면 발과 다리가 퉁퉁 부어올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님의 부은 발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뜨거운 물로 족욕을 해드리거나, 붓기에 좋다는 호박즙·식초·한방차를 정성껏 달여 드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당뇨와 신장 기능 저하를 동반한 부종 환자에게 이러한 민간요법은 자칫 발 상처를 유발하거나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족욕과 즙류, 왜 강력히 경계해야 할까?
당뇨 환자의 발 부종은 단순한 피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부종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말초혈관이나 신장 기능과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는 만큼, 반복되거나 심해지는 부종은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족욕도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발의 감각이 둔해진 상태에서는 따뜻한 물의 온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해 화상을 입기 쉽다. 특히 발을 뜨거운 물에 오래 담그거나 피부를 불린 상태에서 상처가 생기면 감염 위험도 커질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역시 당뇨인의 발은 감각 저하로 화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뜨거운 물에 발을 씻거나 오래 담그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즙류 역시 무조건 몸에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늙은호박즙이나 각종 채소·한방차 등은 제품과 원료, 섭취량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지며,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칼륨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의 칼륨 배출 능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특정 음료나 농축 식품을 장기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신장 기능과 혈액검사 결과에 맞게 섭취해야 한다.
명절 분위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막걸리나 맥주 등 발효주는 당질과 전해질을 동시에 자극하여 다음 날 하치 부종과 야간 저혈당 쇼크를 유발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그래도 명절인데…" 환우를 위한 지혜롭고 따뜻한 타협점
이토록 위험성이 크다고 해서 명절 내내 모든 음식에 손도 대지 못한 채 참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엄격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원칙만 지킨다면 명절의 풍성함을 안전하게 누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고기는 달고 짜게 조린 갈비찜이나 기름진 전을 피하더라도, 기름기가 적은 한우 살코기나 닭가슴살 등을 적당량 섭취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닭가슴살을 소금 없이 푹 삶아 얇게 썰어낸 저염 수육 23점(약 5070g)은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부추나 들깨가루를 살짝 곁들이면 소금 없이도 풍미를 즐길 수 있다.
나물은 ‘데쳐서’ 소량만 먹는 것도 방법이다. 채소의 칼륨은 물에 데치면 상당량 빠져나간다. 끓는 물에 푹 데쳐 나트륨 간을 최소화한 나물은 밥반찬으로 조금씩 곁들여 드셔도 무방하다.
마음의 허기는 ‘따뜻한 맹물’과 ‘가족의 온기’로 달래보자. 달콤한 식혜나 즙 대신, 미지근한 맹물이나 보리차를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것이 체내 노폐물을 비우는 최고의 보약이다.
차가운 발에는 족욕 대신 조이지 않는 수면양말을 얹어드리고, 잘 때 다리 밑에 베개를 받쳐드리는 손길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사랑의 표현이다.
식탐을 억지로 참으라는 무자비한 금지가 아니다. 내 몸의 신장과 혈관, 혈당 상태가 견딜 수 있는 ‘지혜로운 적당량’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지키면서 가족과 함께 오래도록 건강한 한가위를 누리는 가장 따뜻한 비결이다.
이번 추석에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기쁨과 더불어 가족의 건강까지 살피는 마음을 나눠보자.
한가위 풍족하시고 행복하세요.
한상면 대표기자 samhan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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