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 문제 논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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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localsegye.co.kr | 2020-06-04 12:16:12

권기환 칼럼니스트

 

▲권기환 칼럼니스트.
군 최고 원로 백선엽 장군(예비역 대장)의 사후 국립 현충원 안장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4일 ‘친일파 파묘(破墓)’이슈를 꺼낸 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으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홍걸 의원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백선엽 씨는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했다”며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 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戰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발행된 백선엽 씨의 책을 보면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현재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 반민족 행위자를 다른 곳으로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지면 ‘6·25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는 백 전 장군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게 된다.


여권에서 국립묘지법 개정에 나서고 앞다퉈 여권 인사들이 백 장군의 국립현충원 안장 불가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재향군인회는 “국군을 부정하는 발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발끈하고 있다.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은 “백선엽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실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 국가보훈처의 넋 나간 조치는 취소돼야 마땅하다”며 “이 정도면 국가보훈처가 아니라 국가망신처”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백 장군님은 6·25 전쟁 영웅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구한 분이고, ‘6·25의 이순신’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법에 따라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여권이 4.15 총선 승리 후 기다렸다는 듯이 백 장군의 사후 현충원 안장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백 장군이 누구인가. 그는 북한군의 기습으로 국군이 낙동강까지 후퇴했을 때 육군 1사단을 지휘했다.

경북 칠곡에서 지원 나온 미군 2개 연대와 함께 6·25 최대 격전으로 꼽히는 다부동 전투를 치렀다. 당시 전투 중 한국군 병력 이탈이 심하자 후퇴하는 국군을 가로막으며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며 장병을 독려해 결국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뤄냈다.


그가 이끈 1사단은 인천상륙작전 이후 가장 먼저 평양에 입성했고, 평안북도 운산까지 진격했다. 1951년 11월엔 야전전투사령부 사령관에 임명돼 지리산 빨치산 소탕 작전에도 공을 세웠다. 그의 빛난 전공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구국의 영웅’으로 불리는 이유다.


하나 백 장군은 6·25 전쟁의 전공과 별개로 일제 강점기 ‘간도 특설대’ 복무 경력 때문에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제시대 당시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한 뒤 일제 만주군 소위로 임관해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백 장군은 이러한 간도특설대 이력 때문에 2009년 정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목됐다. 여권에서 ‘친일파’로 몰아세우며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를 어찌 볼 것 인가. 누구나 일생을 살펴보면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이다. 백 장군도 마찬가지다. 일제 치하 청년기의 한때의 과오를 빌미로 6·25 때 자유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지킨 구국의 영웅의 삶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필자의 생각은 일본 강점기 때의 과를 대한민국 절체절명기에 보여준 그의 전공이 덮고도 남는다.


일각에서는 백장군 파묘 문제를 제기한 김홍일 의원 본인의 2002년 알선수재 혐의 처벌 받은 ‘과’가 있는 만큼 스스로 국회의원이 될 자격이 있는 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어쩌고저쩌고 한다는 모양이 기가 막힌다.

정부는 북한정권의 개국 공신인 김원봉의 독립 유공자 서훈 검토로 논쟁이 일때 “공과를 나눠 봐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백 장군의 20대 때의 일부 행적을 들어 6.25의 나라를 구한 전공은 모두 덮어 둔 채 ‘친일파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과연 공과를 제대로 평가해서 한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가 어려울 때 헌신한 전쟁영웅에 대한 공과 평가가 정권과 진영의 이해에 따라 달라져 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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