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정부 ‘8·13 주택 신속공급’에 13개 현장 해법…보상·교통·기업이전 속도 낸다

문성용 기자

hyosung6356@naver.com | 2026-09-07 12:59:50

추미애 “국회 협의 서둘러야”…지방정부 권한 확대·광역교통 예타 면제 등 정부 건의 추진


[로컬세계 = 문성용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의 주택 공급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경기도가 실제 사업 현장에서 공급 속도를 늦추는 제도적 걸림돌을 손보겠다며 13개 개선 과제를 마련했다. 중앙정부가 공급 절차의 큰 틀을 단축했다면, 경기도는 보상과 기업 이전, 광역교통, 인허가 권한 등 현장에서 반복되는 지연 요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4일 추미애 경기도지사 주재로 주택 신속공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13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공공택지 조성 과정의 일부 절차를 병행하거나 조기에 추진해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약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공공택지 8만9천 가구를 신속 착공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기간 단축, 경기도는 ‘현장 병목’ 해소

경기도가 별도의 제도개선에 나선 것은 정부가 전체 사업기간 단축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더라도 현장의 개별 절차가 그대로라면 실제 입주 시기를 앞당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대규모 공공주택사업은 토지 보상에서 기업 이전, 광역교통시설 설치, 관계기관 협의까지 여러 절차가 맞물려 있다. 어느 한 단계가 늦어져도 이후 공정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가 마련한 13개 과제도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분야별로는 신속 추진 및 절차 간소화 4건, 기업 이전 대책 및 자족기능 강화 3건, 사업추진체계 개선과 지방재정 예측 기반 마련 6건이다.

보상 서류부터 전산화…초기 사업기간 줄인다

가장 먼저 손질 대상으로 꼽힌 것은 토지와 건축물 보상 절차다.

현재 공공주택지구의 보상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조사 과정에서는 토지·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과세대장 등 10종 이상의 서류를 개별적으로 발급받아 확인해야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런 서류 발급 업무가 기본조사 업무의 30~40%를 차지한다.

도는 관련 자료를 전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정보관리법’과 ‘건축법’ 등에 특례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단순한 행정 편의 개선을 넘어 사업 초기 단계의 보상 기간을 줄여 전체 공공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왕숙·교산·창릉서 드러난 기업 이전 문제도 손본다

3기 신도시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기업 이전 문제도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공공주택지구 안에 있는 공장이나 사업장은 개발에 앞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이들을 수용할 기업이전단지 조성이 뒤늦게 이뤄지면서 사업 지연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의 경우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기업이전단지 지정까지 약 3년이 걸렸고, 고양 창릉은 약 4년이 소요됐다.

기업 이전이 늦어지면 기존 시설 철거가 지연되고, 이는 다시 본 지구 공사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는 단계부터 이전 대상 기업과 이전단지 계획을 함께 검토하고, 가능하면 본 지구와 기업이전단지를 동시에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주택 공급 속도뿐 아니라 기존 사업자의 영업 중단과 이전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주택 공급과 기업의 생존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접근이다.

경기도 권한 확대 요구…‘중앙 주도형 개발’ 변화하나

이번 제도개선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지방정부의 사업 참여와 권한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경기도는 현재 100만㎡ 이상 공공주택지구 10곳에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LH, GH 등과 실무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도는 앞으로 대규모 공공주택사업에서 지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 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공공주택지구 지정·승인 권한 확대도 추진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30만㎡ 미만 공공주택지구에 대해서만 시도의 지정·승인 권한이 인정된다. 반면 택지개발사업은 330만㎡ 미만까지 시도가 승인할 수 있다.

경기도는 공공주택사업 역시 330만㎡ 미만까지 사업자 지정과 지구 지정·변경, 지구계획 승인 등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중앙정부 중심의 공공주택 개발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역별 교통 여건과 산업시설, 학교·공원 등 생활 인프라 수요를 지방정부가 사업 초기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보다 교통이 늦는 신도시’ 막을 수 있을까

신도시 주민들의 체감도가 가장 높은 광역교통 문제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경기도는 공공주택지구의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확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 통상 1~2년이 걸린다. 도는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일부 광역교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될 경우 철도사업은 최소 1년 이상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도시 주민 입장에서는 중요한 변화다. 주택 입주가 시작됐는데 철도나 도로가 뒤늦게 완공되는 이른바 ‘교통 후행’ 문제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이 현실화된다면 주택 공급 물량 자체를 늘리는 것을 넘어 입주 시점에 맞춰 교통망을 갖추는 ‘선(先)교통·후(後)입주’ 정책을 앞당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추미애 “국회와 협의 서둘러야…경기도다운 주거단지 만들 것”

추미애 지사는 제도개선 과제가 실제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국회와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회의에서 “관련 상임위원들과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경기도 지역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제도개선 내용을 설명하고 정기국회의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협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주택 공급의 속도뿐 아니라 신도시의 질도 강조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가 공간과 자연환경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공원과 학교, 캠퍼스 등 다양한 기능을 주거공간과 결합한 ‘경기도다운 복합주거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하며 향후 주요 주택정책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의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관건은 법 개정과 중앙정부 수용 여부

경기도의 이번 대책은 새로운 주택 공급 목표를 추가하기보다 이미 발표된 공급계획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실행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특징이 있다.

보상자료 전산화나 기업이전단지 조기 지정처럼 행정 절차를 개선할 수 있는 과제가 있는 반면, 지방정부 권한 확대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은 법 개정이나 중앙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13개 과제가 모두 단기간에 현실화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경기도는 내부 검토에 그치지 않고 LH와 GH, LX, 3기 신도시 참여 시군 도시공사 등 공동사업시행기관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도지사와 사업시행기관이 참여하는 공동협력회의를 통해 공동건의안을 확정하고 중앙부처와 국회에 제도 개선을 공식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정부의 ‘주택 신속공급’ 정책이 성공하려면 발표된 공급 물량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공공주택지구에서는 주택만 먼저 짓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이전과 교통, 학교, 생활 인프라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경기도가 제시한 13개 현장 개선안이 중앙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결합해 실제 사업기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향후 수도권 주택정책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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