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의 불씨를 지우는 사람들, 부·울·경을 잇는 산불예방연대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6-02-10 14:58:10
5개 지역서 동시에 펼친 산불 예방 현장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3.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동부지역연합회 회원들이 이달 초 진주 봉황교 인근에서 진행된 산불예방 캠페인에서 시민들에게 산불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 김해 대청천 수변공원에서 진행된 산불예방 캠페인에서 시민들에게 산불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겨울 끝자락, 봄을 앞둔 산과 공원 입구에 같은 풍경이 반복됐다. 사진 앞에서 멈춰 선 시민, 스티커를 붙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손, 따뜻한 차를 건네는 자원봉사자의 미소. 장소는 달랐지만 질문은 같았다. “산불, 막을 수 있을까?”
신천지 자원봉사단 부산경남동부지역연합회는 이달 초 부산·울산·진주·창원·김해 등 5개 지역에서 산불 예방 캠페인을 연합으로 전개했다. 부산동부지부를 중심으로 울산지부, 진주지부, 창원지부, 김해지부가 각각 지역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시민들을 만났지만, 캠페인의 방향과 메시지는 하나였다. 산불 예방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 실천이라는 점이다.
부산 해운대 대천공원 입구에서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사진 앞에서 멈췄다. 2025년 산불 피해 사진전은 말보다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한 시민은 “사진으로 보니 겨울철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 난다”며 스티커를 붙이며 산불 원인을 하나하나 짚었다.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봉사를 지켜봐 온 시민들은 “또 나오셨네요. 늘 수고가 많다”며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일회성 캠페인을 넘어 신뢰가 쌓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울산 문수산 등산로 입구에서는 보다 입체적인 참여형 캠페인이 펼쳐졌다. 산불 국민행동요령 영상, 퀴즈, 룰렛, 등산 리본과 생수 나눔까지 이어지자 등산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췄다. 한 시민은 “나무 한 그루 자라는 데 40년이 걸리는데, 산불이 나면 순식간에 재로 변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고, 또 다른 시민은 “차에서 담배꽁초를 던지는 사람들이 가장 문제”라며 현실적인 우려를 내놓았다. 현장에서는 산불 예방은 특정 단체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 속에 다른 단체의 현수막까지 바로잡는 작은 선행도 이어졌다.
진주 봉황교 인근에서는 비교적 소규모지만 밀도 있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사진전과 전단지, 스티커 투표를 통해 시민들은 “작은 실수 하나가 엄청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료와 생수를 나누는 짧은 만남 속에서도 산불 예방에 대한 공감은 분명하게 전달됐다.
창원 한서빌딩 광장에서는 2019년과 2025년 산불 피해 사진이 나란히 전시됐다. 시민들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오래 사진 앞에 머물렀고, 산불 발생 시 처벌 수위가 징역 15년에 이른다는 안내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건넨 따뜻한 차와 핫팩은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졌고 “봉사자들이 고생이 많다”는 응원의 말이 잇따랐다.
김해 대청천 수변공원 옆에서는 사진전과 함께 ‘소방관에게 감사편지 쓰기’ 데스크가 설치돼 운영됐다. 노년층 참여자들은 글과 그림으로 정리된 자료에 특히 집중하며 “조심하겠다”, “주변에도 알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 실천 의지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합 캠페인은 규모나 숫자보다 ‘반복’의 힘을 보여줬다. 한 봉사자는 “사진을 보고, 생각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짧은 과정이지만 시민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현장을 지켜본 대천공원 관리 관계자 역시 “추운 날씨에도 좋은 일을 한다”며 “등산객이 많은 곳에서 산불 예방 캠페인을 하는 건 정말 의미 있는 활동”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부산경남동부지역연합회 관계자는 “산불 예방은 특정 시기에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는 과제”라며 “같은 계절,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이 결국 자연을 지키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과 계절에 맞는 환경 보호 활동을 연합 차원에서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불은 한순간에 숲을 삼키지만, 예방은 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된다. 사진 앞에 멈춘 발걸음, 차 한 잔을 건네는 손길, 반복해서 현장을 찾는 사람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지역사회에는 규모는 작지만 산불에 대한 문제의식과 개선 의지가 분명히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천지자원봉사단 부산경남동부지역연합은 앞으로도 지역 밀착형 산불예방 캠페인을 통해 실질적인 예방 성과를 높이고, 시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산불 예방 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여, 내일의 숲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힘이 된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조금씩 실천하는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