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인간은?-이 시점에 한마디(Ⅳ)

마나미 기자

| 2024-04-03 16:19:08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4・10 총선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차마 눈 뜨고 못 볼 별별 모습과 귀 열고 못 들을 별별 소리가 다 들린다.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법을 만드는 일을 할 국회의원 후보라는 이가 편법 대출을 하고도 그게 무슨 사기대출이냐고 우겨댄다. 법을 만들 국회의원이 되기도 전에 법을 어겨놓고도 큰소리치는 모습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서울 시민의 교양 수준이 일본인 발톱 때만도 못하다던 자가 부산에서 출마했다가 공천이 취소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일본인 발톱 때만도 못한 건 서울 시민이고 부산시민은 그렇지 않다는 뜻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실에 날이 갈수록 머리가 돌 지경이다.

그런 와중에 전임 대통령이 눈을 떠보니 후진국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뉴스에서 접하니 기도 안 막힌다. 서울 집값이 따블을 넘어 따따블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아파트값을 올려놓은 정권이 누구였는지 잊은 것 같다. 그 와중에도 1가구 2주택자들이 처분한다는 조건으로 내각이나 중요 자리에 입성하면서 기껏 한다는 짓이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자리를 거부하고 집을 택한 이도 있던 정부 수장이 누구였는지 잊은 것 같아서, 사람이 뻔뻔해지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지기조차 했다. 

이미 그때 돈 없고 빽 없는 백성들은 경제 후진국 백성으로 전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라서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구제 불능 수준이다. 하기야 그때 오른 집값의 여진이 물가를 자극하여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라는 경제 대원칙을 모르는 것 같으니 탓할 가치조차 상실한 것 같기는 하다.


경제의 흐름이라는 것은 물 흐르는 것과 같아서 순간적으로 단절하기 힘들다.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니, 그다음에는 임대료가 오르고, 임대료가 오르면 그 안에서 생산된 재화의 가격이 올라서 순환될수록 물가는 점점 오르게 된다는 것은 나 같은 무지렁이도 아는 기초 지식이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당장 눈에 보이는 것으로 자기 잘못을 덮으려고 딴소리하는 것 같아서 기가 막힐 뿐이다. 잘못된 것을 알려 주면 알아먹는 이에게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 그 말을 못 알아먹으면 소용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가 잘한다는 말은 아니다.

전 정부에서부터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역동 경제라는 경제 원론에도 없는 추상적인 슬로건을 걸고 정권이 바뀐지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나아진 것이라고는 없고 생활고는 오히려 더 심하다. 게다가 소위 쌍 특검법 거부에서 파생되기 시작한 명품 가방 사건을 비롯한 고속도로 출구 사건 등등에 대한 안개 속 궁금증과 출국 금지된 전직 장관을 우방의 대사로 임명해서 부랴부랴 출국시켰다가 사의를 받아들이는 웃지 못할 사건은 물론,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섬뜩한 사람이 시민사회수석 비서관이라는 사건 등등에 백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쪽을 보아도 백성들이 믿을 곳이 없다. 그런데도 상당수의 백성은 자신이 지지하는 쪽에 맹신을 한다. 소위 정치권에서 노린 편 가르기에 백성들이 녹아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 편 아니면 네 편이 되어야 살아남을 것 같은 현실 앞에서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양분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들 이외의 대안도 변변치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잘 잘못의 구분도 없이 맹신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그 와중에도 정부는 의료 개혁이라는 힘든 일을 시작했다. 3억이 넘는 연봉에 사택을 제공해도 의사를 못 구하는 지방 병원은 물론 진료받는 시간보다 줄 서는 시간이 더 긴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중증 환자들은 물론 모름지기 이 나라 백성 대다수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도 대형 종합병원의 핵을 이루는 전공의들은 업무 거부로 맞서고, 의사협회는 군불을 때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총선 표심을 위해서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권 수호를 위해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을 모를 리가 없건만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어떤 정권에서도 의사 수를 늘리지 못해서 지금 이 현실에 직면한 것을 알면서 표만 바라보고 헛소리 지껄이는 정치인들이 정말 한심할 뿐이다.

요즈음에는 성행하지 않지만, 전에 불량식품을 팔아서 재미 보는 인간들이 많던 시대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는 놈이라고 했다. 먹는 것은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는 것으로 결국 목숨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사람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의 이권을 수호하겠다고 버티는 이들에게는 어떤 표현이 어울릴지 말 안 해도 답이 나온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헛소리는, 만일 지금 정부가 이번 의료 개혁에 성공하면 총선에서 참패할까 봐 겁이 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의사들의 말처럼 의사 증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말로는 백성들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하면서 백성이 아니라 표를 위한 정치를 하는 지금의 많은 정치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인간이 누구인가를 묻고 싶다. 그리고 그런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이번 총선에서 휘두를 나의 한 표뿐이라는 말은 반드시 덧붙이고 싶은 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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