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우 칼럼] 법과 정의(Ⅱ)
마나미 기자
manami0928@naver.com | 2022-06-09 17:50:23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필자는 본지에 게재했던 칼럼 ‘법과 정의(1, 2)’에서 검찰총장에서 직행한 대통령이 정의를 실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필자 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 백성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성급하게 구는 감도 있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지금까지 당해온 지난날을 보면 자꾸 우려되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 그리되었는지 솔직히 짐작은 가도 증거가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크게는 나라 전체에서부터 작게는 집단마다 두 진영으로 나뉘어 마치 전쟁 중인 것처럼 험악하게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게 보면 같은 집단인 것 같은데 그 안에서 또 진영이 나뉘고 나뉜 진영 안에서 또 진영이 나뉘어 서로 기득권 쟁탈전에 열을 올리다 보니, 무엇이 정의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이기고 지는 것만이 중요하게 각인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법치국가답게 무엇이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 옳은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전에 내가 지지하는 세력인지 아닌지를 우선시하여 일단은 내가 지지하는 쪽의 손을 들어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의 정책이나 제시하는 공약에 대한 판단보다는 내가 지지하는 당이나 세력인지 아닌지를 우선시한다. 그러니 출마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거대 양당조차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인기몰이에 공을 들이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는데, 내가 지지하는 쪽에서 벌인 과는 그 크기와는 상관없이 마치 촌극이라도 보듯이 그럴 수도 있다는 반응이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쪽이라면 작은 과라도 이건 대단히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다.
그런가 하면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지지하는가에 따라서 또 나뉜다. 솔직히 백성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
내가 지지하는 이나 그룹이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오히려 책망할 줄 아는 것이 백성 된 도리다. 그런데 그게 안 된다. 물론 그걸 못하는 것이 백성들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백성들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놓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견해다.
그들이 자신의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진영 나누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기 위해서는 원칙이 무시되는 정치가 마치 정도인 것처럼 해왔다. 그 결과 지금은 원칙도 기준도 없는 무주공산이 되어 그저 내가 지지하는 세력이 벌이는 일이 옳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과 돈 많은 재벌이나 기타 공인이라고 호칭될 만한 사람이 범법행위를 하면 보통 백성들보다 몇 배로 가중 처벌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백성들과 같은 처벌은 받아야 한다. 그들도 법 앞에서는 엄하게 다스려 다시는 권력이나 돈으로 벌이는 범죄 잔치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권력과 돈이 죄를 사해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가볍게 만들어준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비싼 변호사를 들이대는 방법도 그중 하나지만, 중한 형을 언도 받아도 대충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고 나면 가석방이나 병보석으로 일단 나온 뒤에 사면이나 복권 등등의 방법으로 정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말이 무색해지고 법이 정의를 실현한다는 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그저 줄 하나 잘 잡는 것이 정의 실현을 체험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원칙이 성립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고, 그 현상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심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위가 높을수록 죄를 범하면 중하게 벌을 받아야 하는데 지위가 높을수록 죄를 범해도 가벼워진다. 예를 들면 전직 대통령은 일단 몇 바퀴 돌면 사면이니 솔직히 자신이 범하는 죄에 대한 두려움이나 갖는지 궁금하다. 재벌총수가 탈세나 배임 등을 하면 그건 주주들을 모독한 것은 물론이요, 해당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친 것임에도 그 역시 적당히 얼버무리다 보면 병보석이나 가석방으로 나와서 제 할 일 다하며 자유인처럼 살고 있으니 법을 겁낸 이유가 없다.
법이 있으면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사법기관에서 할 일이라고 미뤄서는 안 된다. 사법기관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방 선거 이후 각 정당은 그런 백성들의 바람에 답하기보다는 정당 내 주도권 싸움에 더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매한 필자도 아는 일을 정치권에서 모를 리가 없으니 제발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별것 아닐 수 있어도 필자에게는 아주 커다란 우려를 이 글에 담아 보았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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