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역외탈세 혐의자 등 다국적기업 43명 세무조사 착수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 2020-08-27 19:28:33
"역외 세금포탈 행위, 최대 60% 가산세 부과 후 검찰 고발"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계·기업·정부 등이 고통을 분담하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재산가들은 소득·재산을 외국으로 빼돌린 후 비밀계좌에 은닉하거나 편법 증여하는 등의 역외탈세 행위를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언택트 수요 확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과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해외명품 업계 등의 일부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에서 거둔 막대한 소득을 정당한 세금납부 없이 외국으로 이전한 혐의도 포착됐다.
국세청은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에서 소비·투자에 활용돼야 할 국부를 유출하는 역외탈세 행위를 엄단하기 위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 ▲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세청사 전경. 네이버 지식백과 |
이번에 착수한 조사대상자의 주요 탈루유형은 해외자산은닉 7건, 비거주자 위장 납세의무 회피 6건, 해외현지법인자금유출 9건, 다국적기업조세회피 21건 등 총 43건이다.
해외자산 은닉은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스위스, 홍콩 등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에 개설한 비밀 계좌에 금융 자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탈루했다.
비거주자를 위장한 국적 쇼핑의 경우, 인위적인 국내 체류 일수 조작 등의 수법으로 본인 또는 가족을 비거주자로 위장하고 편법 증여·소득 탈루 등 납세의무를 회피한 혐의가 있는 자산가 6명이 적발됐다.
해외현지법인 자금유출은 외현지법인 또는 사주 소유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법인자금을 유출한 혐의가 있는 사업자가 9명에 달한다.
다국적기업 조세회피의 경우 언택트 경제의 확대 등으로 최근 국내에서 막대한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으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외국으로 소득을 이전한 혐의가 있는 다국적기업 등 21명이 포착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세회피처 등의 금융계좌 이용 해외자산 은닉 행위는 국내에서 약품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주가 국외관계사에 핵심기술을 무상 제공하고 제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방법으로 국내에 귀속될 소득을 일단 국외로 이전했다.
그 뒤 국외관계사가 해당 자금을 또 다른 외국에 소재하는 사주 소유 페이퍼컴퍼니에 컨설팅료·중개수수료로 지급한 것으로 위장해 재차 유출해 사주 명의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100억여원을 은닉한 혐의다.
또다른 사례. 수십년 간 운영해오던 회사를 외국회사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한 사업가는 매각대금 중 1차로 수취한 수백억원만 주식양도소득으로 신고, 매수자와 비밀리에 체결한 ‘수익연계 보너스(Earn-out bonus)’ 약정을 통해 받은 수십억원의 추가 보너스는 홍콩에 개설한 본인 계좌로 수취하고 은닉한 혐의다.
이번엔 비거주자 지위를 위장·이용한 국내 납세의무 회피의 사례다.
거주자인 내국법인의 사주는 외국 영주권자 신분을 이용해 외국의 본인 계좌에 수십억원을 송금한 뒤 외국에서 배우자와 자녀가 자금을 인출하여 미국 비벌리힐스, 라스베이거스의 고급주택을 사고, 일부 자금은 국내로 다시 들여와서 한강변의 2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즉 사주의 재산을 해외에서 배우자 및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것이다.
해외현지법인·해외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전통적인 자금 유출도 대거 적발됐다.
산업용 자재를 수출하는 내국법인은 수년 전부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수출이 크게 증가하자, 사주의 친척 명의로 조세회피처에 ‘우편함 회사*를 설립한 뒤 거래과정에 끼워 넣고, 일단 저가로 수출한 후 우편함 회사가 이를 다시 판매하는 것으로 위장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차명계좌에 분산 수취하는 수법도 나왔다. 해외에서 제작한 의류를 또 다른 해외거래처에 알선 중개하는 사업가는 실제로는 자기 자신이 직접 중개무역 업무를 수행하였으면서도, 외국에 만들어둔 페이퍼컴퍼니가 중개무역을 한 것으로 위장해 페이퍼컴퍼니에 소득을 은닉했다.
이 사업가는 외국에 은닉한 소득을 몰래 국내로 반입하기 위해 80대 부모 등 일가친척 10여명의 계좌를 빌려 여러 번에 걸쳐 국내로 송금하는 수법으로 소득세를 탈루했다.
국세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전체 조사건수는 대폭 축소하지만, 반사회적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 조사대상자 본인은 물론, 탈루혐의가 있는 가족 및 관련 법인까지 철저하게 검증하도록 하겠다”며 “조사과정에서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인 세금포탈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최대 6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상후 기자 sanghu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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