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음주운전, 지문 인식 시동 잠금장치로 끊어야
로컬세계
local@localsegye.co.kr | 2026-01-15 20:55:15
대한민국은 흔히 음주가무(飮酒歌舞)의 민족이라 불린다. 이는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털어내어 새로운 시작으로 승화시키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우리만의 소통 방식이다. 술잔을 사이에 두고 정을 나누는 풍경은 오랜 문화의 일부이자 공동체를 잇는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그 익숙한 풍경의 이면에는 우리가 외면해 온 잔혹한 비극이 고질병처럼 자리 잡고 있으니, 바로 음주운전이다.
술에 취한 한 사람의 선택은 순식간에 타인의 삶을 파괴한다. 도로 위에서 스러지는 생명, 영영 돌아오지 않는 가족, 그리고 사고 이후에도 끝나지 않는 고통의 시간. 음주운전은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니라, 예고된 사회적 참사다. 그럼에도 우리는 연말연시나 휴가철이 되면 으레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서 안도해 왔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왜 음주운전은 사라지지 않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대책이 인간의 도덕성과 단속의지에만 과도하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결심은 흔들리고, 단속의 눈은 모든 도로와 모든 순간을 지킬 수 없다. 이제는 사고 이후의 처벌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차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 전환의 핵심에 ‘음주운전 방지 장치(Ignition Interlock Device)’가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장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술을 마시지 않은 동승자가 대신 불어주면 그만이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현대 기술은 이미 그 답을 갖고 있다. 지문 인식 기술을 시동 잠금장치와 결합하는 것이다.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전 지문을 인증하고 호흡을 측정하게 함으로써, 누가 측정하고 누가 운전하는지를 명확히 특정할 수 있다. 지문 인증과 알코올 측정이 동시에 통과되어야만 시동이 걸리는 구조는 대리 측정이라는 꼼수를 원천 봉쇄한다.
2024년 10월부터 음주운전 재범자를 대상으로 장착 의무화가 시행됐지만, 이는 분명한 한계를 지닌 반쪽짜리 해법이다. 음주운전 사고의 상당수는 초범 또는 상습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는 안일한 확신이 수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려 왔다. 지문 인식 기술로 보안성과 신뢰성을 높인 장치를 전 차량에 의무화하는 것만이 비극의 반복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확실한 해법이다.
모든 차량 부착에 따른 비용 문제는 정부와 개인이 부담을 분담하는 매칭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음주운전 사고 한 건이 초래하는 인명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는 비용이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생명 투자다. 또한 대리운전이나 긴급 상황을 대비한 스마트 인증 체계만 갖춰진다면, 지문 인식 시스템은 차량 보안을 높이는 첨단 안전 사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도로 위의 안전은 개인의 자유를 넘어, 타인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의 문제다. 안전벨트가 이미 상식이 되었듯, 지문 인식 시동 잠금장치 역시 머지않아 당연한 안전장치가 되어야 한다. 기술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시대에, 법과 제도가 그 뒤에 머무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모든 차량에 첨단 기술의 빗장을 채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가장 적극적이고, 가장 확실한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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