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화가 호시노 도미히로 첫 추모전, 고향의 집 도쿄에서 열려
이승민 대기자
happydoors1@gmail.com | 2024-05-10 23:11:37
▲ 호시노 도미히로 작가의 생전 모습. (사진=도미히로 미술관 제공) |
[로컬세계 = 이승민 특파원] 호시노 도미히로 추모전(追悼展), 꽃의 시화전(花の詩画展)이 10일~19일까지 고향의 집 도쿄(故郷の家・東京)에서 10일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지난 2018년 6월 19일~21일까지 3일간 전시회를 가진 이래 2회째 호시노 작가의 시화전이다.
입에 붓을 물고 도화지에 시를 쓰고 꽃을 그리며 창작활동을 해오던 일본 군마현 출신의 시화작가(詩画作家) 호시노 도미히로(星野富弘) 씨가 지난달 4월 28일, 군마현의 병원에서 78세 노환으로 운명했다. 그는 생전에 800여 점의 작품을 창작해 세계인의 가슴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 고향의 집 윤기 이사장이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호시노 작품 50점이 전시되는 이날 고향의 집 도쿄에서 열린 첫 추모전 개회식은 ‘타고 모토요시(多胡元喜) 씨의 사회로 오시마 시온교회 카츠야마 켄이치로(勝山健一郎) 목사의 추모 메시지와 기도, 묵도, '고향의 집' 윤기(尹基) 이사장의 인사말, '도미히로미술관'(富弘美術館) 세이류 키요시게(聖生清重) 관장의 추모사(천국으로부터의 메시지), '시오카제보육원'(しおかぜ保育園) 원아들의 노래, 개회식 테이프 커트 순으로 진행됐다.
또 오는 12일 전시회 중에는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키시 요시히로(岸義紘) 연주가의 명곡들로 구성된 색소폰 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 토미히로 미술관 세이류 키요시게 관장이 '감동은 사는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이날 추모전에는 군마현의 토미히로 미술관 세이류 키요시게 관장의 ‘감동은 사는 힘’(感動は生きる力)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이 있었다. 세이류 관장은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호시노를 만나 중고교를 같이 다녔고 그 후에도 한평생 친구로 살아온 죽마고우였다.
세이류 관장은 “33년 전 산촌 고향에 도미히로미술관을 세웠는데 교통도 불편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700만 명 이상이 방문해 주었다”면서 “호시노 작가의 작품과 만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어둠에서 희망을, 슬픔과 고통 속에서 큰 위로의 변화를 얻게 됐다”는 방명록을 소개하기도 했다.
▲ 도쿄시민들이 '고향의 집 도쿄'에 찾아와 호시노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사진 이승민 특파원) |
호시노 도미히로(星野 富弘)는 산 좋고 물 맑은 산골 군마현 세타군(勢多郡) 히가시무라(東村) 산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산촌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산을 오르내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육상부에 들어가 매일 산을 달려 올라 다닌 실력으로 운동이라면 항상 남보다 앞섰고, 군마현 높이뛰기 대회에도 나가 우승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시절에는 기계체조부에 들어가 활동했다. 겨울에는 취미 삼아 스키를 탔고 여름에는 등산을 즐겼다.
그렇게 운동을 좋아했기에 체육은 언제나 1등이었다. 1970년, 군마대학 체육과(群馬大学 体育科)를 졸업하고, 다카사키시(高崎市)의 쿠라가노 중학교(倉賀野中学校) 체육교사로 부임했다.
▲ 호시노 추모 시화전 개회식 마지막 순서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勝山健一郎 牧師、高良順氏、尹基 理事長、聖生清重 館長、橋本 会長) |
방과 후엔 학생들에게 체육동아리 활동을 지도했다. 날마다 보여주는 선생님의 기계체조 시범은 너무나도 훌륭하여 언제나 환성과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체육을 가르치던 어느 날 공중회전 시범을 보이다 목부터 떨어지는 어이없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경추손상이었다. 목 아래로 내려가는 신경이 전부 마비되어 느닷없는 불행이 24살 젊은이의 앞길을 막았다.
병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목소리 조차도 나오지 않았고 팔다리는 물론 목 밑으로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중학교 선생님이 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당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불구가 된 아들을 위하여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했고, 절망에 빠졌던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에 감동을 받아 입으로 붓을 물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날마다 작품 창작에 매진했다.
▲ 星野富弘 1979年作 ぺんぺん草(사진 이승민 특파원) |
ぺんぺん草
神様がたった一度だけ
この腕を動かして下さるとしたら
母の肩をたたかせてもらおう
風に揺れるぺんぺん草の
実を見ていたら
そんな日が本当に来るような気がした
냉이풀
하나님이 단 한 번만이라도
나의 팔을 움직이게 해 주신다면
어머니의 어깨를 두드려 드리고 싶다
바람에 흔들리는 냉이풀의
꽃열매를 보고 있으면
그런 날이 정말로 올 것 같다
호시노 작품 속에 무엇이 숨어있길래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 각지에서 산촌 미술관으로 찾아갈까. 죽마고우 입장에서 본 호시노 작가의 삶에 대해 세이류 관장의 특별강연(감동은 사는 힘)이 일본인을 감동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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