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양도세 과세기준 10억→50억원으로 상향…파격적 혜택
“정부 주식시장 안정-활성화라지만 가진 자에 대한 특혜“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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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경제전문가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부자감세의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대주주들이 매년 연말만 되면 양도세 과세폭탄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주식바겐세일로 개미투자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정책을 반색하는 분위기다.
◆대주주 주식 양도세 완화 어떻게 바뀌나
기획재정부는 지난21일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개정안은 부처 협의를 거쳐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다.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혜택은 내년 주식 양도 분부터 적용한다. 올해 주식시장 폐장일이 12월 28일 기준 50억원 이하의 주식 종목을 들고 있는 투자자가 내년에는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보유종목 지분율이 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이면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이 3억원 이하이면 20%, 3억원 이상이면 25%의 세금을 매겨 왔다. 정부는 지분율은 그대로 두고, 주식 보유 기준만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기재재정부 관계관은 대주주 연말 주식 매도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는 연말마다 개인 투자자를 성가시게 하는 변수였다. 개별 주식을 10억원 넘게 가진 대주주가 연말 일부 물량을 매도해 보유량을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렸다가 연초 다시 사는 경우가 많았다.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변칙 매도로 보여 지지만 법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연말 대주주들이 한꺼번에 주식을 내다 팔기 때문에 애꿎은 개미 투자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민원이 많았다. 대주주 주식양도세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직접 절세 혜택을 보는 대상은 기업의 대주주이거나 극소수 큰손이란 측면에서 ‘부자감세라’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분 기준 주식 양도세를 낸 대주주는 7045명(양도세 2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투자자(1440만 명)의 0.05% 수준이다.
반면 그동안 주식부자에 대한 과세가 무거워 선한 경제활동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도 많았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내렸다. 이어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까지 하향조정 됐다. 과세 기준을 놓고 보면 10년 만에 다시 50억원 기준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주주 기준 완화로 최소 7000억원 규모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주주 보유주식 파격적 완화, 정책엔 문제없나
대주주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에 대해 그동안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용산 대통령실은 개편을 추진하도록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제기 되면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얼마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에서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뒤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대주주 양도세 완화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언급해 추진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21일 최종적으로 현행 10억원 어치 이상 주식 보유가 50억원 이상 보유로 바뀐 것이다. 파격적인 완화정책인 것이다.
24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 발표대로 주식 양도세 과세 기준을 현행 10억 원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인상할 경우 대주주는 1만3,368명에서 4,161명으로 9,207명(68.9%)이 줄어든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서 한 종목 주식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1만3,368명, 50억 원 이상 보유한 사람은 총 4,161명인 점을 토대로 계산한 결과다. 다만 2개 이상 종목에서 10억 원 넘게 가진 동일인도 포함돼, 실제 대주주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문제는 정책 효과다. 정부는 대주주 기준 상향 시 연말 시장 안정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개미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물론 세금 감면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준을 바꾸면 전보다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 거란 기대를 갖고 추진했다"고 밝혔다.
추진 과정과 관련한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대주주 양도세 완화는 시행령 개정 사항이지만, 앞서 여야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와 함께 2025년까지 유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1일 기습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발표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가 각각 "야당과 협의할 사안"이라고 밝힌 입장이 무색해졌다. 이로 인해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기로 한 22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는 취소됐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총선 앞둔 금융 포퓰리즘 ‘부자감세’란 비판 거세
이번 대주주 보유주식 양도세 완화 정책은 큰손들에게 직접 혜택이 있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그동안 주식 부자들이 대주주 지정을 피하기 위해 연말이면 주식을 대거 매각하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해 ‘개미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러나 이는 과세 회피를 위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증권가의 정설이었다. 주식 부자들은 연초에 다시 주식 매집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무엇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린다는 조세 원칙을 도외시한 것이다. 역대 정부는 진보·보수 정권 가리지 않고 양도세 기준을 낮춰 왔다. 2000년만 해도 ‘종목당 100억원 이상’이었던 대주주 과세기준은 2019년 ‘10억원 이상’으로 정해지기까지 일관되게 하향 조정을 거치며 과세 대상을 넓혀 왔다. 주식을 사고팔아 번 이익에 대한 과세가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보편적 인식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수 상황은 더 곤란해지게 됐다. 주식 부자의 양도세 완화에 따른 세수 감소 규모는 야당 추산 최소 7000억원이라고 한다. 결국 이번 조치는 지난달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슬러 내놓은 공매도 전면금지에 이은 또 하나의 ‘금융 포퓰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날 은행권은 자영업자 187만 명에게 평균 85만원, 최대 300만원의 이자를 돌려주는 ‘민생 금융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총 지원 규모는 2조원으로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약 10%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지금의 삶은 생지옥과 같다’는 서민들과 정면 대치되는 상생 금융기여금이다. 2021년 통계기준 우리나라 전세가구는 320만 가구로 나타났다. 이들 중 70%가 은행 대출을 껴안고 산다. 이들은 연 5.8%~6.78%의 고율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3인 가족 기준 연소득 2500만 원 이하다. 은행이자부담에 허리기 휜다고 하소연한다. 2조원의 상생기여금 중에는 이들 서민들이 낸 이자가 포함 돼 있다.
경제정책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총선 승리를 위한 포퓰리즘의 발상이라면 당장 철회해야한다. 부자감세인 ‘대주주 양도세 과세기준 완화’ 및 자영업자에게 돌려주는 ‘민생금융지원 방안’은 되레 역풍의 반대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우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를 위하고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라면 주식 양도세 과세 제도를 없애든가. 재산가에게 유리하고 서민에게 불리한 현행 대출이자 결정 평가 제도를 개선하면 될 일이 아닌가. 이자를 받았다가 일부에게만 되돌려 준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속설이긴 하지만 ‘사촌이 논사면 배 아프다’는 국민정서와는 맞질 않다. 좋은 일하고 칭찬 받지 못하는 우매한 정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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