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2020년 이전으로 역전됐는데 세금 되레 늘어 분통
2008년 헌재 “세대별합산과세 위헌·1세대1주택 과세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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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요즘 부동산시장은 초 급급매물을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다. 서울에서 살기 좋다는 강남 4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싸다고 소문난 이곳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부동산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빙하기다.
◆부동산시장 빙하기 폭탄 세금에 울상
올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가 130만 명을 넘은 것은 지난해 집값이 가파르게 올라 공시가격이 현실화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 집값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최근 집값은 2020년 수준으로 역전현상을 빚고 있지만 종부세 대상자는 1년 전(102만7000명)보다 27% 늘었고,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보다는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공시가 책정기준일이 매년 1월1일로 정해져 있는 데다 ‘부동산시장을 잡겠다’며 부동산세와 공시가를 마구 올린 지난 정부의 근시안적인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세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 40만 명이던 종부세 대상자는 매년 늘어 올해 130만7000명에 달했다. 종부세로 부과한 세금은 2017년 1조8000억원에서 올해 7조5000억원으로 네 배 이상 많다. 주택분 납세 대상자는 이 기간 33만2000명에서 122만 명으로 급증했다.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는 2017년만 해도 전체 주택 보유자의 2.4%에 그쳤지만 올해는 8.1%로 늘어났다. 서울만 놓고 보면 주택 소유자(260만2000명)의 22.4%에 달하는 58만4000명이 종부세를 내야 한다. 도입 초기 ‘부자 세금’이던 종부세가 이제는 ‘중상위층 세금’으로 바뀐 것이다.
◆1가구 1주택자 과세 23만명 50% 늘어
종부세를 내는 1가구 1주택자도 작년 15만3000명에서 올해 23만 명으로 50.3% 늘었다. 서울에서 집을 가진 전체 가구 수를 따져 4명중 1명이 종부세 과세대상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가구 1주택자에게 3억원을 추가 공제(기본공제 11억원→14억원 확대)해 과세 대상을 9만3000명 줄이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다만 1가구 1주택자 1인당 평균 세액은 108만6000원으로 작년보다 44만3000원 감소했다. 이는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지가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정부가 100%에서 60%로 내렸기 때문이다.
올해 평균세액이 줄어든 것과 별개로 세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공시가 16억5500만원인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114㎡)의 올해 예상 종부세는 151만원으로 작년 187만원보다 19.2% 줄어들지만 2020년 96만원보다는 57.2% 늘어난다. 공시가 14억2500만원인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84㎡)의 종부세는 2020년 31만원에서 지난해 59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는 84만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공시가가 대폭 상승한 결과다.
실거래가가 공시가 이하로 하락하면서 납세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아파트에 사는 A씨의 종부세는 작년 138만원에서 올해 163만원으로 18.1% 늘었다. A씨는 “지금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세금이 증가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종부세 감세’ 야당 반대로 무산
기재부에 따르면 과세표준 12억원 이하(공시가격 약 26억원 이하) 구간에 있는 납세자는 총 112만 명으로 전체 고지 인원의 97.7%다. 정부는 종부세 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는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내년부터 6억원에서 9억원(1가구 1주택자는 11억원→12억원)으로 높이고,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 상태다. 세제가 개편되면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이 55만400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 되지만, 이 개정안 역시 야당으로부터 발목 잡히면 통과되기 어렵다.
◆ “종부세는 위헌” 전문가의 목소리
종부세 문제, 노무현 정부 때로 거슬러 가보자.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지도, 집값을 잡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투기 목적 없는 실수요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종부세를 적용해 원성을 쌓다. 헌법재판소는 2008년 종부세법 중 세대별 합산과세 조항은 위헌으로, 1세대 1주택자 과세 조항은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답습해 이명박 정부가 대폭 완화한 종부세를 다시 강화했다. 정책 목표가 상반되는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를 동시에 강화한 것은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기대했던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주택 가격 안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종부세 납부 의무자만 대폭 늘어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는 세율 인상뿐만 아니라 공시지가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그리고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중첩되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세금 낼 돈이 없으면 살고있는 유일한 집이라도 팔아서 종부세를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인가?
종부세 강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부자에 대한 핀셋 중과세이므로 오히려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부자에 대한 중과세는 항상 조세 정의에 합치하며, 과연 핀셋 과세가 맞는가?
차진아 고려대 교수(법학 전문대학원)는 조세 정의 위반 문제는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위헌의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첫째, 서울에 주택을 두 채 소유하면 두 배 이상의 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이 소유하면 저가 주택이라도 종부세가 부과되고, 법인 소유 주택에는 가격과 상관없이 최고세율이 적용되며, 전년도 대비 세 부담 상한도 폐지된다. 이는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는 과세다.
둘째,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공시지가 현실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율의 과도한 인상 및 법인에 대한 세 부담 상한 폐지가 중첩됨으로 인한 과도한 세 부담은 강력한 조세저항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 과세로서 위헌이다.
셋째, 주택 보유의 동기나 기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서울 등에서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하면 무조건 투기로 간주해 중과세하는 것도 종부세의 목적에 반하는 위헌적 요소다.
이런 제도를 조세 정의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점이 과세의 불공평 문제로부터 비롯된 보스턴 차 사건이었음을 생각해보자. 조세 정의가 깨지면 국가 권력의 정당성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현행 종부세 제도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뿐만 아니라 종부세를 강화함으로써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더불어민주당의 책무이기도 하다. 조세 정의에 반하는 무리한 과세는 없어져야 한다. 만일 보유세 강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의 대폭 완화를 통해 출구를 열어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 주택 소유자를 사회악으로 취급하면서 이들의 무조건적 손해와 굴복을 요구하는 것은 전체주의국가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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