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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그런 체제의 고조선 조선후인 불조선 기씨가 연나라에서 칭왕(稱王) 하는 것을 보고, 신조선 조선왕 해씨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나 자신도 스스로 왕이라고 호칭하기 시작하며 삼조선은 분립하기 시작하였는데, 연나라가 왕이라 칭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323년이므로 세 조선의 분립은 기원전 4세기경이라고 확증한다’고 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보는 고대국가의 전형적인 형태로, 이병도・최태영 역시 '한국상고사입문'에서 단군조선의 국가형태를 신채호와 비슷하게 보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상고사입문'에 위만조선의 영역을 [그림 1]과 같이 표시해 놓았고, 필자가 신채호가 주장한 삼조선의 명칭과 고구려 첫수도인 북진 의무려산을 추가해 놓은 것이다. 학자들 간에 서로 주장하는 영역이 동일하지 않아서 그 경계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고조선의 존재 형태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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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3조선 영역과 북진 의무려산 |
또한 신채호는 ‘삼조선 분립의 원인으로 작용한 단군 사상의 붕괴는 삼조선의 성립과 버팀목이 되었던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의 붕괴로 이어져서, 계급은 자연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힘만 있으면 파괴할 수도 있고 건설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력 쟁탈의 전란이 사방에서 일어나 신조선이 흉노에게 패한 때가 기원전 200년경, 신조선의 판도 내에 북부여와 동부여 고구려가 세워지는 열국쟁웅(列國爭雄) 시대를 형성하게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신채호 역시 고구려 건국 연도를 기원전 37년에 맞추고 보니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아, 결국 ‘고구려 건국 원년으로부터 1백몇십 년을 소급하여 기원전 190년경의 전후 수십년 동안을 동・북부여, 고구려가 분립한 시기로 잡고 그 이하 모든 열국도 같은 시기로 잡아서 열국사(列國史)를 서술하고자 한다’고 하며 '조선상고사'를 집필한 것이다.
신채호가 주장한 3조선 중 말조선의 영역은 압록강 이남이고 만주에는 신조선과 불조선이 있었다. ‘신조선은 ‘ᄋᆞ스라’ 곧 지금의 하얼빈을 도읍지로 흑룡, 길림 두 성과 연해주 남단에 자리했다. 그리고 불조선이 요동반도를 소유하고 도읍한 개평현(蓋平縣) 동북의 안시(安市) 고허(古墟)는 '한서' 「지리지」의 요동군 험독현(險瀆縣)이 그곳으로 위만이 도읍한 왕검성‘이라고 함으로써 불조선의 도읍을 개평현으로 보았으나, 불조선의 도읍을 창려로 보는 설도 다수가 있다.
그리고 ‘위만조선은 기원전 200년경에 기준이 불조선의 왕이 되고, 기원전 194년에 한의 연왕 노관과 함께 한에 반기를 들었다가 패한 위만이 불조선으로 들어와서 귀화를 청하였다. 이에 불조선 왕 기준이 위만을 받아주고 신임하여 패수 서쪽에 옛 진나라와 중립 공지로 정하여 양국 백성들이 사는 것을 금하던 고진공지(故秦空地)를 주어 그곳에서 이주해온 옛 조선의 유민과 연, 제, 조 사람들을 다스리게 하였으나, 위만이 그들을 군사로 만들고 중국과 조선에서 망명한 죄인들로 결사대를 만들어서 자신을 받아 준 기준을 공격하여 몰아내고 왕이 되었으니 이것이 위만조선‘이라고 했다.
따라서 고조선의 멸망은 한 무제의 침입으로 일시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삼조선 중 기원전 200년경에 흉노 모돈의 침략으로 급격히 쇠약해진 신조선은 부여와 고구려 등의 신흥국가들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가장 먼저 멸망하고, 부여와 고구려가 신조선의 영역은 물론 주변으로 빠르게 세력을 확장해 나간 것으로, 한 무제의 침입으로 멸망한 고조선은 위만이 번조선의 정권을 탈취해서 지배하고 있던 위만조선뿐이다.
'삼국지'「위서」「동이전」에, ‘한 무제 2년(B.C.109)에 조선을 정벌하여 위만의 손자 우거를 죽이고, 그 지역을 분할하여 사군을 설치하였다’라는 기사가 그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고구려 첫 도읍지가 '삼국사기'에 의해서 북진 의무려산으로 명백해졌으므로, 고구려가 기원전 217년에 건국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면, 한사군의 위치는 요하 서쪽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 요하 동쪽 만주와 한반도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구려를 피해 갈 수 없기 때문에, 한나라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이겼어야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기록하고 있지 않으므로, 한사군은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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