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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엄청난 ‘오일머니’투자선물 소식을 전해왔다. 자그마치 300억달러(약 37조2600원)규모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전망이 비관적인 상황에서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새해 벽두 윤 대통령이 첫 순방국에서 40조에 가까운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것은 의외의 큰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UAE, 국가 간 투자 40조는 역사상 최대규모
UAE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간 투자 결정에 한국 정부는 민간기업을 포함한 한-UAE 투자협력 플랫폼을 구성하는 등 발걸음이 바빠졌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UAE 방문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는 한편 어떻게든 경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이 맞아떨어져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용산 대통령실은 이날 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 간 확대-단독회담을 진행한 뒤 투자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잘 지키는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자력·에너지·투자·방산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 13건이 체결됐다.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 정보기술(IT), 보건의료 등 신산업 협력에 대해 체결한 MOU까지 포함하면 한-UAE 간 체결된 전체 MOU 규모는 40여 건에 이른다.
◆양국 포괄적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 공동선언
양국 정부는 이날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쳐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내용의 ‘포괄적·전략적 에너지 파트너십 공동선언(CSEP)’을 발표했다. 석유 공급 위기 시 UAE에서 생산된 원유 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도 추진된다.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넷 제로 가속화 MOU’도 체결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또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계약을 이행해 내고 마는 한국 기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이 양국관계에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2 중동 붐’을 표방한 윤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오일 머니’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UAE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대단히 고맙다”며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UAE의 지속가능한 중장기 발전에 이 투자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1980년 양국 수교 이래 첫 국빈 방문이 이뤄진 것은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무함마드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은 이미 마음속 제2의 고향”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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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대통령 -아랍에미리트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당초 실무급 논의 100억 달러보다 크게 상회
이날 UAE 측이 약속한 투자는 당초 실무급에서 논의되던 50억∼10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액수다.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은 “한국 기업의 성장성과 우수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자”라고 덧붙였다.
300억 달러는 UAE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결정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사 협력 사례를 감안해도 압도적으로 큰 (금액의) 결정”이라며 “UAE는 영국에 100억 파운드(약 15조1900억 원), 중국에 50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고 전했다.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번 투자는 원전과 방산, 수소, 태양광, 에너지 분야 등 양국의 전략적 협력 분야에 고루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바이오·제약 등 생명과학,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 원전-방산-에너지-수소 등 4대 핵심사업 협력약속
한국과 UAE는 이날 원전·에너지·투자·방산 등 4대 핵심 분야 등에서 40여 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협력 수위를 높였다. 특히 ‘넷 제로(탄소중립) 가속화 MOU’는 한국이 2009년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날 무함마드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을 콕 짚어 “양국 협력 프로젝트의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평화적인 원자력 에너지 사용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원전 협력에 더해 석유 공급 위기가 발생할 경우 UAE에서 생산된 400만 배럴에 대해 한국이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UAE 국제공동비축사업’ MOU도 체결했다.
아울러 KDB산업은행과 아부다비 2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한국 유망기업 공동투자를 위한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국은 방위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전략적 방산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무기 공동 개발에 대한 협력 수위가 높아지게 됐다.
◆UAE,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극진한 국빈예우
UAE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현지 도착 이후 내내 국빈으로서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이번이 1980년 양국 수교 이후 첫 국빈 방문일 뿐 아니라, UAE 입장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의 공식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국빈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자, UAE 측은 21발의 예포 사격과 기마병 호위로 맞이했다. 하늘에선 UAE 공군 곡예 비행시범단이 비행을 통해 태극기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연막을 내뿜으며 에어쇼를 선보였다.
전날에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UAE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자, UAE는 전투기 4대를 띄워 공항까지 호위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했다. 특히 윤 대통령 도착 이후에는 아부다비 대통령궁 지붕에 태극기를 상징하는 조명을 밝히며 양국 간 만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진 국빈 오찬에서 UAE 측은 낙타고기를 주 메뉴로 대접했다. 낙타고기는 최고의 귀빈에게만 대접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이에 감사함을 표하자,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족을 중시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와 관습이 매우 유사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장(SK 회장) 등 우리 측 경제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한국 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UAE를 방문한 것은 1980년 양국 수교 후 처음이다. 양국은 43년 만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40조원의 투자유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안다. 수교 후 43년의 흐름에서 코리아라는 나라, 그 속의 우리기업이 UAE에 보여준 꾸준한 신뢰와 우정의 결실이 차곡차곡 쌓여 결실로 나타났다고 본다.
신뢰는 삶과 관계를 이어주는 접착제라고도 말한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국가 간의 혈맹이 맺어졌다면 성실성과 진실성이 더욱 강조된다. 모처럼 찾아온 희망의 불씨를 살려 제2의 중동 붐이 다시 불어올 수 있도록 신발 끈을 졸라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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