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쌍방울·아태협의 결합
[로컬세계 = 이승민 대기자] 과거 경기도 이재명 지사가 추진했던 대북 사업의 실체가 사법적 규명 단계에 접어들면서,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신통일한국’ 비전이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만났던 지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책 협력을 넘어, 종교 단체의 인프라와 기업의 자본, 그리고 지자체의 권한이 결합된 독특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DMZ 평화공원’과 신통일한국
2019년 당시 경기도가 추진한 ‘DMZ 평화지대화’는 세계평화가정연합(이하 통일교)이 수십 년간 견지해 온 ‘신통일한국’ 구상과 정책적 궤를 같이한다. 문선명 총재는 생전 DMZ 내 평화공원 조성을 국제 사회에 제안해 왔으며, 이는 한학자 총재 체제에서도 핵심 과제로 계승되어 왔다.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라인과 통일교 지도부는 교단의 구상을 도정의 구체적 사업 모델로 이식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즉, 종교적 신념이 담긴 장기적 비전이 지자체의 단기적 정책 성과와 결합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 있었던 셈이다.
다층적 결합 구조
그러나 이 비전의 실행 과정은 순탄한 공공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당시 이화영 전 부지사, 안부수 아태협 회장,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북 사업 라인’이 본격화되던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기도의 대북 사업은 세 가지 축이 얽힌 복잡한 구조를 띠게 되었다.
통일교는 평화자동차 운영 등을 통해 축적된 북한 내 물류 인프라와 고위급 네트워크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했고, 쌍방울 그룹은 사업권 확보를 위한 자금력을 동원했으며, 아태협은 이들 사이를 잇는 실무 창구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평양 내 탄탄한 기반을 갖춘 통일교 측 관계자들의 실무적 협조는 경기도의 지원 물품이 북측에 전달될 수 있었던 핵심 ‘혈맥’이 되었다.
사법적 쟁점과 투명성의 부재
통일교와 경기도 사이에서 실무적 가교 역할을 한 관계자들의 행보는 현재 양날의 검이 되었다. 이들은 통일교 내 천주평화연합(UPF) 주최 국제 행사에 경기도 관계자들을 초청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아태협 주도의 대북 행사와도 직간접적인 접점을 형성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의 출처다. 현재 사법 당국은 종교 단체가 닦아놓은 민간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 경기도의 사업 비용이나 방북 비용을 대납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민간의 순수한 평화 운동 인프라가 지자체의 성과주의, 그리고 기업의 이권과 결합하면서 법적 경계선을 넘나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정파를 초월한 비전과 행정의 책임성
한학자 총재가 주도하는 ‘신통일한국’ 운동은 이번 사례를 통해 그 영향력이 정파를 초월해 지자체 정책의 심장부까지 닿아 있음을 시사했다. 민간 단체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행정의 공백을 메우고 대북 관계의 물꼬를 튼 것은 실무적 성과로 기록될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은 뼈아픈 실책으로 남았다.
통일교 측은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투명하고 공개적인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 비전이 실현될 수 있도록 평화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사건은 원대한 평화 담론이 현실 정치 및 자본과 결탁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향후 민관 협력 사업에서 투명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과 ‘사법적 공백’
가장 파급력이 큰 대목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상황이다. 법원은 2025년 7월, 헌법 제84조(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를 근거로 대북 송금 관련 제3자 뇌물 혐의 재판을 포함한 모든 형사 재판을 대통령 임기 종료 시까지 잠정 연기했다.
이로 인해 "경기도의 사업을 쌍방울이 대납한다는 사실을 도지사가 인지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사법적 판단이 유보된 상태다. 하지만 이화영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회장에 대한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어서, 이들의 확정 판결 내용에 따라 통일교의 '신통일한국' 구상이 경기도정에 반영된 절차적 정당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통일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향한 사법적 시선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축은 통일교의 역할이다. 최근 경찰은 한학자 총재 등 교단 지도부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는 교단 자금이 정치권 로비나 대외 활동에 조직적으로 사용되었는지를 규명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사법 당국은 경기도 대북 사업 당시 평화자동차 등 가정연합의 대북 인프라가 활용된 것이 단순한 '민간 협력'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상호 호혜적 거래'였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특히 안부수 회장이 교단 주최 국제 행사와 경기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처리의 투명성 여부가 향후 관련 재판의 주요 증거로 다뤄질 예정이다.
법적 진실과 평화 비전의 분리 과제
현재 진행 중인 재판들은 대북 사업이라는 '공익적 목표' 뒤에 가려진 '사적 이익과 자금의 불투명성'을 들춰내고 있다. 통일교의 평화 구상이 경기도라는 광역 지자체의 행정력과 만나 실질적인 물류의 흐름을 만들어낸 성과는 분명하나, 그 과정이 사법적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이 사건의 종착지는 안부수 회장의 진술 신빙성 회복 여부와 임기 후 재개될 대통령 재판에서의 최종 판단에 달려 있다. 이는 민간 종교 단체의 대북 네트워크가 지자체 행정과 결합할 때 갖춰야 할 법적·윤리적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엄중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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