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되었든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것이든, 인사청문회를 한다고 하면 두렵다. 필자가 청문회에 후보자가 되어서 답변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질문하는 국회의원도 아닌데 항상 인사청문회만 한다고 하면 마치 별나라 이야기를 듣고 보는 것 같아서 그런지 두렵기조차 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추천받은 후보자가 도덕상의 문제가 있을지라도, 인사 검증을 하다가 실수로 놓쳤으려니 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건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의례히 그래야 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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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청문회는 그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은 그렇게 산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구경시켜주기 위해서 하는 행사 같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삶이라는 것이 백성들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제일 단골이 위장전입과 부동산 문제인데 그게 일반 백성들에게는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들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해 보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것이 소위 말하는 학군을 위한 자녀 위장전입이다. 그리고 집 하나 사기도 버거운데 2채 이상을 소유해야 하니 그것은 남의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청문회에 후보로 나서는 이들에게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거다. 여기서부터 백성들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무서운 것은 자녀 2중 국적 문제다. 흔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문제로 내 자식은 이 나라를 버리고 떠날 수도 있지만, 나는 장관 등의 직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손만대의 영광을 위해서 일한다고 하면서 만대는커녕 당장 손에 잡히는 자식도 외국인이 될 지경이다. 그래가지고 내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특이한 여러 가지 중 하나이면서도 용서받지 못 할 짓은 남의 논문에 이름 얹기나 논문 표절이다. 그리고 이 수법은 자녀 입시에 관한 문제로도 등장하곤 한다. 나 혼자 누릴 것이 아니라 식구가 함께 누린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정말로 천벌을 받을 짓이다.
모든 예술작품이나 연구의 산물들이 그렇듯이, 논문은 한 연구자의 혼이 담긴 작품이다. 비록 작게나마 기여해서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다면 그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지위를 이용해서라거나 이권을 이용한다거나 혹은 아예 저자도 모르게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의 이름을 얹어서 발표하거나 표절한다면 그건 혼을 훔치는 거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거나 상대가 거절할 수 없는 지위를 이용해서 상기와 같은 행위를 저지른다면 그것은 몰래 행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나는 네 혼을 훔치겠다고 선언하고 훔치는 것이니, 그 고통이 얼마나 클지는 상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밝혀지는 것이 인사청문회이고, 그냥 밝혀지고 나면 밝혀진 것으로 그만인지 대개는 임명을 받는다.
그들만의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백성들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당신들이 사는 세상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인사청문회를 보고 나면 은근히 자식들 보기가 두렵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자식들이 혹시 ‘아빠는 뭐 하고 살았느냐?’고 속으로 비웃지 않을까 오히려 두렵다. 내 자식들은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그렇지 않다고 자신할 수가 없는 것이, 어쩌다가 한 둘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런 일들을 행하며 떳떳하게 살다가 문제가 되면 아파트 한 채 팔아버리거나 사직서 내고 그만두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범법이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지금 필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 땅에서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백성들에게는 그런 세상이 마치 별나라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세상과 백성들의 세상이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삶을 살고 있는 백성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뜻을 곰곰이 되새겨 보면, 설령 범법은 아닐지라도 부끄러운 줄을 아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아니, 적어도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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