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택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산 (동구.서구)의원 사무실 제공
[로컬세계 = 맹화찬 기자] 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최대주주에 올라서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구도에 새로운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할 당시, 한진칼은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 사이에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8천억 원을 투입하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다.
산업은행의 참여로 조원태 회장 측이 경영권 경쟁에서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면서,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됐다. 산업은행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다.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던 당사자다.
당시에는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바꿀 만큼 적극적으로 나섰던 산업은행이, 정작 국민에게 약속했던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확보 문제에서는 기업의 자율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특히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통합 LCC를 지방공항 중심으로 운영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세컨드 허브를 구축해 지역 항공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적 약속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부산지역에서는 이러한 약속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해 통합 LCC의 부산 본사 설치는 물론,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운항체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세컨드 허브로 육성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지역사회의 요구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해 왔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통합 LCC의 부산 본사 설치에 대한 산업은행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통합 LCC 출범을 앞둔 지금까지도 부산 본사 설치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가덕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운항체계 구축과 세컨드 허브 육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역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역사회의 요구에 공감한다며 기대를 갖게 하고, 의지가 확고하다고까지 밝혔던 산업은행이 이제 와서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부산시민을 상대로 희망고문을 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서 조원태 회장을 적극 설득하고, 통합 LCC의 부산 본사 설치와 가덕신공항을 실질적인 운항 거점으로 하는 세컨드 허브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조 회장이 끝내 이를 거부한다면, 산업은행은 조 회장의 경영권을 계속 지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되물어야 한다.
호반그룹이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산업은행은 호반 측에도 통합 LCC의 부산 본사 설치와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육성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호반그룹이 이에 동의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산업은행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지원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향후 경영권 재편 과정에서 호반 측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이 이러한 역할마저 거부한다면, 과연 2020년 한진칼에 대한 투자가 항공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익을 위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확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정이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에도 산업은행의 투자가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산업은행이 이제 와서 주요 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러한 의혹에 대한 국민적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정조사를 통해 산업은행이 어떤 이유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했는지, 당시 투자 결정은 어떤 경위와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경영권 분쟁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검토했는지, 그리고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적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그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산업은행만의 책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애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결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였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항공산업 재편 과정에서 국민에게 제시한 정책적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 현 이재명 정부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항공산업 통합의 정책적 책임을 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은행과 관계부처를 통해 통합 LCC의 부산 본사 설치와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지켜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도록 할 책임 역시 산업은행에 있다. 산업은행이 지켜야 할 것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이 아니라 국민에게 했던 약속이다.
맹화찬 기자 a59620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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