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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그 이유는 '삼국사기'「고구려본기」「태조대왕」 마지막에 첨부된 사론에 ‘'후한서'에는 ‘안제 건광 원년(121)에 고구려왕 궁이 죽고 아들 수성이 즉위하였는데, 현토 태수 요광이 국상을 틈타 고구려를 공격하자고 하였지만, 상서 진충이 국상 중에 공격하는 것은 의롭지 못하니 조문하고 후일을 기약하자고 해서 안제가 그 말을 따랐다’고 하였다. 그런데 '해동고기(海東古記)'에는 ‘고구려 국조왕 고궁이 일곱 살이 되던 후한 건무 29년에 즉위하여 효환제 원년(146), 즉위 94년에 100살이 되어 친동생 수성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고 기록되어있다. '한서'와 고기의 기록이 다른데 '한서'의 기록이 틀린 것이 아닐까?’라고 하며 '후한서'의 기록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후한서'에서 궁이 죽고 수성이 즉위했다는 121년은 '삼국사기'에서 태조대왕이 차대왕에게 양위했다는 146년에 비해서 25년이 빠르다. 또한 이웃 나라 왕이 죽을 때마다 전쟁을 논하는 것도 아닌데, 궁이 죽었다고 고구려 공격 여부를 고심했다는 것은 궁의 죽음으로 고구려 내부 사정이 혼란했음을 암시하는 것임에도, 김부식은 '후한서????' 기록이 잘못된 것으로 치부해 넘기려고 했던 이유를 '삼국사기'의 또 다른 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사기'「고구려본기」「태조대왕」에, ‘80년(132) 7월, 수성이 왜산(倭山)에서 사냥하고 측근들과 잔치를 열었는데, 미유 등이 수성에게, “모본왕이 죽었을 때 재사(再思)를 왕위에 앉히려 하였으나, 재사가 자신은 늙었다고 아들에게 양보한 것은, 형이 늙으면 동생이 잇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 왕이 늙었는데 왕위를 넘겨줄 뜻이 없으니 계획을 세우소서.”라고 하였다’는 기사가 있다.
물론 이 기사는 필자의 논지에 의하면 ‘모본왕이 죽었을 때’가 아니라 ‘국조왕이 죽었을 때’로 기록되어야 하는데, '삼국사기'에서는 국조왕을 태조대왕과 혼합하여 기록하기 위해서 모본왕으로 기록했다고 보는 견해지만, 어쨌든 수성이 태조대왕에게서 양위를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음에도 태조대왕이 양위할 의사가 없으니 반란을 하자는 의미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또한 '삼국사기'「고구려본기」「태조대왕」 94년(146)에, ‘7월에 수성이 왜산(倭山) 아래에서 사냥하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대왕이 늙었으나 죽지 않고 내 나이도 저물어 가니 기다릴 수 없다. 나를 위하여 책략을 세워달라”’고 한 기록을 보면, 수성이 양위 받아야 했던 확실한 이유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추론할 수 있는 근거는, ‘재사가 왕위를 추대받았을 때, 늙었다는 이유로 왕위를 아들에게 양보했다’라는 기록만 보아도, 태조대왕의 즉위는 평온했던 것이 아니라 재사가 주동하여 반란을 일으킨 뒤 아들을 즉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반란의 중심에서 수성이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태조대왕 이후에 즉위하기로 약속되었으나, 태조대왕이 예상외로 오래 집권하자 자신은 왕을 못 해보고 죽을까 봐 초조해서 또 다른 반란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태조대왕」에 ‘94년(146) 10월에 우보 고복장이 태조대왕에게, “수성이 장차 반란을 일으키려 하니 그를 죽이십시오.”라고 했음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태조대왕에게 두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왕위에 있다가도 물러날 76세라는 나이인 아우 수성에게 태조대왕이 순순히 양위한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태조대왕 때 고구려 왕실이 교체되고 국가체제가 정비되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학자가 논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 논지들과는 별도로, '삼국사기'에서 고구려 건국 연도를 늦추기 위해 써온 방식대로 국조왕을 태조대왕과 혼합 기록했다는 것이다.
중국왕조에서 벌어진 역사적인 사실을 전제로 기록한 '후한서'의 기록대로, 국조왕 궁은 안제 원년인 121년에 재사의 반란으로 죽임을 당하고 태조대왕 어수가 즉위해서 25년 동안 재위하던 146년에, 태조대왕을 즉위시킨 반란의 공을 누리기 위해서 또 다른 반란을 획책하는 차대왕에게 어쩔 수 없이 양위한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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