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덩치만 보면 세계에서 1, 2위를 다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나라의 추악하게 졸렬한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일 같이 여겨지지 않는 것은 우리 한민족 역시 티베트가 겪는 것과 유사한 아픔을 만주에서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며 필자가 느낀 특이한 사항 중 또 하나는, 개회식 중계방송 중에 원나라가 중국 역사라고 말하는 우리나라 아나운서의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섬뜩했다.
원나라는 중국 역사가 아니라 중국을 지배한 역사로 몽골제국의 시조로 훗날 칸에 취임하여 칭기즈칸으로 추앙받던 테무친은 몽골사람이지 한족의 중국인이 아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복자 중 한 사람인 칭기즈칸은 몽골의 위대한 칸이지 한족 중국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중국은 칭기즈칸이 마치 중국 황제 중 한 사람인 것처럼 세계를 지배한 중국의 대영웅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중국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칸이 중국대륙에서 몽골제국을 대원(大元)이라는 중국식 이름으로 교체하고, 한족의 중국인들이 행하는 것처럼 칭기즈칸에게 태조라는 묘호를 올려 추존했다고 해서 칭기즈칸이 중국인이 되어 중국 황제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원나라 시절 몽골인들은 노골적으로 중국 한족을 노예로 취급하며 감히 그들이 몽골족을 쳐다볼 수도 없도록 만들었다. 그런 원한 때문에 중국에서는 지금도 몽골을 몽고(蒙古)라고 표기하고 부른다. 무지하고 어리석다는 뜻의 '몽(蒙)' 자와 헐거나 낡았다는 '고(古)'자로 표기하여, 어리석고 낡아서 쓸모없는 종족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숱한 한을 남겨준 몽골을 깎아내리려는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이 만주를 호령하던 우리 선조들에게 치욕을 겪으면서 그 화풀이로 우리 한민족을 동(東)쪽의 오랑캐(夷)라는 의미로 동이(東夷)족이라고 불렀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지할 점은 우리 한민족을 낮춰 부르던 오랑캐 이(夷)자는 활 궁(弓)자와 사람 인(人)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글자로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니, 중국 한족이 우리 선조들의 영토인 만주를 침략할 때 당당히 맞서서 활로 혼내주던 우리 선조들에 대한 경외심마저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몽고(蒙古)라는 글자에서는 경외심은 전혀 찾을 수 없고 비하하려는 의도만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도, 원나라 시절 중국 한족이 당한 수모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원나라 시절의 참혹한 멸시와 탄압을 잊지 못해서 몽골을 몽고라고 비하하여 부르면서도 한족 중국은 원나라를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고 있다. 그들 스스로 외세의 침략에 굴복해서 종속되는 바람에 단절된 역사를 채우는 방법으로, 현재의 중국대륙이나 중국이 강점하고 있는 영토에서 이루어진 역사는 모조리 중국 역사라는 묘한 법칙을 만들어 막무가내로 우겨대고 있으며,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동북공정도 탄생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같은 문화인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굳이 비교해야 한다면 우리나라가 일제 36년이라는 공백을 일본 역사로 채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끔찍한 것임에도, 한족 중국은 뻔뻔하게 그렇게 한다. 그게 바로 한족 중국인 자신들을 과대 포장하여 체면을 유지하고 치욕(恥辱)을 감추기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여 기록하는 수법 중 하나인 춘추필법(春秋筆法)의 일환이다.
청나라 역시 중국 역사가 아니라 중국을 지배하고 능욕한 만주족의 역사이건만 마치 자신들의 역사로 기록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현상으로, 중국이 역사를 평가하여 기술하는 수준은 역사 왜곡을 넘어서 역사를 능욕(凌辱)하는 수준이다.
모름지기 중국이 역사를 능욕하는 실상은 방송국이나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와 다른 견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 중국의 역사 능욕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방송한 것이라면, 중국의 일방적인 역사 능욕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문제다. 물론 국제사회의 흐름이 그런 까닭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방송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아나운서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 중에 굳이 원나라를 중국 역사로 못 박는 대사까지 해야 하는지가 의문이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잃어버린 우리 영토 만주를 근거로 대륙을 지배하고 호령하던 고조선과 고구려, 대진국 발해의 우리 선조들은 물론 만주족의 청나라와 그 대를 이어 만주에 건국되었던 만주국이 자꾸 떠 오르면서 가슴이 저려온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