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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비례대표는 위성정당을 통해서 뽑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여, 유권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짓밟는다. 올바른 정책 세워서 나라를 바로 잡고 깨끗하게 정치하라고 뽑아 세웠더니, 기껏 한다는 일이, 법의 맹점을 이용해서라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입법기관이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마저 포기한 채, 의석 늘리기에 급급해 악법을 양산한다는 것을 백성들이 엄연히 알고 있는데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대한민국 축구는 카타르 아시안 컵에서, 예선부터 연출하기 시작한 힘에 겨운 졸전이 준결승에서 막을 내렸다.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던 한국 축구는, 축구라고는 구경만 해 본 필자가 보아도 전술 하나 없는 무력함이었다.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전술로 채워야 할 감독이 선수들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계방송 해설자가 페널티 박스 안에 선수가 없다고 수차 이야기해서가 아니라, 나 같은 비전문가 눈에도 선수들이 겹치거나 빈자리가 수시로 보였다. 그러더니 결국 선수들 간의 불화설로 인한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 부재까지 드러나고 말았다.
경제학에는 족보도 없는, 소득 주도 경제성장이나 역동 경제라는 희한한 경제 타이틀을 내세울 때 참 희한한 경제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경제는 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바람을 기원하는 구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백성들의 소득이 증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치는 구호.
역동적으로 용솟음치는 경제가 되기를 희망하며 부르짖는 구호.
그렇다면 그나마 조금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구호 덕분이었는지 아이러니하게도 소득 주도 경제성장 아래에서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집 가진 사람들만 경제성장을 한 꼴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 내각과 장관 후보나 고위직 사람 중에는 1가구 2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서 처분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등 꼴사나웠지만, 그들 개개인은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하고 집 없는 서민들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가죽가방 하나를 몇십년 들고 다니며 서민경제 챙기기에 앞장섰다던 사람도 1가구 2주택으로, 주택투기만이 돈 벌게 해준다는 걸 여실히 드러냈으니 그게 소득 주도 경제성장이라면 할 말은 없다.
역동 경제하에서는 물가가 역동적으로 치솟고 있다. 정부가 짓눌러 못 오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도 보라는 듯이 오르고 있다. 상한제라는 고삐가 풀린 아파트 분양가는 건축비 원가가 올라서라는 핑계하에 다른 물가를 추월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존 아파트 가격은 주춤거린다. 멀리 뛸 개구리는 움츠린다는 속담처럼 얼마나 높이 뛰려고 그러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리며 연봉 서열을 자랑하던 한전 적자가 눈덩이라는데, 총선 끝나고 전기료가 오르면 물가는 덩달아 춤출 텐데, 한전 연봉 삭감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으로 전기료는 안 오를 것인지를 포함해서 서민들에게는 경제 전체가 불안하기만 하다.
준결승까지 겨우겨우 올라가 개보다 못한 망신만 당하고 돌아온 축구 대표팀 감독 클린스만은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한다. 아는 것이 없으면 모르는 것도 없기 마련이라,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해임할 때 지불해야 하는 거액의 돈에 대한 축구협회의 부담에 혹시라는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해를 보더라도 고름은 짜내야 한다. 두면 둘수록 살이 썩어들어가 결국 불치에 이를 뿐이다.
손해를 보더라도 축구 감독은 경질하면 된다. 그런데 추락할 대로 추락하며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어 보이는 내 나라 경제와 그 경제 밑에서 신음하며 흘리는 백성들의 피눈물이 정치하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지, 아니면 보여도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포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다 할 정책은 보이지 않고 그저 총선 표 확보에만 급급해 온갖 헛말만 난무하는 정치인들의 태도는 어찌해야 하는지 백성들은 안타까울 뿐이다.
학창 시절에 시험 볼 때, 공부 잘하는 사람은 시험이 끝나고 나면 자신이 몇 점쯤 맞았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알고 쓴 게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부를 아예 못 하면 점수가 짐작조차 안 간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알고 쓴 건 없지만, 혹시라는 단어를 통해서 얼마나 재수가 좋을지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우리나라 축구와 정치는 둘 중에서 어느 학생에 해당하는지 백성들이 평할 일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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