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금전손실 보다 바보가 된 자괴감 높아 괴롭다”
대부분 상법에 명시된 기업 쪼개기 법 몰라 큰 피해
대선주자들 관심“소액투자자 피해발생 않게 법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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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일명 회사 쪼개기로 논란을 빚고 있는 기업의 물적분할은 경제전문가나 주식투자 달인이 아니면 잘 모른다. “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청원에 담긴 글은 하루아침에 금전손실을 당한 허탈감보다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다는 자괴감에서 치욕감을 느낀다고 호소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물적분할은 상법에 의한 합리적인 자구책이다. 분할 시에는 사전 예고도 한다. 예고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모기업이 어떤 형태로 분할하는지 모른다. 그 기업의 형태에 따라 물적분할에서 모기업의 경영상태가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즉, 실적이 좋지 않은 분야를 털어 낼 것인지, 알짜배기 사업부분이 떨어져 나가는지를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LG화학과 카카오에 대한 물적분할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민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쪼개기로 개미투자자들의 억울한 피해가 확산되자 정치권에서도 상법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4.4분기 만해도 LG화학주는 주당 90만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기업인 LG화학의 주가가 지난달 25일 종가기준 39%나 빠졌다. 물적분할로 인한 주가폭락은 LG화학뿐만 아니다. 카카오도 예외는 아니다. 주당 16만원을 상회한 주가가 최근 반토막이 났다. 기업분할에 대한 상식과 이해부족, 정보부족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기업의 분할은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분할 후 새로 만들어지는 기업의 주식을 기존 회사의 지분율대로 나누는 방식이고, 반면 물적분할은 분할 후 신설 회사의 지분을 분할 전 기업이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물적분할이 대세다.
사실 최근의 논란은 물적분할 자체보다도 분할 후 신설되는 자회사들이 주식시장에 새로 상장된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설 회사가 상장하는 물적분할은 모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다른 문제점도 많이 제기되지만 이게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적분할에 대한 논란은 개미투자들의 피해가 큰 대신 기업만 배불린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지난해 LG화학에 투자한 투자자대부분이 배터리사업이 유망하다고 판단해 투자했는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LG화학에서 배터리사업부가 떨어져 나갈 것이라 는 것을 몰랐다는 점에 있다. 이런 식의 모기업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사업부가 분사한 SK온, 카카오도 비슷하다. 한때 카카오의 사업이었던 게임과 웹툰, 온라인쇼핑 등은 자회사로 분할된 후 상장을 했거나 상장할 예정으로 있다. 이제 카카오는 이들 사업을 하지 않는다 유력 자회사들이 앞으로 더 상장을 하게 되면 카카오가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 주식이 급락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씨는 지난해 초 그린뉴딜 최대 수혜주라는 LG화학에 투자했다. 2차전지 배터리 사업부분만 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돌풍으로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서다. 1년 동안 손실액만 39%(1월 25일 종가기준)에 달한다고 하소연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증시 IPO(기업공개) 역사상 최대 규모 흥행에 성공하면서 화려한 축포를 터트린 반면 LG화학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 분할 후 상장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LG화학 주가 상승 원동력이 됐던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부문을 떼어내면서 기존 모회사는 그야말로 빈껍데기가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연일 터지는 물적 분할 이슈에 정치권에서도 쪼개기 상장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여야 두 후보 모두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신주인수권이나 주식매수청구권 등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신주인수권은 물적분할 등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방안으로 거론된다. 자회사 상장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의 신주를 우선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현행 상법상 주주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에 따라서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적시되어 있기 때문에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가 아닌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물적분할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대책으로 제시된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회사의 이사회가 합병, 분할합병, 영업양수도 등을 추진할 때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적정가격으로 회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두 권리 모두 국내 기업들의 계속되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한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는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원래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도록 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을 포함해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사업의 분할 결정으로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기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물적 분할로 인한 소액주주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물적 분할 때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 상장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제공하자는 등 제도적 보완방안을 제안했다.
한국거래소는 물적 분할 자회사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5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물적 분할 후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 경영진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물적 분할 심사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물적 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 거론되지만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반면 상장 심사 시 주주 의견을 들었는지를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관련 심사조항에 포함하는 것은 법이나 규정 개정이 없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과 신주인수권 부여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구체적인 방향이 없을뿐더러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 집합과 묘안도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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