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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칼럼니스트 |
이스라엘은 즉각 전쟁을 선포하고 지구 끝까지 추적해 하마스 무장단체를 말살할 것을 공언했다. 분노에 찬 무서운 피의 보복 발언이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중동지역에서 또다시 종교전쟁의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며, 유가 폭등으로 인한 영향이 세계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의 이번 동시다발 공세는 ‘이스라엘판 9·11 테러’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의 군사·통치 역량 파괴를 목표로 전쟁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극우 연정’의 팔레스타인 핍박이 도화선
이번 사태는 지난해 말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출범한 이후 유대인 정착촌 확대와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더욱 거칠게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과 갈등을 악화시켰다. 또 다른 중요 원인으로는 미국이 중재하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평화협정으로 팔레스타인이 ‘버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평화협정을 추진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졌다. 한 중동 전문가는 “중동에서 팔레스탄인의 입지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하마스는 이번 공격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를 중단시키려는 위험한 도박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비인도적 탄압에 대한 테러는 이해되지만, 이스라엘 민간인까지 잔혹하게 살해한 하마스의 이번 공격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더욱 큰 희생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 극우파 정권이 추진해온, 대화 없는 ‘힘에 의한 평화’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로켓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 돔’을 도입한 바 있다. 또 세계 최고의 정보기구라는 모사드와 첨단 감시장비를 갖추고, 미국의 강력한 지원까지 받고 있음에도 이번 공격을 막지 못했다.
유대인의 고유 명절인 초막절 이후 이어진 안식일에 이뤄진 하마스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이스라엘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이에 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첩보 능력으로 이름 높은 이스라엘 군과 첩보기관 ‘모사드’가 공격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보 실패’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 첩보기관 ‘모사드’도 정보 수집 실패
요나탄 콘리쿠스 전 이스라엘군 국제담당 대변인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이 실패했다. 전체 안보 시스템의 구조가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필요한 안보를 제공하는 데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스라엘로부터 이번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나 사인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예측하지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도 못했던 것은 하마스의 공격이 은밀하게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 수십억달러를 들여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아이언 돔’을 도입했다. 또 상당한 비용을 들여 2021년 말 감지장치를 갖춘 스마트 국경 시스템과 지하 벽을 구축했다. 그에 따라 2021년 5월 발생한 무력 충돌 땐 가자지구에선 248명이 숨졌지만, 이스라엘에선 12명이 희생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번엔 단번에 수천발의 로켓을 쏘아대는 동시에 적잖은 무장 대원들이 패러글러이더를 타고 국경 철조망을 넘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이 들어선 뒤 사법 개편 등을 둘러싸고 사회가 양분된 틈을 타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조직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공격을 예측하진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공격을 계기로 하마스를 대하는 이스라엘의 접근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소규모 로켓 공격 등이 있을 경우 아이언돔으로 요격한 뒤 전투기를 동원해 보복 폭격을 하거나 핵심 지도자들을 밀착 감시해 암살하는 등 ‘제한된 대응’을 해왔다. 하지만 하마스가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역량을 갖춘 것이 확인된 이상 이스라엘 역시 대규모 지상군을 동원해 가자지구에 진입하는 본격적인 군사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하마스 대원들, 북한 F-7 로켓 사용 포착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북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가 독일계 이스라엘 여성을 납치해 트럭에 싣고 다니는 영상을 보고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 대원들이 북한제 무기를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군사 전문 블로거 워 누아르(War Noir)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통해 "대원 중 한 명은 북한에서 제작된 흔치 않은 F-7고폭 파편 로켓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군사 자문 기업인 무기연구서비스(ARES)의 엔알 젠젠 존스 국장 블로그도 비슷한 모양의 무기가 F-7 로켓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제 F-7 로켓은 85밀리리터 포를 가진 로켓추진식 수류탄(RPG)으로 주로 중동 지역에 많이 수출됐다고 RFA는 전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RFA와 한 통화에서 전부터 하마스는 북한이 제공한 F-7 로켓을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하마스에 불법 무기를 제공한 정황이 있다면서 양측 간 무기 거래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벡톨 교수는 VOA에 "북한이 수천 기를 보유한 122mm 로켓과 로켓 추진식 수류탄, 그 외 다른 소형 무기 등을 실은 수송기가 2009년 태국에서 적발된 적이 있다"며 "이후 이스라엘 당국은 이들 무기가 하마스와 헤즈볼라로 아마도 향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고 말했다.
◆대화없는 ‘힘에 의한 평화’ 논리 한계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있는 가운데, 중동의 화약고가 터져 세계는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중동지역 전쟁이 시작되어 장기전에 돌입하면 피를 말리는 경제 공황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의 국방-외교-안보-경제에는 문제가 없는지 새겨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화 없는 ‘힘에 의한 평화’를 주창한다. 국력이 곧 안보라는 등식이 중동에서는 통하지 않았음을 하마스 기습공격이 말해 주고 있다. ‘힘에 의한 평화’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북의 오판으로 기습 선제공격을 해오면 서울은, 아니 대한민국은 안전한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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