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규아파트 고가분양 행진은 건축자재값 인상 때문
1년과 비교 평당 500만원 올라…규제 강공은 되레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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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칼럼니스트 |
경기 부진에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 드라이버로 인한 '세수 펑크'가 계속되면서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 썼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국가채무와 가계 빚은 모두 합쳐 3천42조원에 이른다. 나라 빚과 가계부채가 건국이래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우리나라 총생산(GDP) 2401조원의 127%에 달한다.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채발행을 늘렸고, 가계부채는 부동산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다는 뜻)’로 인해 부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나라·가계 빚은 올해 2분기에만 전 분기(2998조원)보다 44조원 늘었다. 올해 1분기 증가 폭(20조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3분기(63조원) 이후 2년 3분기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나라·가계 빚은 작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38조원, 33조원 급증하며 보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에는 국가채무와 가계신용 모두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2분기 말 국가채무는 전 분기보다 30조4천억원 늘어난 1천145조9000억원이다.
경기 부진 영향으로 2년째 세수 펑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반기 재정 집중집행 기조까지 겹쳐 국고채 발행이 늘었고, 이는 결국 채무 급증으로 이어졌다. 뚜렷한 세수 기반 확충 없이 이어지는 감세 정책도 재정 기반을 취약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조합소득세(종부세)와 상속세 감세 기조가 결정되는 2025년부터 생산지수의 실질적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세수 결함은 계속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가 활황 경기로 되살아 나지 않으면 국가채무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50.4%로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1∼2019년 30%대에 머물다가 2020년 40%대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 처음 50%를 넘어선 것이다.
가계신용은 1천896조2000억원으로 2분기에만 13조8000억원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근 주택 거래 회복과 함께 관련 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은 전 분기 말보다 13조5천억원 불었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6조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라·가계 빚의 가파른 증가세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와 맞물려 정부·민간 소비를 옥죄는 모양새다.
불어난 빚 탓에 정부 총지출과 금리인하가 제약을 받는 등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재정·통화정책의 재량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이 임계점에 다달랐지만 막대한 가계 빚과 가파른 집값상승 때문에 금리인하 카드를 섣불리 빼내 들지 못하고 여러 차례 동결 카드만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지역이긴 해도 아파트값이 뛰어 여기저기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은행권은 주담대출 및 신용대출 이자를 올리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에 국민들은 반발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이자 인상은 부자들에게는 영향이 적지만, 서민층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에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방송에 출연해 “주담대 금리인상은 금융당국이 바라는 게 아니다”라며 은행권의 금리 인상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놀란 은행연합회는 26일 긴급간담회를 열어 금리인상 대신 대출한도를 탄력있게 적용하는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며 일관성이 없는 금융정책을 펼쳐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 결국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여신담당 부서는 일요일인 지난 25일에도 출근해 주택담보대출에 있어 대출이자 인상보다 대출 억제방안에 방점을 두고 골몰했다.
이들 5대 은행에서 내놓은 규제방안은 ▲국민은행의 경우 수도권 주담대 최장만기가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 연소득 5000만원 차주의 대출한도가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이 제도는 이달 29일부터 적용된다. ▲우리은행의 경우 9월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막기위한 방안으로, 매매계약과 임차계약이 같은 날 이뤄지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등의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도 중단한다. ▲신한은행의 경우도 갭투자를 막기위한 방안으로, 지난 26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갭투자는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임차인을 미리 구해놓고 임차인이 매매계약일과 같은 날 전세대출을 신청한다. 그래야 부족한 매매대금 청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단의 금융정책으로 치솟는 집값 안정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의 부동산투기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부동산에서 얻은 소득을 세금으로 거둬들이기 위해 양도소득세란 세금 제도를 도입했으며, 부동산종합소득세(종부세)는 2005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신설되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지만 부동산투기를 막는 대는 모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시장흐름에 역행하는 규제정책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금융정책변화로 부동산투기를 막겠다는 발상은 어불성설 이라고 꼬집는다. 물가가 득달같이 오르는 통에 건축자재값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분양가를 보라. 불과 1년 전보다 3.3m2(1평)당 평균 500만원이 올라 수도권 분양가는 평당 1500만원 이상이다.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34평형 기준 5억1000만원 선으로 1년전과 비교하면 평균 1억7000만원이 올랐다. 아타트 건설회사들은 인상된 가격에도 타산 맞추기가 힘들다며 도급계약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출규제로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발상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꼴 아닌가. 지금의 부동산투기 및 투자는 시장흐름에 따른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요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금융당국이 호들갑을 떨고 은행권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자유경제를 배우는 초등생보다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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