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매 순간 수평적으로 행해지는 문화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직적으로 축적된 것이 역사다. 그리고 그 문화와 역사는 일정한 영토에, 각각의 고유한 영토문화와 역사로 생성되고 발전한다.
따라서 일정한 영토의 영토문화와 역사를 생성하고 발전시킨 민족이나 나라가 그 영토의 역사 주체로 영토문화주권자이며, 영토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라는 ‘영토문화론’에 의해서 역사를 차지하는 민족이 영토를 소유하는 것이다.
중국은 그런 용어는 몰라도 논리는 알기에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어 그 앞뒤 역사인 고조선과 대진국 발해 역사마저 중국 역사로 만듦으로써, 그 영토문화의 영토문화주권자가 되어 역사를 차지함으로써 만주의 영토권을 영원히 소유하겠다는 허황된 욕심에서, 동북공정을 비롯한 영토공정 논리가 왜곡되고 날조된 허상임을 알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한족 중국은 만주를 차지하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동북공정을 내세우는데,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책을 연구한다는 우리 한민족 학자 중에, 동북공정을 논하면서 영토에 관한 정치적 문제는 미뤄두고 역사문제만 논하자는 학자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역사와 영토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몰라서, 만주를 중국영토로 영원히 내줌으로써 만주의 역사마저 중국 역사로 내주자는 것이다. 그것은 동북공정을 인정해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말로, 식민・사대 사학자라고 낙인찍힌 이들보다 더 나쁜 발상이다.
겉만 학자지 실제로는 신개념으로 국토를 팔아먹겠다는 매국노와 다름없는 행위다. 동북공정에 관해서 영토와 역사를 분리하여 연구하자는 것은, 2004년과 2005년 한국 고구려역사재단과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이 두 차례 학술회의를 열었으나, 중국 특유의 기괴한 협상 전술인 구동존이(求同存異), 즉 서로 다른 의견은 미뤄두고 일치하는 것만 토론하자는 작전에 휘말려 영토는 물론 역사침탈 문제에 관해서도 이렇다 할 이의제기도 못 하고 침탈을 묵인해주는 결과를 낳았던 것처럼, 중국의 영토침탈을 묵인해주자는 것으로, 동북공정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논리다.
한족 중국은 청나라 최고 강역 안에 있는 모든 역사는 자국 역사이고 그 민족은 자국민이라고 한다. 청나라 역사가 중국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외하고 보면, 영토문화와 역사가 이루어진 영토의 주인은 그 영토문화와 역사의 주인인 영토문화주권자라는 ‘영토문화론’의 기본 개념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그 반대다. 자국민 혹은 자기 민족이 펼친 영토문화에 의해서 이루어진 역사이니 자신들의 역사이며 그 문화와 역사가 이루어진 영토가 자국 영토라는 순리가 아니다. 청나라가 무력으로 지배하던 땅이라는 영역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가 모두 한족 중국 역사라는 것이다.
영토문화와 역사가 이루어진 영토의 주인은 영토문화와 역사의 주인이라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어떤 민족이 어떤 영토문화를 누리고 어떤 역사를 형성했든지 간에 지금 이 영토의 주인이 한족 중국이니, 지금부터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한족 중국의 영토문화가 되고 한족 중국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훗날 설정된 현재라는 영역 안에 존재하는, 과거로부터 이루어져 온 여러 민족과 나라의 모든 영토문화와 역사를 한족 중국 것으로 만들겠다는, 역사를 역행하는 억지일 뿐이다.
현재라는 틀로 흐르는 역사를 막고 역류시켜 그 틀 안에 있는 형형색색 각 민족의 모든 영토문화와 역사를 한족 중국 색깔 하나로 만들겠다는 허황된 발상으로, 엄청난 과오를 범하는 이유는, 그래야 지금 점유하고 있는 영토들이 모두 한족 중국의 영토가 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영토가 목적으로, 영토학(嶺土學)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해괴망측한 논리로 접근하는 억지 주장일 뿐이다.
한족 중국이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접근하는 방식은 어떤 이론으로도 영토권자를 바르게 정의할 수 없고 오로지 중국영토라고 억지를 부리는 막무가내식 주장이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체 방관하면 안 된다. 방관하는 순간 한족 중국의 날조된 주장을 우리 한민족이 인정했다고 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족 중국이 만주를 영원히 중국영토로 고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구려 역사가 중국 역사’라고 동북공정이라는 수단을 내세웠는데, 그 수단이 허구라는 것을 규명한다고 목적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반드시 기억하고 대처해야 한다. 중국은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더 많은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여 동북공정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동북공정의 목적을 제거하여 동북공정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만주의 영토권자가 우리 한민족이라는 것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역사를 연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심각하게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단재 신채호가 ‘역사를 잃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 것은, 역사를 잃으면 문화와 영토를 잃게 되어 결국 나라와 민족까지 모두 다 잃는다는 의미임을 명심할 때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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