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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영 칼럼니스트 |
이 대표는 각종 의혹으로 장기간의 단식투쟁과 검찰수사에서 구속이란 불명예에서 벗어나 지난 23일 당무에 복귀했다. 당무 복귀에서의 일성은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지난 26일 전직 원내대표를 한 자리에 모아 오찬을 가지면서도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복귀 후 첫인사 비명계 반발
‘단결-단합’을 강조하는 당 대표의 의연한 모습에 당내 중진들은 이 대표가 구속 리스크를 털어내고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진심으로 통합에 나서려는 것 같다고 반색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복귀 후 첫 인사에서 그의 진심을 의심받게 됐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지난 27일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하면서다.
하필 대전 대덕구는 현재 비명계 박영순 의원의 지역구다. 여기에다 신임 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난 이후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음에도, 그 다음날 친명계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그렇게 가결한 것에 대해서 용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즉 반란표를 던진 비명계를 관대하게 용납해선 안된다는 강경 발언이었다.
◆“말로만 통합 외치며 동지에 비수꽂는 처사”
비명계에선 박 최고위원 지명에 대해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표의 이번 인사에 대해 이원욱 의원은 “‘겉과 속이 다른 처사’라며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비명계 강경파로 알려진 윤영찬 의원은 박 전 구청장 발탁 이전부터 ”당내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서 최고위원을 뽑는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고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경계해왔다.
이같은 비명계 반발엔 이유가 있다.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최근들어 원외 친명계 인사들의 비명계 현역 지역구 ‘자객 출마’가 당내의 화두이자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엔 이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냈던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자객’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이 대표 특별보좌역에 임명되자 페이스북에서 “혁신, 혁신거리는 이원욱 의원님! 본선 아닌 경선에서 뵙고 싶습니다!”라는 등 이 의원을 수차례 저격했다. 지난 3일엔 단식 후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를 찾아가 두 손 맞잡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자신이 이 대표와 가깝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8일 열린 진 대표 북콘서트에는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이 대표의 축하기가 펄럭이는 영상도 보여줬다.
원외 친명계가 위협적인 데는 이들이 뭉쳐있는 까닭도 있다. 1000여명이 모였다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모임을 실질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강위원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한 이 대표 측근이다. 강 총장도 지난 8월 이 대표 특별보좌역에 임명됐는데, 그 역시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버티고 있는 광주 서갑에 출마한다. 지난 15일 광주서 열린 강 총장 출판기념회에 이 대표는 축전과 축하기를 보냈다. 박찬대·장경태 등 현직 친명계 최고위원도 축전을 보냈다. 강 총장은 “배지에. 취해 정치타락의 길을 가지 않겠다. 이재명 정부 개막을 위해 운명을 걸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당초 본인 고향인 강원 강릉 출마를 준비하다 최근엔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선 은평구청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곤궁한 처지의 당 대표를 겁박하여 알량한 기득권을 챙기려는 기회주의자들로 변신하는 걸 보며, 어찌 배신하는 자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라며 “의리를 배신한 자를 심판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고향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는 게 아닌지, 달 밝은 가을밤 시름에 잠 못들게 한다”고 은평을 출마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고백하기도 했다.
◆원외 친명계 도전 거세 비명계 물갈이 10여명 선 예상
원외 친명계는 비명계 다선 의원들도 겨냥하고 있다.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이경 당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를 등에 업고 각각 5선의 설훈(경기 부천을) 의원과 이상민(대전 유성을)의원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도 4선의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의원에 도전장을 냈고, 이정헌 전 선대위 대변인과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도 각각 3선의 전혜숙(서울 광진갑)·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 지역구에 뛰어들었다. 그밖에도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경기 용인병·정춘숙), 황명선 전 민주당 대변인(충남 논산계룡금산·김종민),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보(광주 동남갑·윤영덕), 김성환 전 광주 동구청장(광주 동남을·이병훈) 등 원외 인사가 저마다 이 대표를 앞세워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서 표밭갈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이들에 힘을 실어주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이 지난 11~12일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친명계 원외 도전자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14.6%)이 비명계 윤 의원(12.2%)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에 “자객 출마가 공천으로 이어지면 물갈이 될 비명계가 10명은 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간 원외 도전자들에 대해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여유를 부렸던 비명계 의원들도 최근 “이 대표가 가결파 징계를 일단락했다지만, 추후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가동되면 비명계를 잘라낼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을 정도로 비명계는 살얼음 판이다.
◆이 대표 “그분이 친명인지 잘 모른다”
언제나 그랬듯 인사와 공천에는 잡음이 따른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에 지명된 박정현 최고위원에 대해 “그분이 친명인지, 비명인지 잘 모른다. 인품과 정치역량을 보고 임명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는 하지만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을 둘러싼 심각한 내홍이 엊그제인데, 공천을 앞둔 분열 조짐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단결-단합’의 결의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것은 한낱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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