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 마나미 기자] 어지럼증은 국민 다수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어지럼증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2014년 약 73만 명에서 2024년 약 98만 명으로 10년간 꾸준하게 증가했다. 문제는 어지럼증 을 단순빈혈이나 일시적 증상으로 넘기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일부 어지럼증은 뇌혈관 이상과 중추신경계 병변에 의해 발생하는 중증 뇌질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 저하로 혈관 수축과 혈압 변동, 혈류 변화가 겹치며 뇌혈관 질환 위험은 높아진다. 이 시기 발생하는 어지럼증은 뇌졸중 전조증상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과 류창환 전문의는 “급성 어지럼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상당수는 말초성이 원인이지만, 약 10~25%는 뇌혈관 문제를 포함한 중추성 어지럼증에 해당한다”며 “고령층이나 고혈압·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겨울철 어지럼증은 뇌경색이나 뇌출혈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겨울철 어지럼증, 원인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
어지럼증은 발생 원인에 따라 귀의 전정기관 문제로 인한 말초성 어지럼증, 뇌의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중추성 어지럼증, 그리고 기타 질환(실신성/심인성)으로 구분된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 신경염 등 귀 질환으로 발생한다. 특정 방향으로 머리를 움직일 때 눈동자가 떨리는 안진을 동반하며 수초에서 수분간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 뇌 자체의 병적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머리 움직임과 관계없이 어지럼증이 지속되고, 단순히 빙빙 도는 느낌보다는 중심을 잡기 어렵고 비틀거리는 균형 장애가 두드러진다. 소뇌나 뇌간에 병변이 있다면 어지럼증과 함께 복시, 구음장애, 한쪽 팔다리 감각 저하, 술 취한 듯한 보행 장애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뇌졸중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류창환 전문의는 “중추성 어지럼증을 단순 피로와 빈혈로 오인해 대응이 늦어지면, 뇌 손상이 진행돼 영구적인 신경학적 후유증과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구조적 뇌 병변이 없어도, 심혈관계 이상과 자율신경계 기능 변화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과 부정맥으로 뇌혈류가 일시 감소하는 실신성 어지럼증은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쓰러질 듯한 느낌이 특징이다. 불안·공황 반응과 자율신경계 과항진이 복합 작용하는 심인성 어지럼증은 심계항진과 과호흡을 동반할 수 있어, 중추성 원인을 배제한 뒤 감별 진단을 해야 한다.
■ 어지럼증, 정확한 원인 규명이 치료의 출발점
전문가들은 어지럼증을 단일 증상으로 보지 말고, 원인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원 선택도 정밀 영상 검사와 신경과·이비인후과 협진 체계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지럼증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비디오안진검사(VNG), 뇌혈류 검사, 뇌·전정 유발전위 검사, 자율신경계 검사, 고해상도 MRI·MRA 검사 등이 활용되며 이를 통해 말초성, 중추성, 기타 원인을 단계적으로 구분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이석치환술이나 전정 재활치료, 약물치료로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혈관 질환이나 중추신경계 손상이 원인인 만큼, 즉각 원인 치료와 신경 손상 진행을 막는 대응이 핵심이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혈전용해제 투여, 혈관 확장술 등 응급 처치와 함께 맞춤형 뇌신경 재활치료가 시행된다. 실신성·심인성 어지럼증도 심혈관계 평가나 자율신경 안정, 약물·심리치료 등 원인 중심 치료가 이뤄진다.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혈당·지질 수치 관리와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나 탈수 예방 등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겨울철은 혈관 수축과 협압 변동이 커지는 만큼, 무리한 야외 활동과 새벽 외출은 가급적 피한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에는 충분히 몸을 풀고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류창환 전문의는 “겨울철 어지럼증은 뇌혈관 이상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며 “추운 환경에서 발생한 어지럼증은 단순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조기에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신경학적 후유증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이는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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