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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대정일일신문의 기사처럼 한반도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만주에 독립국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정신문에서 주장한 것처럼 대한제국의 고토를 수복해서 만주에 독립국을 세움으로써 대한제국 백성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제국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대고려국’을 건국한다면, 단순히 대한제국 백성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일본의 병탄에서 광복시키는 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가 건국되는 것이다. 그러나 광복군 기지로서의 구상은 대한제국 백성들의 생각이었을 뿐일 것이다.
대정일일신문에 이 기사가 실린 시점은, ‘대고려국’ 건국계획에 적극 참여하던 양기탁이나 정안립 등의 대한제국 독립투사들이 건국 열정의 최극점에 달한 뒤에 식어가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미 ‘대고려국’ 건국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줄어가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에나가 미사오는 이미 그런 점을 고려하여 신문에 기사화 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주에 독립국을 건국하려면 만주의 맹주임을 자부하고 있는 장작림(張作霖; 징쭤린)은 물론 중국정부의 비위를 거스르게 될 것이지만, 그보다는 먼저 만주에 독립국을 세워 일본의 대륙진출 꿈을 이룩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대한제국의 양기탁이나 정안립을 앞세워 ‘대고려국’을 건국하려고 했지만 그게 여의치 않자 새로운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고 일본 전체에게 알리고 독려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던 것일 수 있다. 그 당시 일본인들에게는 만주를 차지함으로써 포시에트만 노브고로드를 일본해로의 출구로 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반도가 포함되지 않은 영역표시가 옳은 것일 수 있다.
반면에 한반도를 포함하는 것은 만주에 독립국을 건국한다기보다는 만주와 한반도를 일체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대한제국 백성들이 중요한 터전으로 삼고 있는 간도를 매개체로 삼아 한반도와 만주를 잇는 연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또한 그것은 만주에 ‘대고려국’을 세워 무장기지화 한 다음 그곳을 기반으로 한 무장투쟁으로 한반도까지 광복을 이끌어 내겠다는 독립투사들의 의지와도 맞는 것이다. 대한제국 백성들에게 ‘대고려국’ 건국을 고취시키고 만주로의 이주를 독려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을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한반도를 포함하기로 했는데 ‘대고려국’ 건국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지자, 스에나가가 신문에 연재하면서 만주에 또 다른 독립국을 건국하기 위한 포석으로 한반도를 제외시켰는지도 모른다고 가정해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일본의 기본적인 목적이 한반도의 대한제국과 별개의 독립 국가를 만주에 건국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이 만주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한반도와 분리 통치할 나라를 건국하되, 영토문화와 역사를 통해서 볼 때 대한제국이 만주의 영토권을 주장할 수 있으니 대한제국의 백성들을 독려하여 만주의 독립국가 건국에 동참하게 하자는 것이지, 대한제국의 영토를 만주까지 늘려주겠다는 속셈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한반도를 포함하는 것은 ‘대고려국’ 건국에 참여한 대한제국 백성들이 원했던 것일 뿐, 한반도를 포함하지 않은 독립국이 원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봉황의 나라를 건국해서 잃어버린 고토를 모조리 수복하는 것은 물론 그 나라를 바탕으로 한반도까지 수복하는 ‘대고려국’을 건국한다는 한민족의 숙원을 담은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두 가지 영역 중 어느 것이 원안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대고려국’에 관한 대정일일신문 기사 첫 회에서 강조했듯이, ‘대고려국’이 우리 한민족의 자부심을 되찾자는 차원 아래 고조선의 맥을 이은 고구려 영토를 수복하여 건국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는데, 그 영역이 만주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 역시 만주가 우리 한민족의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였기 때문에 그런 설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제10회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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