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새누리당이 기초자치단체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밀고 나가기 위한 요식행위로 의원총회를 열고 이를 당론으로 확정하려다 ‘당론 확정’을 포기하고 다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떠 넘겼다. ‘폭탄 돌리기를 한 것’이다.
▲ 추성춘 생활정치 이사장 © 로컬세계
이처럼 당론 확정을 포기 한 것은 의원총회에서 공천제 폐지를 주장한 소수의원에 대한 배려라기보다는 공천제 폐지 대국민 약속을 당 전체 의사로 뒤엎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대국민 약속 파기가 예상대로 유권자의 가혹할 정도의 심판 대상이 돼 결국 그 상처를 박 대통령이 떠안고 그 이후에 벌어질 사태를 두려워했기 때문인 것으로, 새누리당의 이름으로는 책임 권에서 좀 떨어져 있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는 박 대통령이 우여곡절은 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 기초자치 단체의 정당공천은 대국민 약속대로 폐지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선 막바지에 당시 박 후보는 “국민의 삶의 정치 부활”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연결시켜 강조했다. 말만 안 했지 그의 눈빛은 ‘국민 여러분 한번 믿어 주세요’라는 절박한 심정 그 자체였다고 기억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박 대통령이 국회에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를 요구할 것으로 단언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책임제의 정체를 운영하면서도 항상 ‘제왕적 대통령’ 병에 시달려 왔다. 너무 오랫동안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온 정치사가 있고 당 총재를 겸한 대통령이 공천권으로 국회의원의 목줄을 쥐고 있어 국회는 스스로 ‘시녀’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엄격한 삼권분립으로, 대통령은 입법권도 없고 내정을 장악할 특별한 정치적 도구가 없기 때문에 여야 양당을 상대로 힘겨운 정국 운영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제는 과거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한 치 앞으로도 진화되지 못했는가.
실제로 대통령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또 미국의 대통령제처럼 이상적이고 엄격한 삼권분립 대통령제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판박이가 가능한 것인가.
요즘 분권형 대통령제를 논하면서 국무총리에게 내정을 맡긴다는 비현실적인 주장도 제기되나 통치 권력의 분산과 견제는 전체적이고 입체적으로 검토할 대상이지 지나치게 제왕적 대통령의 도그마에 빠져 대통령이 군주제의 왕처럼 이미지가 왜곡되는 것도 균형적인 합리적 대통령제 정치 진화의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제왕적 국회’라는 조어가 가능 할지 모르겠으나 한국 국회가 정책의 결정과 실행이라는 측면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낙제점이라는 지적에는 그리 큰 반대가 없을 것이다.
19대 국회의원의 절반이 초선이라고 한 때는 국회의 쇄신과 개혁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 한국국회의 현 주소는 어딘가. 여야 가릴 것 없이 강경파가 전체를 쥐락펴락 하는가 하면 ‘작은 이해관계의 기회주의가 합리적 진정주의를 윽박지르는 몰상식’이 범람하고 이런 가운데국회의원 특권 내리기는 물론 입법 활동의 비합리, 전근대성은 여전히 제자리다.
한국국회는 아직은 새정치 개혁의 대상이지 개혁의 주체라고 큰 소리 칠 입장이 아니다.
이것은 국민의 상식으로 돼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기초선거의 “정당으로 부터의 해방‘이 정당정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처럼 강경 일변도다. 그러나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돈 공천 척결이라는 정치부패 예방 말고도 이론적으로도 당당한 주장이지만 지역 현장 중심의 실용주의라는 정치사상으로 봐도 흠잡을 데가 없다.
정치학자들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라고 가르친다. 백번 옳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은 정당공천으로 하면 정당정치에 어떤 손상도 없다.
왜 굳이 ‘기초’라는 말로 기초자치단체라고 부르는가.
한마디로 우리 마을의 자치이기 때문이다. 시군구도 정치단체라고 규정하고 싶다면 그것은 전 주민의 전원 참여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이다. 지금 한국정치의 숨통을 막고 있는 악성 종양은 이념이 전체를 지배하고 민생과 생활이 실종된 시대착오적인 국적불명 정체의 부산물이다.
따라서 반신불수가 된 현재의 한국정당으로부터 ‘동네안의 공동체 자치’를 해방시켜야 한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통치력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그것이 뭐라고 _그렇게 까지 해서,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들으려 하느냐”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의 의총 발언)라는 충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까짓 것 시장군수 기초의원 공천이 뭐라고 새누리당 일부 세력은 한사코 매달리는가.
예상대로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공천을 강행하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기초선거에 한해서라도 연대해 한 후보를 지원한다면 공천을 강행한 여당이 더 크게 이길 수 있다고 보는가. 지방자치를 파행적인 국회의원 정치의 종속물로 전락시킨다는 비난에서 한국 국회가 헤어나야 큰 정치도 진화할 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여당, 새누리당의 책무다.
국회의원에게 지방재정이 자립하고 분권이 실현되는 일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지방이 국가보조금이나 지원에 매달려야 국회의원이 로비 능력으로 지역구 표밭을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역이 도움 받을 일이 줄어들면 국회의원의 ‘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과 지역 분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의 공천권이나 국민에게 돌려주면 되지 그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시장군수와 기초의원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주장을 하는가.
정당이 기초단체 공천 포기하면 이것이 바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국회가 한국의 지방자치 향상을 위해서 당장 할 일이라면 다양한 전문 인재들이 선출직에 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록 입법 활동으로 뒷받침 하는 일이다.
기업이나 공무원 교원 등 그 지역 인재들이 재직 중에 입후보 해 당선돼 임기를 마치면 복직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직종에 따라서는 겸직이 가능 하도록 하는 일 등이다. 스웨덴의 경우 의사가 국회의원이 돼도 진료 일을 겸직한다. 국회직도 봉사와 명예로 보기 때문이다.
특권을 포기해야지, 봉사하는 일이라면 겸직이 많을수록 좋다.
지금의 지방의회 구성은 지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에 턱 없이 편향적이다. 그들의 과거 전력을 보면 상당수가 전문 분야나 사회봉사의 실적이 별로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눈치나 살피는데 시간을 다 쓰고 있는 상황이니까 진정 주민을 위한 봉사와 헌신의 정신이 살아 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가 국민과 한 약속이라는 측면 보다 한국의 정치를 ‘재구성’한다는 시대적 소명의식으로 국회개혁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국회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도 나쁘지만 제왕적 국회도 나쁜 정치의 원류다. 민주주의는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핵심이지만 이것은 결단과 실행을 전제로 한다.
토론을 위한 토론, 비생산적인 시간 낭비, 국민의 일상생활이 실종된 이념 전투장화 한 국회를 이대로 방치하면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가 국가 생존의 위기로 급격히 확산 될 수 있다.한국국회가 현대화, 합리화, 다양화 되지 않으면 통일 대박도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의 동토에 풀뿌리 지역자치를 확대하려면 한국이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지역 자치는 민주주의 종자를 심는 일이다. 국회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통일 한국을 품을 수 있도록 텃밭을 만들어 주고 그 텃밭은 주민들이 가꾸어 가도록 맡겨주면 된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 전원이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실험장’이다.
그곳에 묻힐 사람들에게 맡겨 주자.
그래야 ‘창조 정치’ 창조적 복지 공동체의 정치가 실현되고 더 나아가 대의제 민주주의 위기를 멋지게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추성춘. 전 MBC 앵커. 생활정치 아카데미 이사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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