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 갈등이라고 표현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앞서서 투쟁하는 작금의 사태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너무 속이 상한다. 솔직히 이건 의정 갈등이 아니라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애꿎은 희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서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는 것이다.
지금 전공의나 의대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금쪽같은 시간일 것이다. 더 공부하고 한 환자라도 더 경험해서 의학발전의 선봉에 서야 할 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학과 전공의 포기 등의 선택을 하는 이유가 참으로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태에 대해서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며, 오히려 학생들을 부추기는 것 같은 의협 지도자들이 과연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것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이미 이 나라의 정치는 물론 중요한 곳곳에서 백성들을 사랑하시던 큰 어른들의 존재감이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안 되는 이런저런 이유로 표면에 내세우는 것은, 정원을 늘리면 의대 교육이 안 된다고도 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의사가 남아돌게 된다고도 하는데, 잘은 몰라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교육부가 아무리 탁상행정을 한다고 해도 교육이 안 될 정도로 정원을 늘린다는 것이 이해도 안 될뿐더러, 이미 정원을 늘리면서 각 대학에 조정권을 주었던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대학들이 당장 교육도 안 되게 과밀한 인원을 무턱대고 선발했다는 것인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어떤 분은 학력이 낮은 합격자들이 의사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대한민국의 상위 몇 퍼센트의 학생이 아니고는 감히 엄두도 못 낼 곳이 그곳이다. 걱정 안 해도 될 일 같다.
희소가치가 높아야 가격이 오르는데 의대 정원을 늘려서 그걸 역으로 만들어 화가 난 거라면 솔직히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방에서 연봉 몇억을 내걸어도 지원하는 의사가 없던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그 역시 쉽게 가치 훼손이 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나는 어렵게 공부해서 힘들게 작은 문을 지났는데, 왜 의대 정원을 늘려서 후배들은 쉽게 들어 올 수 있게 만드느냐는 것이라면 조금은 화가 날 법도 하기는 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다 그렇다. 솔직히 필자의 나이 또래 사람들은 토요일마다 근무한 것은 물론이고 야근 수당도 변변히 받지 못하면서도 야근은 필수라고 할 정도로 매일 죽도록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것도 사무실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고 생산직 근무자들은 1・3주 일요일에는 근무하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토요일은 당연하고 금요일도 오전 근무하는 곳이 늘어난다고 한다. 그러고도 화폐가치를 아무리 계산해도 우리 때가 지금보다 봉급이 더 적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누구 한 사람 억울하다고 하는 사람은 못 봤다. 오히려 그 시대에 자신의 가정을 지키며 가족을 먹이고 공부시킨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세월이 변하면서 그 세월에 적응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선택받았지만 너는 선택받으면 안 된다는 식의 나 혼자만의 선민의식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정말 내가 선택을 받은 뛰어난 사람이라면, 선택받은 것 자체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다 같은 세상에 한 번 왔다 가는 것도 같은데, 나는 이렇게 선택받았다는 자부심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걸 모르면 아무리 선택을 받았어도 눈 감는 순간까지 늘 무언가 부족해서 만족할 수 없으니, 말로는 표현 안 되게 불편하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의사가 있어서 환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있어서 의사가 있다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정말 왜 투쟁의 길로 나서고 있는지, 그리고 그 현장에서 희생되는 이들은 아직 의사가 되지도 못한 의대생과 이제 겨우 의사의 문턱을 밟고 지나는 전공의들이라는 것을 한 번만 더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애절한 바람이다. 어찌 보면 어른 노릇을 제대로 하는 어른이 없는 것 같은 의료계를 보면서, 이 시대의 김사부는 드라마 안에만 존재하고 현실에는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안타깝다 못해 슬퍼진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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