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 고금리 고물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
정부가 기업 기 살리는 역점 개선과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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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각종 규제에 묶여 때가 왔는데도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위기의식 결려와 안일한 자세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정세는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도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자칫 중동지역이 화약고로 확산 될 우려가 높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도 변수다. 현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은 최근 ”한국 자동차 기업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망가 뜨렸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같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최근 유력 경제지가 10대 그룹의 기획-전략-재무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2024년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처럼 침체가 이어지거나 가늠하기 어렵다“는 대답을 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비관적인 1%대다. 고금리·고물가 흐름이 장기화하면서 내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독가점 형태의 은행들에 대해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겠다“는 경고를 했다. 높은 은행 금리로 서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시중은행 중 어느 은행도 금리를 낮추겠다고 선 듯 나선 은행은 없다. 금융당국도 미동이다.
기업이 제시한 ‘2024년 성장률 전망치 1%’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2.2%, 국제통화기금의 전망치 2.2%,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3% 보다 훨씬 밑도는 수치다. 기업 실적에 핵심 변수로 꼽히는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흐름도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년 환율이 1200원대를 오갈 것이라고 답한 곳은 전체의 절반인 5곳이었다. 나머지 5곳은 1300원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전 거래일보다 20원50전 내린 1322원40전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배럴당 가격이 ‘70달러 이상~90달러 미만’을 오갈 것으로 보는 기업이 8곳에 달했다. 나머지 2곳은 ‘90달러 이상~110달러 미만’으로 전망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중동 전쟁 확산 여부에 따라 유가 흐름이 정해질 것이어서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외적인 변수와 위기가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10대 그룹 경영자들은 정부가 내년에 역점적으로 지원해야 과제를 제시했다.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등 10대 그룹의 임원들은 역점 과제로 △투자세액공제 확대 △법인세 추가 인하 △수도권 규제 등 덩어리 규제 완화 △규제 샌드박스 확대 △자국 우선주의에 대비하기 위한 통상외교 강화 등을 주문했다. 이와 같은 역점과제 제시는 국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들의 연구개발(R&D)이나 시설 투자를 장려하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자원고갈 등의 위험요인을 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주길 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2차전지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 확실시돼 국내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불확실한 대내외 변수가 많아 적극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세액 공제를 확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함께 정부가 외교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요구는 미국·중국 간 갈등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등에 집중된 10대 그룹도 경영에 어려움이 큰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한 가운데 중국은 보복성 조치로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흑연 수출 통제를 결정했다. 흑연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국내 기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 그룹 고위 임원은 “대외 변수는 기업이 나설 수 없고 정부가 해결할 수밖에 없으니 정부가 외교를 통해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이 확 바뀌었다. 종전 분위기가 전투 모드였다면 지금은 협치 모드로 전환됐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고 야당에 협력과 협조를 당부드린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악수를 했다. 야당 상임위원장들과의 대화에서 쓴소리도 경청했다. 통합협치시대 이런 자세는 경제와 안보의 복합위기에 꼭 필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이젠 윤 대통령께서도 백해무익한 이념전쟁을 끝내고 국익에 무엇이 우선임을 간파한 것이다.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규제를 혁파하고 과감한 투자세액공제 및 법인세율 인하로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야 한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경제난국 타결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알짜기업 10대 기업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것을 되새김 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지금 여-야는 내년 총선도 중요하겠지만 국론을 분열하는 포퓰리즘 정책 발상은 국익에 역행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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