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족 중국이 자신들의 역사서에 고구려 역사가 자신들의 역사가 아니라고 기록된 사실들을 몰라서 이렇게 광적인 날조를 감행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고 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봄으로써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이유는, 우리 한민족 역사인 고조선과 고구려, 대진국 발해 세 나라의 역사를 차지하지 못하면 세 나라가 이어서 지배하며 생활했던 만주라는 영토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주를 잃으면 작게는 당장 러시아와의 직교역을 위한 교통상의 엄청난 불편은 물론 크게는 우리 한민족과의 국경 문제와 그로부터 파생되어 번지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의 독립 및 내몽골의 몽골 반환 등, 갑갑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내몰린다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국공 내전으로 공산당이 지배하게 된 만주는, 모택동이 ‘공화국의 장자(共和國長子)’라고 일컬을 정도로 풍부한 지하자원 및 농업생산량, 다양한 경공업, 중공업 산업시설, 교통을 비롯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제적으로 최고의 지역이었다.
일제가 만주를 자신들의 수중에 넣기 위해서 엄청난 재화를 투자한 것은 물론 만주국 건설 이후에 공업 기반이 잘 조성되어, 1940년대의 만주는 중국 최대의 중화학 공업 지대로 중국 산업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지위에 있었다. 석탄 생산량은 전국의 49%, 철 78%, 철강재 93%, 전력 생산량 78%, 철도 선로 양은 중국 전체의 42%를 보유한 것을 보면 압도적인 산업지대의 위상을 갖고 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두 생산량이 전국의 50% 이상이었으니, 공업은 물론 농업에서도 그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던 지역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일본이 만주를 아시아대륙으로의 진출을 위한 군사기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 군사적 요충지로 만든 것 역시 사실이다. 만주야말로 동북아에서 가장 발달한 산업기지이자 농업생산지임과 동시에 군사적 전략기지로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던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만주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이 임박했던 1945년 2월에 열린 얄타회담에서, 소련 총리 스탈린은 소련이 태평양전쟁에 참여하는 대가로 일찍이 러시아가 만주 지방에서 갖고 있던 모든 특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연합국 지도자들은 이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바람에 소련군은 5월에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여, 8월 8일 일본에 선전포고한 후 8월 9일 만주에 진격해서 8월 15일 종전과 함께 만주국을 무장해제 시키고 만주국 황제 푸이를 체포하는 등 실질적으로 만주국을 해체하는 역할을 하며 만주를 소련이 차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나 미국이 731부대의 연구자료를 모두 인수하고 오키나와에 대대적인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등의 이권을 취득하는 조건으로 일왕과 731부대 종사자들을 전범에서 제외한다는 일본과의 암약에 대한 후속 조치로, 소련은 이미 청나라로부터 받은 연해주와 사할린과 쿠릴열도를 점유하고 영국은 홍콩을 조차하는 대신 만주는 중국이 강점한다는 연합국 간에 이루어진 동북아 영토 유린의 밀약과 소련의 한반도 38선 이북에 대한 욕심이 만주를 중국에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한족 중국으로서는, 그 당시 만주가 어느 곳보다 뛰어난 산업기지였으며, 만주를 생활 기반으로 했던 한민족의 나라들, 특히 고구려에 의해서 대대로 굴욕적인 역사를 기록했던 영토이므로 반드시 강점하고 싶은 영토였다. 그런데 만주에서 절대로 뺄 수 없는 역사가 바로 고구려였고, 그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어야 만주를 강점할 수 있기에 동북공정까지 실행하게 된 것이다. 동북공정은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억지 논리를 기반으로 중국이 무차별하게 왜곡하며 실행하고 있는 영토공정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효과를 내는 공정일 것이다.
‘영토공정’이라는 용어는 필자가 2014년 '지적'에 “중국 영토공정에 관한 대응방안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하며 학계 최초로 사용한 용어다. 필자는 ‘동북공정’, ‘단대공정’, ‘탐원공정’, ‘요하문명론’ 등 중국이 펼치고 있는 공정들은 만주를 비롯하여 한족 중국이 부당하게 강점하고 있는 영토들을 한족 중국영토로 만들기 위해서 펼치는 공정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을 지배하며 조상을 처참하게 욕보이던 요나라, 원나라, 청나라까지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고 하면서 한족 중국 역사로 만드는 것은 조상을 모욕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차지하고 있는 영토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욕심을 드러내 보이는 것으로, 현재 한족 중국이 벌이고 있는 역사와 문화 왜곡 공정들은 통틀어서 오로지 영토를 위해서 벌이는 공정이므로 ‘영토공정’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로 사용한 용어다.
지금까지 연재한 필자의 칼럼에 의해 현재 한족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통일된 다민족 국가라는 억지는 물론 동북공정을 비롯한 영토공정 모두가 모순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중국 역시 자기들의 논리가 모순된 것을 알면서도, 만주라는 영토를 포기할 수 없어 점점 더 왜곡된 역사를 들이밀며 도를 더해가고 그 끝은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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