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행정대집행 인권매뉴얼과 상반된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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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해 SH공사 요청에 의해 발부한 행정대집행 영장. 집행 일시가 누락돼 있다. ©로컬세계 |
이는 공무원 의무 위반 또는 직무유기 등에 해당될 수 있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SH공사 요청을 받고 송파구 오금동 동서울화훼단지에 대한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행하면서 내용에 의무자 성명과 주소, 대집행 책임자, 서울시장 직인 등을 기재하고 날짜만 누락시켰다.
현행법에 따르면 행정대집행 영장 통지 시 행정청은 대집행을 할 시기, 집행책임자의 성명과 대집행에 요하는 비용의 견적금액을 의무자에게 통지하도록 한 내용을 위반한 셈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집행기관인 SH공사가 ‘입맛’에 맞게 아무 때나 집행하라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행정대집행 담당자는 “행정대집행 영장에 직인은 있지만 날짜가 없이 방치하고 있는 것은 위법이기는 하나 뚜렷한 위법조항이 없어 현재로는 공무원의무 위반이나 직무유기 등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집행기간 누락과 함께 영장발부 시기도 문제다. 서울 용산참사 이후 통상 동절기에는 강제철거를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서울시가 동서울화훼단지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한 시기는 지난해 12월로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때이다. 날짜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아 SH공사가 아무 때나 집행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민들을 추위에 내몰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당시 전기, 수도 등을 끊는 등 철거를 시도한 정황도 있었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2013년 강제퇴거금지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자 만든 ‘주거시설 등에 대한 행정대집행 인권매뉴얼’과도 상반된 행보다. 이 매뉴얼에는 겨울철이나 새벽, 악천후 시에는 철거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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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오금동 동서울화훼단지 비닐하우스가 철거된 상태로 방치돼 있다. 현재 이곳엔 10개 매장만 남아있다. ©로컬세계 |
법원도 동절기 시민들의 안전 등을 이유로 서울시와 SH공사의 행정대집행에 제재를 가했다.
시민들은 SH공사가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를 강행하는데 위협을 느껴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 소를 제출했으며 법원에서는 지난 1월5일 집행정지 판결을 내려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서울시가 즉각 고등법원에 항고했으나 법원은 신청을 기각하고 사건의 판결 선고일까지 집행을 정지시켰다.
날짜 없는 행정대집행 영장은 여전히 SH공사에 방치돼 있다. 서울시는 로컬세계가 취재를 시작하자 이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김승수 팀장은 “SH공사에서 행정대집행 영장을 요청해 서울시장 직인이 찍힌 영장을 줬다”며 “날짜 없는 행정대집행 영장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사항으로 조사 후 시정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서울화훼단지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오금동 98-5번지 일대는 지난2011년 보금자리주택지구 후보지로 선정된 뒤 2012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합작품으로 지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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