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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역대 대선 중 유난히 시끄러웠지만, 어쨌든 백성들의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를 안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한동안은 역대 정권이 탈 없이 잘 사용하던 청와대를 떠나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문제와 현 정권의 임기 말 인사 문제 등으로 옥신각신하는 등 선거 동안 말이 많았던 만큼이나 신구 세력 간에 불협화음도 많은 것 같았다.
백성들 보기에는 별로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더니 그럭저럭 봉합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신정권은 내각 구성을 서두르며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를 발표하였다.
보도에 의하면 당선인이 내각 구성을 위한 후보 추천을 맡기는 등의 힘을 실어줄 정도로 신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깊은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신임 총리 후보자가 과연 새로 탄생하는 정부와 그 호흡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신임 총리 후보자는 노무현 정권의 최고 수장 역할을 역임한 사람이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신임 정권과는 정치 이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신임 총리 후보자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총리나 장관 정도라면 정권과 이념을 같이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포함해서 경제정책에 실패한 정부다. 이것은 단순히 필자 혼자만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권교체를 이룬 이명박 정부가, 당시 경제를 화두로 내세우며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명박 정부 역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선거 당시에는 그랬다는 것이다. 이번 정권교체 역시 부동산 정책은 물론 소득 주도 경제성장을 내세워 실패한 경제정책이 정권교체의 가장 큰 원인이었으니, 이번 선거의 정권교체 이유와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정권 역시 실패한 부동산 정책과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을 화두로 했었는데 과연 부합하는 인선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나름대로 닦은 비기(秘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이에 국내 유수의 로펌회사에서 1년에 5억원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받으면서 고문으로 영업에 관여한 것이 무엇을 배경으로 했는지 등을 판단해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총리 임명에 대한 야당의 동의 때문에 야당과 가까운 사람을 후보로 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만일 그랬다면 그건 슬픈 문제다.
야당이 시비 거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로 청렴하고, 정책적인 면에서도 경륜을 갖춘 인재가 새로운 정권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백성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설령 그런 사람을 내세워도 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 빤해서 미리 대처한 것이라면, 그야말로 이 나라 정치는 가장 밑바닥임을 정치권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아직도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서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이전투구의 현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임 총리 후보자의 선택이 새로 탄생한 정권이 내세운 화두 중 중요한 하나인 통합을 위한 징표라고 해도 그렇다. 상징적인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수위원회에 노무현 정권 당시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제대로 준비되지도 않은 정책으로 인해서 전국의 부동산값을 널뛰게 했던 정책에 관여했고, 장관이 되었으나 논문표절 시비로 인해서 13일 만에 사퇴한 사람도 포함되어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통합이라는 것이 사람 하나나 둘 전면에 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악수하고 포옹해도 마음 깊숙이 응어리를 두면 절대 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하면서 용서할 것은 용서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일 때 비로소 통합이라는 문자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정책적으로 서로 다른 주장을 했지만, 상대편의 주장이 더 낫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통합의 첫걸음이다. 정치 쇼는 백성들에게 불안한 마음만 더할 뿐이다.
여수투수(如水投水)라는 말이 있다.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이 분명 무언가를 했지만 달라진 것 없이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노력해도 죽도 밥도 아닌 결과를 갖게 되는 것이다. 기대를 안고 정권을 교체해도 결과가 같다면, 백성들은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이상 희망이 없어진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는 경우와 하나 빼기 하나가 되어 영이 되는 경우다. 백성과 정권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지금 백성들을 위해서 선택할 것이 무엇인지는 정치하는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그 실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5년 후에 백성들로부터 정권을 잡은 것인지 이권을 잡은 것인지에 대한 심판을 받을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발 이번 정권부터라도, 부디 올바른 판단과 수반되는 정책 실현을 통해서 백성들에게 기대 이상은 그만두더라도 기대 만큼이나마 기여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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