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서울 역삼동에 소재한 역삼중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업무 협의차 교장실을 찾은 필자는 교장실을 들어선 순간 깜짝 놀랐다. 교장실 한켠 중앙에 학생들의 현황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성교육에 바탕을 두면서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미래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을 운영하면서 전국의 많은 중고등학교를 방문한 바 있지만 이처럼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장래 희망사항이 게재된 현황판이 있는 곳은 이 학교 뿐이었기 때문이다.
![]() |
▲유범진 이사장 |
남녀공학인 이 학교의 학생수는 타학교 보다는 다소 많은 1200명이나 되어 현황판은 그야말로 오밀조밀해 보일 정도로 빼곡했다. 현황판에는 학생들의 사진과 함께 장래 희망사항이 담겨 있었다.
신 교장선생님은 매년 3월이면 진로교육 시간을 정해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면서 장래희망을 정해 꿈을 키워나가도록 하고 있다. 목표(꿈)를 갖고 있어야, 그 방향대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왜 이렇게 꿈을 정했는지에 대한 이유와 목적 등도 자세히 상담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진로교육 시간을 진행하는 것은 신 교장선생님이 평소 청소년기에는 대지원망(大志遠望, 큰 뜻을 품고 멀리 바라본다는 의미)해야 한다는 평소지론을 갖고 있어서 가능한 내용이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무슨 생각을 갖는냐가 중요한데, 청소년들이 꿈을 가지므로 지속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래 희망란도 충분히 설명해주고 학생들이 10여일 정도 고민해서 선생님과 함께 정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장래희망란을 보면 소설가, 과학자, 대통령,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장군에서부터 유튜브크리에이터, 제작자, 앱개발자, 연예인매니저, 건축가, 심리상담가, 로봇공학자, 자동차연구원 등 그야말로 천태만상으로 다양했다. 요즘 청소년들의 세계를 이해해볼 수 있는 한 ‘단면도’ 같았다.
부모들이나 성인들이 청소년기 시절엔 들어보지도 못했던 다채로운 직업군이 게재돼 있어 그만큼 청소년들의 꿈도 다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는 1년 4개월 이상 신 교장선생님은 학외나 학교에서의 경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거나 특별상을 받는 학생들을 가급적 교장실에서 상을 전달하며, 격려한다고 한다. 좋은 일이 있는 경우나 그렇지 않는 경우에도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이 현황판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
▲역삼중학교 신동철 교장이 학생들의 현황판 앞에 서서 설명하고 있다. |
자율, 협동, 창조를 교훈으로 삼고 있는 이 학교는 또 창의, 인성, 배움을 3대 교육 목표로 정했는데, 과학고 진학률이 높은 학교로 이름이 높다.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교감있는 장래 목표를 정하므로 학교에서도 성실히 지도하지만, 학생들 스스로도 열심히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진로 교육 시간이 선생만 있고 스승은 없다라고 회자되는 현실 속에서 인성을 바탕으로 한 미래의 주인공을 멋지게 키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유범진 한국환경체육청소년연맹 이사장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