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세계 맹화찬 기자]지난 15일 오후 7시 10분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찾은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춘해병원(부산지하철 1호선 범내골역 7번 출구) 뒷골목에 위치한 전통 돼지갈비 전문점으로 유명한 ‘골목집’.
| ▲부산 부산진구 범천1동 춘해병원 뒷골목에 위치한 전통 돼지갈비 전문점으로 유명한 골목집. 맹화찬 기자. |
토요일 저녁시간인데도 120㎡ 정도 되는 홀이 손님으로 가득하다.
이 식당은 춘해병원 옆 이면도로에서도 빌딩 숲 사이로 40여m를 들어간 골목안에 위치해 일부러 찾지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식사 때만 되면 늘 만원이다.
이 돼지갈비집이 있게 된 배경은 50년 전으로 그슬러 올라간다.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송정숙(82·여)씨는 부산에 오기 전 서울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10년 동안 음식솜씨를 갈고 닦았다.
송씨는 남편 정상용(83)씨와 함께 1967년 봄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재래시장에 월세를 주는 조건으로 10여평짜리 연탄구이 고깃집을 차렸다.
드럼통 안에 연탄화덕을 넣고 의자 없이 서서 고기를 구워먹는 스타일의 식당인데 몇 가지 기본시설을 갖추느라 지닌 돈을 다 써버린 부부는 장사밑천이 될 고기를 살 돈이 한 푼도 남아있지 않았다.
부부는 할 수없이 종암시장에서 가장 큰 정육점을 찾아가 “돼지 한 마리만 외상으로 줄 수 없느냐”고 사정했다. 30대 초반 젊은 부부의 의욕을 눈여겨 본 정육점 사장은 흔쾌히 암돼지고기 한 마리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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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 부부는 수차례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가게로 돌아와 연탄불을 지피고 손님을 받았다. 서서 먹는 드럼통 연탄구이는 첫날부터 대성황이었다.
당시만 해도 고기를 서서 구워먹는 집은 이 가게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기한 듯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게가 애초부터 좁은 데다 테이블이 몇 개 되지 않아 이내 연탄구이를 먹기 위한 손님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서 먹는 집이다 보니 회전율은 높았다. 돼지 한 마리를 첫날 밤늦게까지 하루 만에 다 팔았다.
부부는 피곤한 줄도 몰랐다. 이튿날 오전 일찍 돼지 한 마리 값에다, 새로 한 마리 값을 합해 두 마리 값을 한꺼번에 들고 정육점을 찾아가니 사장이 깜짝 놀랐다. 정육점 사장은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구먼… 어쩌면 그리 장사를 잘 하는 가”하면서 가장 질 좋은 암돼지 한 마리를 내어놓았다.
종암시장에서 연탄구이로 제법 돈을 번 부부는 경험도 없이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풍파에 휩싸여 낭패를 봤다.
부부는 40년 전인 1977년 1월 한 많았던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내려와 지금의 골목집 앞 도로변에 위치한 7평 정도 되는 포장마차를 얻어 다시 연탄구이를 시작했다. 장사는 잘 됐지만 집중단속을 나올 때면 늘 관할 구청에 붙잡혀갔다.
다시 3년여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한 송씨는 1980년 골목안으로 20m 정도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금의 골목집 2층짜리 주택을 사들여 확장, 이전개업을 했다.
송씨는 “그때는 참 모진 고생 끝에 우리에게는 근사한 식당을 마련해서 그런 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고 콧등이 시큰했다”며 “우리 집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너무 고마워 더욱 좋은 돼지갈비와 음식으로 정성을 다해 모시기로 마음먹었었다”고 회상했다.
20년 전 가게를 물려받았다가 지금은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둘째아들(29) 부부에게 3대째 가게를 전수한 송씨 아들 정명수(57)씨는 “우리 가게는 몇가지 특색이 있는데 돼지갈비 구이에서 가장 중요한 양념을 할 때 무 배추 당근 오이 배 생강 등 10여가지 식재료의 즙을 적절히 섞어 돼지 특유의 냄새를 없애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돼지갈비를 절단할 때도 최근 대부분이 전기톱을 사용하는데 우리 식당은 도끼를 사용, 재래식 방식으로 자른다”며 “도끼를 사용하면 전기톱으로 자를 때 생기는 뼈톱밥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식감을 더 좋게, 특유의 돼지갈비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둘째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줬지만 아직도 도끼로 갈비를 자르는 일만은 직접하고 있다.
간장도 인근 중앙시장에서 간장도가 경력 80년된 광신간장을 40년 전 포장마차 개업때부터 사용하고 있다.
골목집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돼지갈비는 정확히 30㎏(180인분)이다. 더도 덜도 않는다. 경남 김해시 주촌도축장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인근 중앙시장 내 대형정육센터에서 매일 오전 정량을 공급한다.
정씨는 “제가 10대이던 70년대 후반 아버지 어머니가 서울에서 이곳 범내골로 내려와 7평 정도 되는 서서먹는 포장마차 연탄구이집을 차렸는데 장사가 어찌나 잘 되는 지 손님들이 도로변에 길게 줄을 섰다”며 “나중에는 머리를 써 번호표를 발급했는데, 추운 겨울에는 손님들이 우리 식당 옆에 있는 다방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바람에 다방도 잘 됐다”고 회고했다.
이 식당은 이대호(35·롯데자이언츠) 등 운동선수들과 연예인들도 가끔 찾는다.
착한 가격에 갈비 양이 많은 이 식당은 국제여행객들에도 소문 나 외국인들도 더러 찾는다. 사드 사태 이전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엔 중국인들은 뜸한 편이다.
식당안에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기념으로 남기고간 사인볼도 비치돼 있다.
또 직접 조각한 탈과 물레방아 모형 등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예술품도 여기저기 걸려 있어 풍취를 더하고 있다.
이 식당이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3대를 넘어 4대, 5대 그 이후까지 돼지갈비의 맛과 음식솜씨가 대물림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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