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 접수 묵살한 파출소 경찰관 6명 검찰에 고발
감찰조사 “공직자 관리체계 제대로 작동 안 돼 피해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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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기환 칼럼니스트 |
물 폭탄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언제까지 하늘만 원망할 것인가.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이 따라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 외교 안보를 굳건히 다지기위해 외국순방이 잦은 가운데 이번 폭우피해가 터져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수방에 대한 내치를 소홀히 했다는 원망도 쏟아진다.
물난리 와중에 홍준표 대구시장의 힐링골프와 저급한 변명, 김영환 충북지사는 수해피해지 방문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오송 지하차도를 먼저 가도 달라질 것은 없다”라는 발언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와 함께 어찌 이런 사람들을 자치단체장으로 뽑았느냐며 손가락을 잘라야 겠다는 자조적인 원망을 쏟아 냈다.
◆ “어찌 이런 사람이 지자체 단체장이 됐나”
“어찌 이런 사람들이 대구시장, 충북도지사가 됐나. 한심하다” 수해현장에서 기자들이 쓴 기사에 이런 내용의 댓글이 달려 있다.
전국적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의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7월 15일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그의 변명이 더 가관이다.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단체장은 업무 총괄만 하면 되고, 정상 근무나 자택 대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골프를 이용해 국민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국민정서법에 기대어 정치하는 건 좀 그렇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이 대구시 재난 매뉴얼이다. 나는 매뉴얼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일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권위주의 시대 정신으로 보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다.
기자들이 홍 시장에게 '대구시 비상 근무자가 1000명이 넘었다'고 하자 “내가 비상근무를 지시한 일이 없다. 공직자는 주말엔 골프를 치든 뭘 하든 자유다.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해서 내가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이냐”며 큰소리 쳤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대구지역본부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폭우 골프' 논란과 관련 성명을 내고 “상황과 직분을 망각하고 골프를 즐긴 홍 시장을 강하게 규탄하며, 진정으로 공직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시민을 위한 행정을 펼쳐주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진상조사 이후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홍준표 골프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사안에 대해 당에서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4명의 생사람을 삼킨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홍수경보 비상상황에서 차량통제를 제때 못해 일어난 ‘인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충북도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도지사의 재난대처 늑장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김 도지사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보고를 사고 발생 1시간 후에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가 현장에 일찍 갔어도 바뀔 건 없었다”고 했다. 김 지사의 발언을 놓고 보면 충북도의 재난보고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이 간다. 바꿔 말하면 이미 상황이 끝난 상태에서 보고를 받았고 뒤늦게 사고현장에 가보았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나름대로 편리한 해석이지만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도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인 것이다. 김 지사는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상황보고를 받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물난리 와중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도 따져 봐야할 것이다.
◆경찰 112신고 접수 묵살 유족들 “어처구니없다”
국무조정실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오송 지하차도 침수피해를 감찰조사한 결과 경찰이 시민의 급박한 침수현장 상황을 112에 알려왔는데도 관할파출소는 현장에 출동조차 않고, 허위로 출동 한처럼 사건을 처리한 사실을 적발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비통한 일이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제때 제대로 출동했더라면 침수는 못 막아도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21일 국무조정실은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7시2분과 7시58분, 두 차례 주민으로부터 신고를 접수 받아놓고 오송파출소 근무경찰은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 출동한 것처럼 거짓으로 112신고처리 시스템에 입력해 사건을 종결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112 신고시스템 거짓 처리뿐 아니라 총리실에도 출동한 것처럼 허위보고를 했다. 국무조정실 감찰조사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경찰관 6명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
◆산사태 사고원인 임도관리 허술에서 비롯
경북 예천군 등 이번 폭우로 인한 전국 산사태 발생원인도 대부분 산림청이 개설한 임도에서 시작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나무를 자르고 산을 깎아 개설한 임도를 제대로 관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원인을 따지고 보면 수방관련 공직자들이 수해 위험지역을 제대로 파악하고 한번만 더 들여다보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재난이었다.
안타까운 소식은 실종자수색작업 현장에서도 들린다. 해병병사가 급류에 실종되어 끝내 죽음으로 돌아왔다. “중대장님, 목까지 물이 차 오릅니다”라는 보고에도 수색을 계속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유족 주장). 구멍조끼도 없이 물살이 심한 강에 수색명령을 내린 것은 무모한 작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인들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 유족들 아픔 키워
야권의 한 정치인은 이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로 간 것에 대해 부적절한 언행이 터져나와 이재민의 아픔을 키우고 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려고 14명의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삼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김 의원은 SNS를 통해 "부절절한 언급은 제 불찰이다. 유족들에게 사과 드린다“고 했다.
여권 정치인들의 행보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공직자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나서도 반성할 줄 모르고 적반하장 형태”라는 날선 질책을 했다. “국민 정서가 싫어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지”라는 조롱의 글도 SNS에 잇따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힐링골프 이후 보여준 저급한 언행과 김영환 충북지사의 수해피해지역 늑장방문에 대한 궁색한 변명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 들여 진다.
이들은 뒤늦게나마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경솔함을 머리숙여 사과했다. 큰 비가 또 온다는 소식이다. 이제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추가 수해예방과 망연자실 슬픔에 잠겨 있는 이재민들을 보듬어야 한다. 이번 사고 원인과 재난예방과정에서 보듯 마냥 하늘만 원망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지혜를 모으면 물난리 피해는 최소로 줄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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