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 존경받는 국민기업으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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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칼럼니스트.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 입사 31년, 부회장에서 회장에 오르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는 회장 취임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새로운 삼성의 탄생의 비전 제시에 어깨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이 직면한 안팎의 상황은 가시밭길이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경제의 안전판으로 인식됐던 반도체 분야에서 누려온 막강한 리더십과 절대적 기술우위라는 입지는 사라졌다.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이중적이다.
여전히 ‘삼성공화국’이란 프레임이 존재하고 있으며, 국가대표기업이라는 존경과 함께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여기에다 내부조직 문화는 직원들의 ‘고혈을 짜는 기업’으로 인식되다시피 해 회사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챙기는 분위기다. 이는 관행처럼 되어버린 40~50대 이하 임원승진 제도(이사 이상)로 인해 50대 초반 임원 명예퇴직자가 다반사다. 때문에 삼성이 참 좋은 직장, 진정한 국민의 기업이라는 의미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다 삼성은 상생의 성장동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본연의 경쟁력 확보보다는 단기실적에 치우쳐 생산 원가를 쥐어짜다 보니 협력업체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협력업제는 생산의욕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창의적 기술개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공멸할 수 있는 위기감마저 키운다는 평가다.
이런 따가운 비판을 이 회장이 모를 턱이 없다. 뉴 삼성의 비전 만큼이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리라 생각한다. 위기를 직감한 이 회장의 행보도 빨라 지고 있다.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여 주고 있다.
상생의 선순환이 협력사에 있음을 안 이 회장은 첫걸음을 협력사 생산 현장으로 택했다.
이 회장의 발걸음이 자회사 본 공장이 아닌 협력사로 향했다는 것은 상생 모멘텀의 무게를 협력사에 뒀다는 의미다.
이 회장이 취임 첫 행보로 광주 협력회사를 찾은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부산 스마트 공장을 방문해 '미래동행'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국내 업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서버용 'FCBGA(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출하식에 참석해 '기술 초격차' 전략도 재확인했다.
이어 이날 회장은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했다. 지난달 27일 회장 취임 첫 현장경영 행선지로 광주 협력회사를 찾은 데 이어 두 번째 현장경영도 부산 중소기업 제조 현장을 찾으면서 '미래동행' 행보를 확대한 것이다.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은 삼성의 대표적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 중 하나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의 제조혁신 기술과 성공 노하우를 제공해 대한민국 제조업 발전과 상생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도금산업은 IT·자동차 등 국가 기간산업을 높여주는 기초산업이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청년들의 외면을 받아 빠른 고령화가 문제가 되고 있다.
1997년 설립된 동아플레이팅도 고용에 한계를 겪고, 2018년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을 지원했다. 그 결과 생산성은 37% 높이고, 불량률은 77% 줄이는 결실을 맺었다. 직원 35명 중 70%가 MZ세대일 만큼 젊은 제조 현장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임직원의 평균 연령은 32세다. 삼성 측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 회장의 '미래동행' 철학에 기반해 기존 CSR 프로그램을 '청소년 교육'과 '상생협력' 2가지 테마로 전면 재정비했다.
청소년 교육 테마로는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SSAFY(삼성 청년 SW아카데미) △희망디딤돌… 자립준비 청소년과 '함께서기' △기술인력 양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기능올림픽·기술교육으로 나뉜다. 상생협력 테마로는 △중소·중견기업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창업지원을 위한 'C랩' △29년 동안 지속한 '안내견 사업' △전 관계사로 확산된 '나눔키오스크' △협력회사와 동행하는 '상생·물대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또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서 열린 서버용 FCBGA의 첫 출하식에도 참석했다.
FCBGA는 차세대 반도체 포장(패키지) 기판을 뜻한다. 컴퓨터(PC)·서버·네트워크 등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쓰인다. 서버용 FCBGA는 패키지 기판 중에서도 생산이 가장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전기가 국내 업체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서버용 FCBGA는 명함 크기만 한 기판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미세한 6만개 이상의 단재를 구현해 냈다. 1㎜의 얇은 기판에 수동 소자를 내장하는 EPS(수동부품내장) 기술로 전력소모도 50% 절감할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지 기판시장은 △5세대(5G)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고성능 산업·전장용 하이엔드 기판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패키지 기판 시장 규모는 103억달러로, 연평균 10%의 성장을 거듭해 2027년에는 16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그동안 일본 등 해외 업체들이 주도해온 고성능 서버용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의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광폭 행보는 경제계의 시간표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력은 더 빨라지고 있다. 위기의 징후가 짙을수록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간을 늦추는 만큼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이다. 이제 스스로 책임경영과 경영안전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한 때다. 이 회장의 어깨에 삼성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뉴 삼성의 탄생과 함께 반도체를 뛰어넘을 새로운 먹거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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